3세 시대 열려다…‘판도라의 상자만 열었다’

▲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사조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오너일가 3세인 주지홍 사조그룹 상무이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사조해표의 상무로 승진하고, 구조개편을 단행하는 등 3세 경영 승계를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는 모양이다.


문제는 계열사 지분 매입 과정이 꺼림칙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감몰아주기 의혹까지 있어 3세 경영을 시작도 하기 전부터 벌써부터 잡음을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잡음부터 정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찝찝한 계열사 지분 매입 과정 논란
본격적인 승계 작업 中‥잡음 줄일까

최근 사조그룹이 3세 경영 승계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며, 올 해부터 본격적은 시작을 알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장남인 주지홍 상무이 사실상 사조그룹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승계 작업 본격화 ?


사조그룹은 지난 달 말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인터내셔널이 합병하면서, 사조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사조산업을 사조시스템즈(합병법인)이 지배하는 구조로 개편됐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도맡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경영승계에 속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조시스템즈가 비상장사로 주주비율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 상무가 최대주주인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 따르면 1(사조시스템즈) 대 0.8(사조인터내셔널)의 비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 본부장이 35.6%에 달하는 지분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주 상무는 합병 전 사조시스템즈 지분 4.82%, 사조인터내셔널 지분 47.28%를 보유한 바 있다. 합병 과정에서 사조인터내셔설이 보유한 사조대림(3.84%), 사조산업(6,78%), 사조해표(1.4%) 지분이 사조시스템즈로 귀속되게 됐다.


정리를 시작하면서 주지홍-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 단계가 완성됐다.


이미 움직임은 지난 8월부터 포착됐다. 주지홍 상무가 사조그룹을 사실상 장악하며 경영권을 승계 받은 것.


지난 해 8월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6일 주 회장은 19일 사조산업 주식 50만주(10%)를 시간외 매매거래를 통해 주당 6만6000원씩 총 330억원을 받고 사조시스템즈에 넘겼다.


당시 사조시스템주는 사조산업 지분 10%를 확보하며 대주주로 올라섰고, 같은 날 사조해표도 사조산업의 주식 25만주를 시간외 거래를 통해 팔았으며, 이 가운데 10만주를 주 본부장이 사들였다. 나머지 15만주도 사조시스템즈가 주주로 있는 계열사 ‘캐슬렉스제주’가 받았다.


껄끄러웠던 과정?


문제는 주식 매각 과정이 원활치 않았던 것이다. 당시 사조시스템즈는 50만주를 6만 6000원에 매입해 330억원 사들였다. 하지만 바로 한 달 전이었던 7월 16일 사조산업의 주식 종가는 11만 9000원으로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서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식을 넘기기 바로 전날인 사조산업은, 반기보고서를 제출했다. 저조한 실적이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당시의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사조산업은 당기 5568억원의 매출에 15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6810억원의 매출액, 24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었다.


때문에 주가가 급락했고, 그 사이 주식거래가 이루어져 이를 의심의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승계 비용을 줄이면서 사실상 경영승계 작업에 속도를 낸 셈이다”며 “이후 주지홍 본부장이 상무로 승진한 점 등을 봤을 때 사조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로 만든 지주사?


주 상무가 경영권 승계를 이어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눈앞에 놓인 과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내부거래의 매출 비중이 커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꾸준히 있었기 때문이다.


사조시스템즈는 건물관리와 경비업 등 용역사업을 하는 회사였다. 합병 전이었던 2014년, 이들은 매출 126억원중 50%가 넘는 71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사조시스템즈와 합병한 사조인터내셔널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심했다. 고등어, 오징어 등 수산물 도매 업체인 사조인터내셔널은 합병전인 2014년 192억원 중 189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단순 계산으로 보게 된다면 계열사가 없다면 매출액이 단 3억원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 회사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들이 주 회장과 주 상무였던 점이다. 합병전 사조시스템즈의 경우 주 상무가 51%, 주 회장이 11%의 지분을 갖고 있었으며, 사조인터내셔널의 경우 주 상무가 47.28%, 주회장이 20.35%를 갖고 있었다.


특히 사조그룹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으로 논란이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3년 사조시스템즈의 매출 비중 중 92%, 2012년에도 91%에 육박했다. 사조인터네셔널 역시 2011년 이후 50%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일감 몰아주기’ 기업은 공정거래법상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만 규제하고 있으며, 사조그룹의 자산규모는 2조원대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3세 경영을 하는 것이야 회사가 결정할 일이지만, 주식 매입 과정이나 일감몰아주기 내역 등 해결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남겨져 있다”며 “기존의 일을 해결하지 않고 경영승계에 속도를 내면서 부끄러운 일들까지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사조시스템즈의 경우 내부거래로 성장한 회사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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