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법정관리 공기업 오명 벗는다

▲오투리조트.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첫 법정관리 공기업이란 오명을 얻으며 부실의 아이콘으로 논란이 됐던 강원도 태백 오투리조트가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부영주택을 선정했다.


부영주택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국유지 감정가 산정 등의 정밀실사를 거쳐 이달 중 본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국유림 매입과 가격 협상은 부영과 오투리조트가 풀어야할 숙제로 남겨졌다. 최종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오투리조트 매각을 살펴봤다.


그동안 강원도 태백시의 애물단지로 취급받아오던 오투리조트가 새로운 주인을 찾기에 성공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오투리조트 매각 입찰을 실시한 결과, 응찰한 곳이 없어 유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27일 실시한 오투리조트 매각 입찰에 단독으로 입찰하고 지난달 9일 조건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부영주택이 오투리조트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새 주인된 ‘부영주택’


매각가는 법원이 제시한 청산가치인 782억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부영그룹은 오투리조트 부지에 포함된 국유림의 감정가를 추가로 더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유림 감정가를 파악하기 위한 실사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부영그룹은 본입찰 참여 때 태백관광개발공사에 오투리조트 용지의 60%에 해당하는 국유림를 함께 매각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오투리조트 부지는 40%만 태백관광개발공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60%는 국유림으로 등록되어 있다.


오투리조트 매각 주관사는 부영주택이 국유림 매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동일한 조건으로 4차 매각을 진행했지만 참여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부영을 최종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우선협상 ‘부영주택’…새로운 돌파구 마련
청산가격은 ‘782억원’…국유림 가격 놓고 ‘이견’



오투리조트 일대 국유림 295만1,506㎡의 지가는 인근 토지의 공시지가를 기준, 2005년엔 16억여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81억여원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최종인수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치를 높게 보고 인수에 뛰어든 부영그룹이 해당 부지를 인수할 수 없거나, 저렴한 가격에 매입하지 못하면 굳이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부영과의 매각이 무산되면 오투리조트 회생 가능성은 더욱 낮아져 매각 주관사 역시 매각을 최우선으로 판단하고 있어 국유림 가격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성 부채 허덕이는 ‘오투리조트’


오투리조트는 태백시가 출자한 태백관광공사가 4424억원을 투자해 지난 2008년 12월 개장했다. 하지만 분양 실패와 경영난 등으로 인해 부채가 3641억원에 달하면서 공기업 최초로 2014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아픔을 겪었다.


오투리조트는 개장 후 매년 약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2014년에는 손실이 누적돼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962억원으로 완전자본잡식에 빠져 있다.


매각 관계자는 “부영그룹이 오투리조트 인수를 최종 확정하기까지 주변부지 추가매입과 가격조건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오투리조트 인수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아직 국유림 가격 등 조율해야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투리조트가 매각을 통해 회생에 성공하면 빚더미에 앉은 지방 공기업에는 새로운 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인수설’에 지역사회 ‘맨붕’


지난해 말 국내 카지노 공기업 강원랜드가 오투리조트 인수를 위한 법률검토에 들어갔다고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을 가져왔다.


강원랜드의 함승희 대표가 지나달 초 태백시 지역현안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투리조트 인수 요청을 받자 법률적 검토를 실무진에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사회에서는 강력하게 반발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고한·사북·남면·신동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오투리조트 인수는 강원랜드가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시설투자가 뒤따라야 하지만 흑자경영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는 게 현실”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태백지역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기대감을 심어주어 주민을 기만하고 지역갈등을 조장한 사장 이하 경영진은 사죄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강원랜드의 오투리조트 매각 방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12월 당시, 오투리조트 매각을 다각도로 추진해온 김연식 태백시장은 이시티(E-city) 사업 축소를 통한 강원랜드에 매각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당시 정선군은 오투리조트 인수가 강원랜드 경영을 악화 시킬 수 있고 부채기업 인수가 나쁜 선례를 만들 가능성이 있어 인수에 반대 입장을 펼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투리조트가 매각을 통해 회생에 성공하면 빚더미에 앉은 지방 공기업에는 새로운 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투리조트 매각 어떻게 이뤄졌나


만성적 적자에 허덕이며 법정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오투리조트는 지난해 1월 22일 매각 공고를 냈다. 하지만 시장에선 선 뜻 오투리조트의 손을 잡는 기업이 보이지 않으면서 유찰돼는 아픔을 겪었다. 이로부터 3개월 후인 5월 1일 2차 매각공고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 찾으면서 기업회생의 희망을 찾았다.


하지만 7월 31일 우선협상대상자 MOU를 맺은 TQD사가 계약금 잔금 미납문제로 10월 말 우선협상 대상에서 지위가 해지됐다. 예고된 법정관리 기간 내 계약금 40억원을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투리조트의 매각은 또 다시 무산됐다.


지역 사회에서는 비난의 쏟아졌다. 당시 태백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오투리조트 법정관리인은 투명한 매각과정을 밟아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며 “특히 TQD가 우선협상대상에서 해지되었으나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에 분노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3차 매각 추진에는 인수여력을 갖춘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매각방식은 공개입찰방식이 아닌 자금능력을 입증하는 인수의향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 입찰방식’으로 진행했다.


3차 매각공고에서는 재계 순위 20위의 부영그룹의 부영주택이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매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부영은 매각 조건으로 국유림 매입 조건을 내세웠다. 조건부 우선협상의 지위를 얻었지만 이 와 같은 조건으로 4차 매각 공고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달 초 4차 매각 공고를 마감했지만 새로운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부영주택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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