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래’-오릭스 매각 무산…흔들리는 파벌전쟁(?)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실적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자전거래’를 펼친 현대증권의 임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증권 일부 직원들은 우정사업본부의 투자자금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 돌려막기식 불법 저전거래를 감행한 것이다.


최근 오릭스와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연말 인사 시즌에 오릭스가 내정한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에 줄을 된 일부 임원의 낙마설까지 제기되면서 힘든 겨울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잇단 악재에 놓여 있는 현대증권을 살펴봤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우정사업본부 및 고용노동부 자금을 운용하면서 59조원대의 불법 저전거래를 감행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현대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 이모씨 등 4명을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아울러 자전거래 액수가 경미한 김모 전 신탁부장과 불법 사전수익률 약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본부장 최모씨 등 3명은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자전거래 <왜>


자전거래는 시장이 아니라 회사 내부 계좌 사이에서만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현대증권이 이러한 불법거래를 한 이유는 바로 ‘실적’이다.


이들은 2009년 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단기에 고율의 수익을 내주는 조건으로 자금을 위탁받아 기업어음(CP)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을 매입해 운용하면서 약정기간 후에도 현대증권이 운용하는 다른 계좌에 매각해 '돌려막기식'으로 환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래에 쓰인 자금은 주로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보험·예금과 고용노동부 산재보험, 고용보험 자금 등 대부분 정부와의 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이들은 우정사업본부가 단기자금을 통한 고금리 금융투자상품 투자에 나서자 다른 증권사보다 많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사전 약정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유치된 자금은 약정기간 종료 후 투자자에게 반환됐지만 자전거래 횟수는 총 9,567회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59조원. 천문학적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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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현대증권은 지난 2011년 2월 금융감독원에 자전거래가 적발돼 해당 직원이 징계를 받았지만 이를 중단하지 않고 변칙적으로 운용해온 것으로 적발돼 금융권 전반의 지탄을 받고 있다.


오릭스 인수 무산


현대증권은 앞서 오릭스와의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이 났다. 문제는 윤경은 사장이 오릭스 매각이 불발되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지만 여전히 수사기관으로부터 계열사 우회지원 혐의를 받으며 코너에 몰려 있다는 것.


지난 10월 27일 서울남부지검은 현대증권 노조가 윤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으로 금융조사 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가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이 사안에 대해 당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징계 결정은 법리적 해석의 견해차이로 보류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각 무산으로 자리를 지키게 된 윤경은 사장이 “근거 없는 내용이나 루머에 동요하지 말자”며 임직원을 독려했지만 현대증권은 내외적으로 혼란에 휩싸여 있다.


현대증권 내홍 <왜>


연말이 다가오면서 현대증권 내부에서는 ‘인사파동’에 술렁이고 있다. 오릭스와의 매각 추진 과정에서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이 대표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원들이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연말 임원 사정설까지 나오고 있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이에 대해 현대증권 측은 “윤 사장이 보복 인사를 할 것이란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임원에 대한 인사권은 현대그룹이 갖고 있고 윤 사장은 사후추인만 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사장이 작심하고 내치려고 만하면 임원들을 날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상황이 다르다. 현대증권의 올 3분기 연결 순이익은 176억원으로, 2분기 840억원에 비해 폭락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6%가 감소한 것이다. 현대증권은 분위기가 좋았던 1분기 867억원을 시작으로 2분기 연속 8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지만 급격하게 위축된 모습이다. 구조조정설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재선임된 윤 사장의 임기가 2018년인 것을 감안하면 임원사정설과 함께 구조조정설이 현대증권을 감싸고 있는 형국은 부정할 수 없다.


속절없는 ‘주가’


현대증권의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6260원을 기록했다. 이는 52주 신저가다. 지난 4월 16일 12350원(종가 121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오릭스와의 매각이 진행될 당시에 비해 주가는 현재 반토막 났다”며 “이는 내부 실적 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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