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쿼리인프라 홈페이지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사회기반시설 자산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인프라 펀드사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인프라)가 자회사인 부산 수정산 터널과 백양터널 운영사로부터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둬들임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고금리 이자율


이를 보도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인본사회연구소가 지난 2003년~2014년도 수정산 터널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터널 운영사가 납부한 법인세 총액은 112억원으로 연간 10억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제반 비용을 제외한 터널 운영사의 영업이익은 1336억원으로 평균 영업이익률 60.4%를 기록했다.


원칙대로라면 터널 운영사는 순이익의 30%인 400억원 가량을 법인세로 납부해야 했으나 2004년부터 2009년까지는 법인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는 수정산 터널 운영사의 지분 100%를 보유한 맥쿼리인프라가 운영사에 돈을 빌려준 대가로 시중 은행금리의 4~5배(이자율 14.1%)에 이르는 이자수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맥쿼리인프라가 터널 운영사로부터 챙긴 이자수익은 영업이익의 80% 규모인 1065억원이었다.


이로 인해 수정산 터널은 자산 712억원에 부채 641억원으로 자기자본비율이 10%에 달해 거의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러 법인세를 내지 않거나 미미한 액수만 납부하는데 그쳤다.


맥쿼리인프라가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운영사에 돈을 빌려주고 회수한 이자수익(1065억원)과 배당금 159억원을 모두 합하면 1224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2년 맥쿼리인프라가 수정산 터널 관리운영권을 매입한 837억원을 뛰어넘는 액수이다.


이 외에도 수정산 터널 운영사는 시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최소운영수입보장금액(MRG)과 요금미인상 재정지원금 953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완전 자본잠식‥과다한 이자율 때문?


뿐만 아니라 맥쿼리인프라는 수정산 터널 운영사와 마찬가지로 지분 100%를 소유한 백양터널 운영사에 대해서도 돈을 빌려주고 매년 영업이익 가운데 상당한 규모의 이자수익을 챙겨갔다.


2012년 백양터널의 자기자본비율은 -285%로 부채(1764억원)가 자산(458억원)보다 많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양터널은 차입금 대비 이자율은 19.3%로 시중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정산 터널 운영사는 주식회사인 관계로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지만 유한회사인 백양터널 운영사는 공시 의무가 없어 자세한 재무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실정이다.


통행료 수익에다 지자체로부터 재정 보전까지 받는 수정산 터널과 백양터널의 자본구조가 악화된 주된 요인은 운영사에 돈을 빌려준 맥쿼리인프라가 지나치게 과다한 이자를 챙기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본사회연구소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인본사회연구소 신성훈 실장은 “맥쿼리인프라는 터널 운영사에 빨대를 꽂아 혈세로 보전되는 지자체의 재정보전금과 통행료 수익을 이자수익과 배당금으로 빨아들이고 있다”며 “자본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구조를 만들고 이자수익과 배당금으로 순이익을 빼돌려 법인세를 덜 내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 될 것 없다”


이에 대해 맥쿼리인프라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자사업법인은 통상 후순위대출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후순위대출은 시중 은행이 하고 있는 선순위대출과 다르게 만기가 길고 담보가 없기 때문에 위험률이 높아 이자율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민자사업법인 대부분은 후순위대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배당에 관련해서는 “펀드는 투자자들이 모여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한 만큼의 이익을 돌려주어야 한다”면서 “펀드사가 사업기간 동안 얻은 수익에 대해 특별한 이유 없이 배당을 하지 않을 경우 금융감독원에 패널티를 받거나 과세한 대한 세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맥쿼리인프라는 국내 세법에 따라 다른 펀드사들과 동일하게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맥쿼리인프라는 감독기관의 감시를 받고 있는 국내 상장사로 우리나라 민자사업법이 허용하고 있는 내에서 적법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맥쿼리인프라보다 이자율이 높거나 적자범위가 더 큰 데가 많다. 맥쿼리인프라가 특별히 더 나쁘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실시협약 개정 필요성 대두


한편,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부산시당 위원장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부산시가 백양·수정터널에 과도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어 실시협약의 개정 필요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맥쿼리인프라가 터널 운영권을 매입할 당시 부산시는 최소운영수입보장금액(MRG)과 요금미인상분에 대한 재검토를 하지 않아 결국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백양·수정터널의 실시협약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강동규 변호사는 “맥쿼리인프라가 자회사인 터널 운영사에 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수익을 받는 것은 사실 실시협약과 상관없는 일이지만 터널에 지원되는 세금으로 인해 시민의 부담과 불편이 커진다는 점을 바탕으로 통행료 인하와 실시협약 개정을 압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자본인 맥쿼리가 설립한 한국법인 맥쿼리인프라는 우면산터널, 부산신항,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등 전국 곳곳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고 있어 ‘인프라 공룡’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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