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 ‘사망’…‘직접고용 아니다’ 산재불가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롯데백화점에서만 10년 넘게 아르바이트 근무를 했던 A씨가 근무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하지만 ‘책임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직접고용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이 아르바이트생의 죽음을 외면하고 있다.


‘상생’을 하겠다며 사재를 털어 내고,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롯데그룹의 이면이다. 계약서 조차 쓰지 않았던 아르바이트생의 죽음은 롯데그룹에게는 ‘별개의 일’과 다름이 없었다. 2013년 연달은 자살파문 이후 롯데백화점에는 ‘빨간딱지’가 붙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백화점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간 업자에게 끼어들 수 없다” 수수방관
산재·고용보험 혜택도 못 받아‥문제 없나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아르바이트생 A씨는 지난 15년간 롯데백화점의 ‘장기 근무자’였다. 물론 정직원은 아니었지만, 롯데백화점서만 10여년을 일했다. A씨는 지난 10월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에 서 열린 ‘아웃도어·스포츠 특집전’에서도 판매직을 맡았다.


사망한 직원, “책임자는 없다”


당시 특집전에서 ‘아이더’ 제품의 점퍼와 바지를 판매하던 A씨는 일당 6만원을 받았다. 행사가 시작된 후 4일 뒤, A시는 점심시간 중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다. 한참이나 돌아오지 않아 A씨를 찾으러 간 동료가 화장실에 갔을 때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급성 심장마비였다.


유족 등에 따르면 A씨는 그간 10여년을 롯데백화점에서 일했다. 물론 정직원도 아니었지만 부산 본점과 광복점을 오갔다. 단순 ‘아르바이트’로 보기에는 그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이런 상황에서 “직접 고용이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10년을 일했지만, A씨의 직함은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 판매사원’. 언제 바뀌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존재인 것이다.


당연히 산업재해보상에 있어서도 소극적이었다. 유족 측은 10여년간 몸담았던 롯데백화점 측에 산재처리를 요구했지만 롯데백화점에서 돌아온 대답은 “직접 고용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나서기 어렵다”는 대답이었다. 매년 롯데백화점에서 판매를 하고 일을 했지만, 롯데와의 계약관계는 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하지만 3430여명이 근무하는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에서 정규직은 단 150명. 4.3%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입점업체 판매사원은 87%에 달한다.


이러한 사고가 날 경우가 항상 도사리고 있음에도, 3430여명의 직원 중 무려 87%는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직위원회 최연옥 위원장은 경남CBS<시사포커스 경남>과의 인터뷰에서 “저희들이 판단할 때는 화려한 백화점이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공간이라든가 휴게시설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심각하게 알바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환경’에도 문제가 있음을 주장했다.


버림받는 알바들, ‘자리는 어디로’


산재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또 다시 드러났다. A씨가 근로계약서를 작정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근로기준법 17조에 의하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한 부씩 교부하도록 되어있음에도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게다가 이번 한번 뿐이 아닌 롯데백화점에서 일하는 기간 동안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는 것이다.


‘아이더 점주’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구두로 계약을 많이 한다. 하루 이틀 일하는데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은 좀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일에 대해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언급한 뒤 “근로계약서를 일용직 아르바이트가 먼저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악용’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을 경우 근무하면서 나오는 피해는 모두 아르바이트생이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실 한 매장에서, 정직원으로 장기간 일한 것은 아니지만 롯데백화점에서만 10여년을 일했다면 롯데백화점도 이를 ‘법적인 틀’에서만 생각한다면 큰 문제가 있다”며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롯데백화점의 직원’으로 각인이 될텐데 이러한 문제가 불거진다면 롯데백화점 입장에서도 좋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갑질도 끊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구설수가 롯데백화점에서 유독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 기억속에서 ‘갑질’이라는 단어가 강하게 뇌리에 박힌 이유이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이 유독 이러한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이미지가 매우 좋지 못한 편”이라면서 “자살사건 등으로 인해 롯데백화점의 이미지는 이미 실추될 대로 실추된 상황인데, 수백만원을 들여 광고를 해도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롯데백화점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인식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특히 2013년 일어났던 롯데백화점 구리점과 청량리점에서도 협력업체 직원 자살 사건이 두 차례 발생 때도 ‘정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롯데 측에서는 “많은 직원이 있어서”, “직접고용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를 대며 억울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통업계 거물이자, 일류 기업이라고 보기에 롯데의 그간 행보는 유독 치졸하기만 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물론 롯데는 법적인 테두리에서 ‘불법적 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에서는 ‘또 롯데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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