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자리 내줄까봐’…전전긍긍

[스페셜경제=고수홍 기자]서울시를 넘어 전국으로 뻗어가고 있는 교통카드 결제시스템 ‘티머니’ 운영사 한국스마트카드에서 나오는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동안 불거졌던 교통카드 사업자 독점체제 논란과 더불어 선충전금 잔금수입 운영 투명성, 내부 인사 문제 등 숱한 논란의 대상이 된 이래 최근 계약 연장을 빌미로 ‘뒷돈 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제기되면서 교통카드 독점체제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독주체제 금 가랴’…실권 유지 차 ‘뒷돈 거래’ 의혹
잔금출연 사회재단 투명성 의문…환원 보단 ‘실익’


그동안 한국스마트카드는 서울시 대중교통 연계 통합카드 시스템 사업 초대 운영사로 사실상 해당 사업의 독점적 지위를 영위해 왔다. 2003년 서울시 교통시스템 개혁을 추진한 이래 독점권을 부여 받아 오면서 후발업체 및 신용카드사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10년간 독점 어떻게?


서울시 교통카드 결제 전권이라는 막강한 특권을 갖고 있었던 탓에 신용카드사들 역시 스마트카드 측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서울시는 사업 초기 후발업체의 진입을 제한한다는 조건으로 민영자본이 설립한 한국스마트카드에게 10년 이상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 운영권을 도맡게 했다.


이후 2013년 시작된 2기 교통카드시스템 사업이 후발업체들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공개입찰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한국스마트카드의 절대적 입지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 업체에 몰린 독점체제로 인해 말이 많았던 차에 경쟁체제가 성립되면서 그동안 불거졌던 의혹들도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한국스마트카드 설립사인 LG CNS에 대한 서울시의 특혜 사실이 잇따라 등장했고 내부 인선에서도 설립사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 등 관련 의혹이 상당했다. 공개입찰에서도 한국스마트카드는 경쟁사 입찰 제한, 모집 사업 부문 중복입찰 허용 등 무성한 뒷말을 남기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다시 운영권을 따내게 됐다.


한국스마트카드가 서울에서 독식을 하고 있는 사이 경쟁사도 ‘캐시비’도 경남권에 상당한 인프라를 조성하면서 후발업체로 교통카드 연 이용액 6조원 시장의 수도권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동종업체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서울시 규정에 따라 10년 가까이 진입로가 막혀 있었지만 공개입찰로 진행되면서 서울 및 수도권에 진출이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공개입찰에서 동종사업 업체의 입찰을 제한하면서 또 다시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기부채납(사업시행의 조건으로 국가 및 지자체에 기부하는 재산권)으로 한국스마트카드 대주주 자리에 오른 서울시와 LG CNS 간 뿌리 깊은 유착관계가 원인이 됐다고 봤다. 2기 교통카드 사업자를 공개입찰하는 과정에서도 한국스마트카드에게 입찰 정보가 제공됐다는 등 의혹이 난무했다.


공개입찰에도 ‘요지부동’


입찰제안서를 한국스마트카드가 직접 작성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고 심사위원 명부까지 미리 입수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여기에 LG 집안 자제를 사위로 두고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제 이상득 전 국회의원의 동문 출신이 한국스마트카드 대표를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력 간 커넥션 의혹까지 퍼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2003년 당시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가 계약을 맺으면서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정황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스마트카드가 대기업 자본과 정계 권력의 뒷받침을 받고 있는 것이 독점 체제를 가져가는데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의혹이 나왔던 셈이다. 결국 한국스마트카드는 10여년에 걸친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 단독 운영 후 2기 사업을 따내기까지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 12일 한 매체에서 보도된 한국스마트카드와 서울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간 ‘뒷돈 거래’ 의혹 역시 앞서 제시한 한국스마트카드의 수도권 ‘수성’을 위한 일련의 행위였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마을버스조합과 수상한 돈거래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 2011년 4월의 일이다.


마을버스조합은 2011년 시스템 독점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서울시의 공개입찰 참여 권고를 무시한 채 한국스마트카드 측과 결제시스템 사용 7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그렇게 한국스마트카드의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4년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뒤늦게 한국스마트카드와 돈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얼마 후 운영자금 명목으로 조합 측에 11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측은 이에 대해 2년 거치 후 이자 및 원금 상환을 조건으로 합법적으로 대출해줬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마을버스조합 측도 채무 상환을 위해 빌린 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직 조합 고위 관계자는 경찰 고소를 통해 해당 돈이 ‘무상 지원’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측은 기업조달 금리인 5%만 받고 담보도 없이 자금을 제공했지만 뒤늦게 서울시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자 한국스마트카드 측이 조합에서 차용증을 받아 대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또 이를 조합 측이 이를 문제 삼지 못하도록 보상 차원의 위약금까지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사에서는 이를 되갚는 신세가 돼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고소인은 한탄했다.


뒤늦게 알려진 ‘수상한 거래’


추후 수사결과에 따라 한국스마트카드는 과징금 등 제재 조치를 받을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간의 행적과 함께 또 다른 의혹이 추가된 셈이다. 교통카드 결제시스템의 경우 일부 기기 인프라를 제외한 서버 관리와 정산 프로그램 등 시스템 솔루션은 중소 IT기업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의 관리 시스템은 대기업에 편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기 시스템 추진 당시통합정산시스템(331억원)과 카드시스템(78억원), 단말기 운영관리시스템(46억원) 등 3개 분야로 나눠 발주했지만 모두 한국스마트카드 손에 돌아갔다.


정부 차원의 전국단위 호환 교통카드 도입 등 교통카드 시스템을 놓고 경쟁은 가열되고 있다. 하지만 티머니에 편중된 사업 인프라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시는 이미 정부와 티머니 등 기존 카드를 전국 단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에 대해 3년 유예하는데 합의했다.


이밖에 한국스마트카드는 소비자들의 교통카드 선충전 잔금 사용에 대해서도 투명한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충전선수금 잔액은 2092억원, 총 이자만 132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당초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과 달리 서울시 등의 정책자금으로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