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무리수에 골병드는 직원들

[스페셜경제=고수홍 기자]하나·외환은행 합병 후 더욱 공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의 기세가 뜨겁다. 하나은행은 합병 후 최대 자산을 보유한 국내 1위 은행으로 발돋움한 후 조직 개편을 통해 국내외 영업 역량을 확충했고 그룹 차원에서도 오는 30일 일부서비스 시행 예정인 계좌이동제에 따라 계열사 통합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출시하는 등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하나멤버스’의 경우 그동안 금융권에서 볼 수 없었던 기능을 담은 서비스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탓일까. 직원들의 멤버스 고객 유치 압박도 넌지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김정태 회장이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에 직원들까지 동참해야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최근 그룹의 분위기가 독단적 리더십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사업 영업성과 ‘넌지시’…‘할당치’ 주고 직접가입 ‘센스’
최경환 던지고 김회장 받고…영업시간 조정 알아서 ‘척척’


최근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 합병 후 국내 1위로 도약한 KEB하나은행의 위상에 걸맞게 새로운 이미지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정태 그룹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청년희망펀드 동참을 선언하는 등 대외 이미지 관리에 힘쓰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의 오랜 구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하나멤버스는 합병 후 새로워진 회사의 능력과 미래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적인 상품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직원들에게 영업성과를 넌지시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 외려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될 지경에 놓였다.


직원 줄 세우는 ‘하나멤버스’


하나멤버스는 KEB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하나생명·하나캐피탈·하나저축은행 등 하나금융그룹 6개 계열사의 거래 정보를 모아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이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 서비스다. 하나그룹의 통합 사이버머니 브랜드인 ‘하나Money’뿐만 아니라 OK캐쉬백, SSG Money, CJ ONE 포인트 등 시중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유통망 가맹·제휴 포인트를 한데 묶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고객 인센티브 차원의 소액 적립금을 일원화시키는, 어찌 보면 단순한 발상이지만 그동안 금융권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서비스인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적합한 상품이다.


무엇보다 하나멤버스는 외환은행과 통합 후 처음 선보이는 서비스로 새롭게 출범한 회사의 이미지를 개선해주는 중요한 임무도 함께 맡게 됐다. 더군다나 김 회장의 조기 통합 추진 당시 일련의 과정에서 잡음도 상당했던 만큼 하나멤버스에 쏠린 기대는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부담이 작용했던 탓인지 그룹 측은 프로그램 내에 하나금융그룹 금융인 추천란을 만들어 고객 유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룹 내 관계자의 고유번호를 추천인란에 등록하면 해당 직원이나 부서가 고객을 유치하는 식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직원들의 호응을 높이기 위해 추천인 제도를 도입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결국 본사 차원의 영업 압박으로 귀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벌써부터 할당치 채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당 30~50명 가량을 의무적으로 모집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할당치를 채우기 위해 가족·지인에게 카카오톡 등으로 가입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룹 측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가입 할당이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본사 차원에서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면서 "이를 통한 특혜도 없다란 입장을 보였지만 일부 직원들은 무언의 압박에 타의던 자의던 가입 유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 청년펀드가입에…


추천인 제도의 본래 취지는 영업인력 외 직원도 상품 홍보에 참여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직원이 직접 상품을 다뤄보고 장점을 느낀다면 정보 공유를 통해 자연스레 홍보 등의 파생효과가 생길 수 있지만 타의에 의해 강제적인 할당량을 채운다면 외려 그 부탁을 받는 사람 역시 부정적 인식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룹 측은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추천인 제도를 만들었지만 하나금융그룹의 내부 분위기는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 일이 있기 얼마 전 하나금융그룹은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한 ‘청년희망펀드’ 가입을 직원들에게 강요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청년희망펀드를 취급하는 각 영업점, 지점장들을 중심으로 김 회장 등 임원진이 청년희망펀드 동참을 선언한 이후 직원들에게 구두 또는 전자우편으로 1인당 1계좌씩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최근 보도됐다.


외환은행 조기 통합 여파로 분위기도 위축돼 있던 탓에 직원들이 느꼈던 압박도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만에 하나멤버스에 대한 가입 할당 논란이 발생하면서 직원들의 분위기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외환은행 통합으로 인한 위로금 가운데 일부를 사이버머니인 ‘하나머니’로 지급하면서 직원들의 불만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출시 예정이던 하나멤버스 테스트 버전을 통해 해당 사이버머니를 지급했지만 현금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편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룹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테스트버전을 직원들에게 시험 가동하는 차원으로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하나멤버스를 통해 지급되기로 했던 위로금은 당초 예정됐던 것보다 한 달이나 늦어졌음에도 현금화를 위한 ATM 호환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통합, ‘후유증도 안 가셔?’


업계 일부에서는 최근 하나금융그룹의 이 같은 모습이 독단적 리더십의 모습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정태 회장이 외환은행과의 조기 통합을 추진하면서 발생했던 그룹 내부 혼란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지만 잇단 강제적 조치가 행해지면서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청년희망펀드 가입 등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것은 좋지만 은행영업시간 조정 문제 등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해결해야하는 부분에 대해 김 회장이 충분한 협의 없이 ‘수용이 가능하다’라는 의사를 밝히면서 직원들의 불만도 더욱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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