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 리더십, 직원들 집단 반발…“갈 때 까지 갔다?”

▲ 한화투자증권 건물(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유민주 기자]증권업계에서 한화투자증권(이하 한화증권) 주진형 사장의 독자 행보에 의구심 가득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화증권 내부 직원들의 반발은 물론 증권업계에서 바라보는 눈빛마저 차갑다.


주 사장은 앞서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매도 리포트 확대, 리서치센터 내 편집국 설치, 과당매매 방지 등을 실시 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에 반기든 직원들이 결국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주 사장은 최근 ‘서비스 선택제’를 도입했는데, 이는 또 다른 직원들과의 불협화음으로 이어졌다.


특히 전국에 퍼져있는 지점장들은 주 사장을 공개적으로 규탄하면서 사장의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까지 벌였다. 게다가 회사의 정책에 영향을 받는 고객들의 이탈 우려까지 더해져 한화증권의 내부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 사장은 개인 SNS를 통해 회사 방침을 먼저 공개하는가 하면 정부 관계자를 비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최근 나타난 한화증권 주 사장의 파격 행보와 그룹 내 의혹, 정부 관계자 폄하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파격 제도 잇달아 선보여, ‘서비스 선택제’는 무엇?
페이스북 마니아 대표님, “그룹도 사장 못 건드려”


한화투자증권의 내분이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한화증권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주 사장은 그동안 업계에서 나오지 않았던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우선 전례 없는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리서치에 ‘매도 리포트’를 쓰도록 지시했으며, ‘과당매매 방지’를 추진했다. 이 같은 주 사장의 독자 행보에 반발한 직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는 심각한 수준에 달했고 이에 회사는 새로운 직원이 영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주 사장의 파격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내년 3월로 예정되어 있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주 사장은 그룹에서 연임 불가 통보를 받았지만, 독자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에 ‘서비스 선택제’를 도입 했는데, 이 제도가 내분의 시작이 됐고 현재는 임직원들의 집단 반발로 이어졌다.


▲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사진제공=뉴시스)
서비스 선택제, “개미투자자 떠나도 좋다?”


서비스 선택제는 고객이 주식 투자 시 위탁 증권사 직원의 상담을 받고 매매하는 ‘컨설팅 계좌’와 스스로 주식 매매를 하는 ‘다이렉트(비상담) 계좌’로 분리해 선택 개설하도록 만든 제도다.


컨설팅 계좌를 선택한 고객에게는 프라이빗뱅커(PB)와 개별 주식 투자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거래금액의 0.195~0.395% 정률 수수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다이렉트 계좌를 선택한 고객에게는 정률 방식의 주식 거래 수수료율 대신 정액제 건당 최소 6950원(온라인 기준)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방식이다.


정액제인 다이렉트 계좌는 이전 제도에 비해 고액을 적은 빈도로 매매할 때는 유리하지만 500만원 미만 금액을 빈번하게 매매한다면 불리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시행이 되기 전부터 사내 지점장들의 강한 반대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달 30일 한화증권 지점장들은 서비스선택제 도입을 주도한 주 사장에 대한 항의방문을 벌인 데 이어, 전 지점(54곳)이 참여한 지점장협의체까지 만들었다. 이들을 비롯해 일선 직원들의 반응도 역시 차갑다.


리테일본부 사업부장과 지점장들은 “소액 투자자의 수수료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고객 이탈과 영업기반 훼손이 우려된다”며 제도 시행 유보를 요청했지만, 주 사장은 서비스 선택제를 이달 5일 예정대로 강행했다.


또한 그는 이번 집단 항명을 주도한 임원 3명과 지점장 1명에 대해 자택 대기명령을 내리는 등 문책성 징계를 내렸다.


게다가 주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앞으로 계속 조직적인 선동을 주도하거나 정상적인 업무를 해태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하겠다”고 통보했다.


▲ 주진형 사장 페이스북 전체공개 게시글 캡쳐
주 사장의 SNS, “독 됐다”


한편, 주 사장은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글을 자주 게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공개로 게시돼있는 글을 살펴보니 여느 사용자와 같이 자신의 생각을 펼쳤다.


그러나 문제는 주 사장이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써 공인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등 자신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글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주 사장은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이 ‘수십억 받는 CEO들 연봉 깎아 청년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발상과 억지 주장이다. 거의 감탄이 나올 정도다. 저런 분이 현 정부의 노동개혁을 담당하고 있다니. 노동부에서만 일생을 보내서 저렇게 생각하게 된 것인지.?’라고 글을 올렸다.


이는 현 정부를 비판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한화증권은 물론 한화그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한화투자증권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주 사장의)개인적인 거라,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며 “할 수 있는 말, 부분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취재 도중 “관계자 멘트를 빼 달라”고 했고, 그러다가 “잘못하면 다치시게 될 거에요”라고 겁박했다. 이후 그는 “못들은 걸로 해 달라”고 말했지만, 끝내 사과는 하지 않았다.


김승연 반기 든 주 사장, 믿는 구석 있나?


이와 같이 그룹에서 연임불가 통보를 받고서도 계속되는 주 사장의 파격적인 행동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주 사장에게 엄청난 힘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 사장은 앞서 2013년 9월 한화증권 대표로 취임할 당시 ‘그에게는 그룹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고 주 사장 본인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임직원 집단 반발 사태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주 사장은 임기와 추진업무에 대해 그룹과 약속받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도 주 사장의 고집을 꺾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여승주 한화그룹 부사장이 한화증권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상태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질 받는 주 사장의 행동은 분명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주 사장의 결정에 임직원들이 단체로 반발하고 고객 이탈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화증권은 물론 그룹에서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주 사장의 파격 행보에는 사실상 김승연 회장의 지시에도 굴복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그룹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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