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고수홍 기자]정부가 해외 곡물 조달사업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곡물의 국제 시세 변동을 대비해 안정적 수입 루트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지만 과거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 사업 성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농림부 등에 따르면 2011년 국제 곡물조달 사업 실패 후 환수됐던 예산 550억원을 재투자하기 위해 기획재정부는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4% 수준이다. 밀, 옥수수 등의 수입 의존도는 99%에 이른다. 국내 쌀 생산량은 430만t 가량이지만 수입 곡물량은 1600만t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곡물 가격은 국내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 등으로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곡물 가격 변동폭도 커지고 있다. 수입 가격도 해외업체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안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2017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과거 실패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사업에는 민간 기업을 참여시켜 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사업 파트너는 최근 국제 곡물시장 진출을 선언한 하림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6월 해운업체인 팬오션을 인수한 하림은 이를 기반으로 곡물 조달사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2008년 정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도하는 국제 곡물 조달 전문회사를 세웠지만 세계 곡물 공급 축소 여파로 해외 곡물 창고 인수 가격이 폭등하면서 조달 인프라 조성에 실패했다. 또 사업에 대한 정부 주도의 참여가 해외 곡물업체들과의 거래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었다. 이에 이번 사업은 민간이 주도하도록 방침을 바꾼 것이다.


마침 연간 200만t 가량의 사료용 곡물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하림이 팬오션 인수와 함께 곡물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번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하림은 국제 곡물유통의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수입선을 개척하고 이후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 현지 창고를 사들여 해외 곡물 유통에 직접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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