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조 통큰 투자…‘국민 기업 거듭 난다’

▲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본격적인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서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회장 부재로 인한 우려를 털어내는 것과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주목, 국민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상생의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전역 연기 장병을 신입 사원으로 우선 채용하겠다는 정책과 저소득 노인 주거복지 개선을 위해 100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통큰 결정’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재계를 중심으로 SK그룹에 최근 어느 때보다 활기가 돌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태원 리더십’의 귀환인 셈이다.


다음 달 초까지 중국·대만 등 ‘범 중화권’ 거점 찾아
‘전역 연기 장병’ 신입 사원 우선 채용 호평 잇따라


최 회장이 사면 후 처음으로 찾는 글로벌 사업 현장은 중국, 대만 등 범(凡) 중화권 핵심 거점이다. SK그룹은 물론 한국경제 전체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지난 26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한 최 회장은 중국과 대만 등을 거쳐 다음 달 초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장쑤(江蘇)성에 있는 SK하이닉스 우시(無錫)공장을 방문한다. 이천 SK하이닉스 M14 준공식 바로 다음날 우시공장부터 찾은 것은 우시공장이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


SK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지금과 같은 규모로 성장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우시공장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최 회장이 제일 먼저 찾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장쑤성과 우시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각각 갖고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시를 둘러싼 장강 삼각주는 중국 GDP의 21%를 차지할 만큼 산업 거점일 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또 최 회장은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과 합작 설립한 우한 에틸렌 공장도 방문한다.


우한 에틸렌 공장은 총 투자비 3조3000억 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현재 나프타분해설비(NCC) 등에서 에틸렌을 비롯해 총 연산 약 250만톤의 유화제품을 생산 중이다.


최 회장이 7년간 공을 들인 끝에 성사된 대표적인 글로벌 사업인 우한 에틸렌 공장은 지난해 초 상업생산을 시작한 첫해부터 이례적으로 23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특히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680억원을 기록, 지난해의 7배에 달할 만큼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SK그룹은 우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함에 따라 중국에 석유화학 생산기지를 확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됐다.


이만우 SK그룹 PR팀 부사장은 “최 회장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 사업현장에 머물며 굵직한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겠다고 말할 정도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면서 “앞으로 국가경제 활성화와 SK의 위기극복,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해외사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46조원’ 과감한 투자


앞서 SK그룹은 총 46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4년까지 M14를 포함해 총 3개의 반도체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과감한 투자 계획으로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지난 25일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M14 준공 및 미래비전 선포식’을 갖고 M14에 15조원, 나머지 두 공장 건설에 31조원을 투자해 모두 3개의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공장은 경기도 이천과 충청북도 청주에 각각 세울 계획이다.


특히 ‘내일을 여는 위대한 도전’을 주제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후 11일 만에 박 대통령과 만나 경제 활성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뉴시스

M14는 이천 본사에 1997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구축되는 300㎜ 전용 반도체 공장으로 축구장 7.5개 면적에 해당하는 5만3000㎡(1만6000평, 길이 333m, 폭 160m, 높이 77m)의 규모로 조성됐다.


단일 건물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총 6만6000㎡(2만평, 한 층 당 3만3000㎡)의 2층 구조 클린룸에서는 최대 월 20만장 규모의 300㎜ 웨이퍼 생산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는 그룹 편입 직후인 지난 2012년 반도체 업계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도 최 회장의 결단으로 시설투자를 10% 이상 대폭 확대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국 지난 2년 동안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하는데 성공, 성공적인 M14 건설에 이르게 됐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M14에서 발생될 매출이 국민경제에 55조원 규모의 생산유발과 21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또 M14에 대한 투자가 지역경제에 5조1000억원의 생산 및 5만9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두 개의 신규 공장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M14 투자의 3배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 회장은 “M14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 지지와 관심을 아끼지 않은 정부, 지자체, 지역사회, 협력사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경제 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지만, 지속적인 혁신과 사람에 대한 투자로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해 국가 대표 기업으로서 국민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역 연기 장병’ 우선 채용


국민들과의 ‘상생’을 위한 SK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SK는 최근 남북 대치 상황으로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들을 신입사원 채용 때 우선 채용한다고 밝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SK는 “남북 협상이 타결되기 전인 24일까지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들 중에서 SK 입사 희망자가 있으면 소정의 채용 과정을 거쳐서 우선 채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 역시 최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측은 “최 회장이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이 50여명에 육박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 관련 부서에 우선 채용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이 보여 준 열정과 패기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DNA가 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와 기업은 이런 정신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SK그룹은 저소득 노인층에 대한 주거복지 개선을 위해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SK그룹은 올해 200억원, 2016년 400억원, 2017년 4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정하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익단체에 기부할 예정으로 세부 기부 시기는 정부와 협의 후 결정된다.


이번 기부 결정은 지난 17일 확대경영회에서 논의된 광복 ‘70년 선배세대 챙기기’의 일환이다.


앞서 최 회장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온 선배세대와 국가 유공자,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SK가 이바지해야 하는 것이 광복70년의 의미다. 관련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이번 기부가 주거와 고독사 문제 등 저소득층 노인복지 해결을 위한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선배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감사 풍토도 조성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문석 SK 사회공헌위원장은 “노인복지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기업 사회공헌활동에서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했다”면서 “이번 기부를 계기로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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