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과 짜고…자기 주머니만 챙겨”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되던 CCS(회장 유홍무)의 주가조작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코스닥 상장기업 사주를 중심으로 한 시세 조종 세력들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통해 차익을 챙기고 이들 사이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검찰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특히 일부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가 조작된 주식을 일부러 운용 중인 펀드에 담으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를 유도,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등 금융사 직원들의 모럴해저드 현상에 대해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00억 부채 해결위해 금융사 직원 매수해 ‘시세 조종’
추격 매수 나서자 ‘치고 빠지기’…20억원대 부당 이득


지난 16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코스닥 상장업체인 CCS에 대한 조직적인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 유홍무 CCS 회장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유 회장 등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CCS에 대해 1300여 차례의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해 약 21억원의 부당이득을 실현한 혐의(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를 받고 있다.


유 회장은 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적자가 누적되면서, 2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금융권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관리인인 박모씨에게 주가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씨는 전문 주가조작꾼인 증권사 직원 출신 양모씨와 금융브로커 김모씨에게 시세조종 자금 7억5000만원과 주식 60만주를 제공해 주가조작을 의뢰했다.


이들의 ‘작전’이 시작되면서 CCS 주가는 주당 964원에서 최고 3475원까지 뛰어올랐다. 유 회장은 주가가 인위적으로 4배 가까이 부양되자 자신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CCS 주식 800만주 중 364만주를 처분해 차익을 봤다.


증권사 임원까지 연루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CCS 주가조작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이들 중엔 자산운용사 관리 업무를 맡고 있던 임원급 인사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애플투자증권 법인영업부에 재직 중이던 신 모 상무는 지난 2012년 2월 자신의 증권사 고객인 자산운용사에 유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CCS 주식 30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팔아주고 그 대가로 1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를 받고 있다.


CCS는 당시 전년도에 수십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일반 기관투자자들이 CCS 주식을 사들일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신씨가 1억원을 받고 자신이 관리하던 자산운용사를 통해 CCS 주식을 대량 매수하자 이를 ‘호재성 정보’로 여긴 개미투자자들이 CCS 주식을 사들였다가 주가가 폭락, 큰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주가부양과 기관투자자의 주식 매수에 현혹된 개미투자자들이 교묘한 속임수에 속절없이 당하고 만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의 대량 주식 매집을 두고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호재성 정보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신씨 등은 지능화된 수법으로 시장 신뢰를 완전히 교란시켰다”라고 말했다.


또 “주가조작 세력과 대주주, 증권사 임원 사이의 구조적 비리가 낱낱이 드러난 사례”라면서 “기존의 주가조작 수사에 멈추지 않고 주가조작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오가는 금품거래와 기관투자자가 얽힌 비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CCS 계열사들의 부동산 등에 20억원 상당의 추징보전청구를 해놓은 상태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증권가 내부에서도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주가 조작을 의뢰하는 기업인들도 문제지만, 증권가가 돌아가는 원리를 잘 알고 있는 증권사 관계자들까지 이 같은 불법에 연루된다는 것은 엄연한 범죄임은 물론 고객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파렴치 행위로 지탄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CCS는 충북 중부지역 기반 종합유선방송업체다. CCS는 지난 2001년 설립돼 충주·제천·단양 등 충북 도내 북부권과 증평·진천·음성·괴산 등 도내 7개 시·군의 소식과 프로그램을 전하고 있다.


본사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에 있다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로 불렸으며, 반 총장의 방한 소식이 있을 때마다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반 사무총장과 CCS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공정거래의 ‘진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해가 지날수록 이른바 ‘작전세력들’이 사용하는 방법이 복잡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접수한 불공정거래 사건은 총 178건으로 전년 대비 8건(4.3%) 감소했다.


범정부적으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 등을 시행한 데 힘입어 과거 3년간 평균치(226건)보다 48건(21.2%) 감소했다.


그러나 불공정거래는 시간이 갈수록 복잡화·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 각종 부정 수단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부정거래 행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주식 거래가 늘어난 데 힘입어 인터넷 증권방송, 메신저 등 사이버공간을 활용한 불공정거래도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알고리즘매매, 주식 신규상장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수법도 교묘화·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외국인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코스피200 야간선물시장에서 시세를 조종한 사례를 처음으로 적발했다. 알고리즘 매매는 투자자가 미리 설정한 가격·거래량·경제지표 등의 매매 조건에 따라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신종 금융상품의 증가와 스마트폰이나 SNS 등 IT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불공정거래 수법이 복잡다변화·지능화되고 있다”며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에 떠도는 루머에 편승하거나 인터넷에 제공되는 정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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