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윤의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기]건기에 비맞으며 산치로 15탄

권도윤 / 기사승인 : 2015-08-15 10: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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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권도윤 기자]여행(旅行)의 사전적 정의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 여행이란 ‘언어’라는 수단으로 온전히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행동에 옮기기에 앞서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의 막연한 설레임, 그리고 매 순간마다 찾아오는 선택의 고통, 그럼에도 ‘항해’를 지속하게 하는 알 수 없는 힘.


그리고 모든 여정을 마친 후 원래 있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든다. 아련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해지는 기분. 이 모든 과정이 여행이고, 이를 경험하기 위해 우리는 또 다시 여행을 결심한다. <편집자주>


옴카레슈와르(Omkareshwar)에 머물며 자전거도 정비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여정을 시작했다.


버스에서 본 것처럼 인도르(Indore)로 가는 길은 끊임없는 오르막이었다. 산길 정상에 오르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간다. 주변 구멍가게에서 물과 비스켓을 산 후 공터를 발견하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인도르가 다가오자 동쪽으로 연결되는 우회도로가 나타났다. 그 소음과 교통체증을 겪으며 다시 인도르에 갈 이유는 없겠다 싶어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도로는 조금 돌아가게 되지만 시내의 지옥같은 소음과 교통체증을 겪지 않아도 된다. 도로도 편도 2차선으로 넓어져서 한결 조용하게 달릴 수 있었다.


마댜 프라데시에서 달라진 환경


중간중간에 낯익은 원숭이 상(像)상이 보인다. 예전 바투 동굴(Batu Cave)에서 본 하누만이다. 힌두교는 3억이 넘는 신(神)이 있다던데 지방에 따라 인기있는 신이 다른 것 같다. 적어도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주에서는 하누만을 본 적이 없었다. 거기서는 가네샤가 인기다. 행운·지혜·재물 등을 상징하는 가네샤는 코끼리 머리를 달고 있는데 안어울리게 쥐를 타고 다닌다.


역시 인도는 크긴 큰 나라다. 주를 넘어감에 따라 바뀌는게 많다.


마댜 프라데시(Madhya Pradesh) 주로 넘어오면서 날씨는 선선해졌고 푸른 밭이 많이 보인다. 마댜 프라데시에서는 어디나 널려있던 사탕수수즙(Sugar Tea)을 찾기는 힘들다.


또 다른 변화는 소똥이다. 소똥을 원판으로 만들어서 말리는 모습도, 시장에서 파는것도 자주 보인다. 언젠가 소똥을 연료로 쓰는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여긴가 보다. 마하라슈트라 사람들은 공터마다 나뭇가지로 불을 피웠었다.


노점상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사과처럼 생긴 과일에 같은 과일에 소금을 찍어먹는게 이채롭다. 맛은 그다지 없다. 가느다란 무도 보인다. 무 하나에 5루피(약 100원), 두 개에 6루피. 도무지 계산방법은 알 수 없었다.


스모그 가득한 보빨


길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옴카레슈와르를 떠난지 사흘만에 마댜 프라데시 주의 주도(州都) 보빨(Bhohal)에 도착했다. 마하라슈트라의 주도 뭄바이(Mumbai)와 비슷한 모습을 기대하며 보빨에서 쉬어가려고 생각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스모그였다.


마댜 프라데시의 인구는 약 6천만명인데 면적은 대한민국의 세배다. 그러나 보빨은 주도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도로 주변에는 ‘부락’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마을이 있고 길에는 쌍봉낙타가 돌아다닌다. 재미있는 표정의 낙타는 생각보다 키가 큰 녀석이었다.


도시라고 부를 만한 요소는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의 뿌연 공기와 소란스러움밖에 없었다. 결국 보빨은 신속히 지나치기로 했다.


빨리 지나가야하는데 철도차단기가 내려와 발이 묶였다. 사람들은 차단기는 안중에도 없다. 기차가 지나가기 무섭게 통과한다. 걸을때는 느긋하게 걷는 사람들이 기다림은 못견뎌하는 것 같다.


엄청난 매연의 원인은 보빨을 나서서야 알 수 있었다. 흙 색이 유난히 검다 싶었는데 석탄 공장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흙먼지에 검은색이 안보일 때 까지 달렸다. 마침 바닥이 거북 등껍질처럼 갈라진 공터를 발견하고 하루를 정리했다.


새벽 3시쯤 되어 굉음에 눈을 떴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다. 텐트는 어느정도 방수가 되지만 습기까지 막지는 못했다. 건기라서 우천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바닥이 축축해서 불쾌하다. 비가 그치자 바로 텐트를 철수했다. 공터는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보빨에서 숙소를 잡을걸 그랬나?’


밥도 안먹고 새벽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목표는 약 32km 떨어진 산치(Sanchi). 기차역 근처의 숙소를 찾아 250루피(약 5000원)에 묵기로 했다. 뭄바이를 떠난지 한달, 빨래로 산치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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