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자처했지만 ‘빛’ 바래‥‘오너 경영’도 옛말?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LG전자의 주가가 최저수준까지 가라앉고 있다. LG전자 주가가 2분기 실적 우려로 연일 하락하는 것에 이어 지난달 10일 또 다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LG전자 주가는 10일 종가 기준 (4만5050원대)까지 떨어졌다.

LG전자 주가는 지난해 9월 7만원대가 깨진 이후 올해 5월 들어 5만원대까지 하락하다가 7월 들어 5만원선이 무너진 것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또한 목표 주가를 계속 하향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가 반등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LG전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핵심 사업에서 부진하기 때문이다.

LG전자의 핵심 사업부문은 스마트폰 사업과 TV사업 부문인데, 최근 TV 사업부문은 전 세계 업체들의 핵심 고민이자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취임 5주년을 맞는 구본준 대표이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분기 영업익 3500억 추정‥TV, 스마트폰 사업 부진
LCD 업계 1위 신화 ‘무색’‥백색가전 판매량 ‘비상’


LG전자가 올해 2분기 부진한 경영실적이 우려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연일 목표주가를 하향하면서 신저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LG전자가 반등하기 위해서 결정적 ‘한방’이 있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다.


주가 급락 <왜>

LG전자의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LG를 이끌어 가고 있는 TV사업과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에서 꼽을 수 있다.

스마트폰 초창기 LG는 프라다폰과 초콜릿폰의 선풍적인 인기에 취해 이통업계의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한발 늦게 안착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위기의 LG는 새로운 구원투수로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을 LG전자를 이끌 수장으로 낙점했다.

구 부회장은 1999년 LG디스플레이로 옮긴 후 3년 만에 LCD 업계 1위에 올려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경영진 보다 오너십을 발휘하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LG전자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2010년 10월 1일 취임한 구 부회장은 “다시 도전하자.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 우리 손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자”고 강조하면서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구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4년간 R&D 투자금액(누적)만 3조5460억원에 이르는 등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갔다. 특히 지난해에는 LG그룹 계열사의 핵심 역량이 집중된 전략스마트폰 G시리즈가 잇달아 성공을 거두며 실적 개선을 이끌어내는 등 구본준 부회장의 ‘독한 DNA’ 전략이 먹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LG전자 내 휴대폰 사업부문인 MC사업본부는 지난 2·4분기 3조 6,203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010년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고 영업이익 859억원을 달성, 지난해 3·4분기 이후 4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최근 LG전자의 실적은 다시 돌아서고 있다.


세계 3위 스마트폰의 ‘추락’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 휴대폰 매출액 점유율이 처음으로 3위를 기록하면서 구본준 ‘효과’를 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효자’ 노릇을 했던 G시리즈가 비교적 선방한 것과 다르게 올해는 G4 판매부진과 하반기 경쟁사 신규 스마트폰 때문에 목표치 7000만대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 또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G4’ 역시 160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와 8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등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했다. 하지만 LG전자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가죽 후면 커버, 고화질 카메라 등 다양한 차별점을 내세웠지만 증권업계 추산 2분기 G4 출하량은 최대 200만대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LG가 자신만의 차별화된 색상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거의 모든 신작이 상향 평준화 됐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삼성과 애플이 독주하는 상황과 중국 신흥업체 사이애 낀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LG전자가 스스로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시장에서 LG전자의 존재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LG전자가 위기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TV사업 ‘위기감’


LG전자는 스마트폰에 이어 TV사업 등에도 부진이 예상되면서 전체적인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혜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TV사업이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TV사업 부진은 LG이노텍 등 LG 계열사의 실적악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봉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TV시장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감소한 게 주 원인”이라며 “수요 하락에 대한 부담으로 TV를 담당하는 HE 사업부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TV사업 부진은 지난해 3분기 일시적인 영향으로 인식됐던 신흥시장 환율문제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고 2분기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을 맞은 꼴이다.

하지만 LG의 TV시장 위기감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바로 LG가 야심차게 밀고 있는 올레드(OLED)TV가 바로 그것이다.

LG의 올레드 TV는 미국과 유럽에서 최고의 TV로 선정되는 등 최근 부진한 사업속에서 홀로 선방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를 이끈지 5년째가 되고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TV시장이 동반 부진을 거듭하면서 그의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본준 부회장이 다시 한 번 LG전자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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