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경영위기에도 실사?‥인수 우선권 카드 ‘고심’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9일부터 성동조선에 대한 재무실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확한 실사를 위해 30여명 정도로 구성된 ‘성동조선 위탁경영 TF’를 꾸린 상태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 실사는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위탁경영을 맡아줄 경우 향후 수주 선박에 대한 선수급환급보증(RG)를 모두 떠 앉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부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선업황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1조원대의 적자를 낸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까지 위탁경영 하면서 부실의 폭이 더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어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좌초’‥新성장동력 발판?
성동조선 야드 사용 긍정적 검토‥30여명 TF팀 구성


삼성중공업이 채권단 공동관리중에 있는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실사에 착수했다. 성동조선해양은 한 때 세계 10위권 내 수주잔량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자율협약 상태에 있다.

업황 불황으로 인해 삼성중공업의 실적 또한 크게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최근 연이어 5조2724억원에 이르는 수주에 성공하는 등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성동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을 맡아줄 경우 향후 수주 선박에 대한 선수급환급보증(RG)을 모두 떠앉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면서 위탁경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파격적 선수급환급보증


선수급환급보증은 조선업체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기 위해서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보증이 필요한데 이를 선수급환급보증이라고 한다. 조선업체가 파산할 경우 조선사에서 납입한 선수금/중도금을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대신 배상해주겠다는 보증서인데, 가령 성동조선해양이 파산한다 하더라도 이를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조건은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을 하지 않을 경우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단독 지원한 3000억원의 금액 또한 7월말 소진될 예정이며 하반기에 추가로 2000억원 가까이 투입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위탁경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삼성중공업 입장으로써는 신규 수주에 따른 재무적 부담감을 덜고 성동조선해양의 야드(yard)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29일부터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재무실사에 착수했으며 이번 실사는 약 4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위해 약 30여명 정도로 구성된 ‘성동조선 위탁경영 테스크포스’를 꾸렸으며, 이번 실사 결과를 두고 수출입은행과 함께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세부적인 위탁경영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몸집 불리기?


이와 더불어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을 고민하는 또 다른 이유로 삼성중공업이 향후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할 수 있는 우선권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의 권유로 2011년 대한조선 위탁경영을 맡은 이후 대한조선에서 500억원대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하면서 경영권을 옵션으로 취득하는 방식을 고민한 바 있어 이와 비슷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시도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이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이 향후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해 몸집을 부풀리는 것이 아니냐는 것.

하지만 최근 조선 경기가 일부 살아나고 있다고 해도 우려는 아직 남아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2일간 무려 6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수주목표 달성율도 68%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업황 불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실적 개선을 위한 선가 반등이나 수익성 개선요인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실질적인 매출반영은 2017년부터 시작돼 2023년이 돼야 모든 금액을 반영할 수 있게 된다.

SK증권은 2일 삼성중공업 2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개선되지만 저 수익성은 여전할 것”이라며 매출액 3조500억원, 영업이익 820억원으로 전망했다.


불확실한 조선업황 ‘관건’


무엇보다 위탁경영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업황불황이다. 조선업황 불황으로 인해 성동조선해양이 한 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할 정도로 기술력은 입증 받았지만 그리스발 사태로 인해 업황불황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위탁경영 위사가 없음을 일찌감치 내비쳤고, 한진중공업 역시 조선 비중이 30%로 축소된 상황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의 선택은?


이와 관련 수출입은행은 만약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에 대해 우려를 교시할 경우를 마련해 또 다른 방안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우조선해양이 과거 대한조선을 3년간 위탁경영 하다가 업황 불황으로 인해 결국 손을 놓은 사례가 이미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방안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

당장 올 하반기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금 2000억원 또한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보험공사는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상태이며 우리은행은 신규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은 지난달부터 가동해 운영중이던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위해 마련한 TF를 상시조직으로 개편했다. SPP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 조선사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해양기업개선실과 통합화 기업개선단을 출범해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총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업황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삼성중공업이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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