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엘리엇의 역습‥정공법 택하나?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삼성그룹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메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공격으로 초유의 사태를 빚고 있다.

초일류 삼성,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을 서두르는 가운데 삼성그룹이 ‘역습’을 맞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한 것은 지난 1991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이 기자회견에서 메스르 사태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구체적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대신 ‘사과했다’는 평가 까지 받게 됐다.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바꾼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와 더불어 삼성그룹에 대대적 혁신을 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그룹 ‘총수’의 역할을 해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91년 12월 삼성전자 입사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 ‘강행’
‘책임경영 본격화’‥혁신구상안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나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메르스 사태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면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를 확산시킨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쇄신 및 혁신을 약속했다.

아울러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 소통 또한 강화하기로 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합병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간 삼성이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과의 소통에 너무 소극적이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내외부에서 붉어지면서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하고 나섰다.

삼성그룹은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서도 초기에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그룹 전반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원전에서 재검토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개 숙인 이재용 부회장


“저희 삼성 서울 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이에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3일 처음으로 메르스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이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한 것은 1991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삼성 오너 일가로는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 특검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7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라며, “환자 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강력한 쇄신을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저희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며 사죄했다.

이 부회장은 ‘끝까지’, ‘철저히’라는 단어를 통해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후 사과문을 지난 주말 내내 손수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을 한 것 또한 그룹 총수로서 책임지는 의미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초기대응 실패로 메르스 확산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질 때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기보다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국민 여론이 점점 악화되고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까지 나서 자신을 몰아세우자 사태 진화를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달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공식적으로 병원 운영의 최고책임자 자리를 맡고 있던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맡고 있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물려받았다.


‘책임 경영’ 본격화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3일 공식적인 석상에서 처음으로 ‘사과’를 하면서 메르스 사태에 책임 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메르스 같은 질병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직접 사과하지는 못할망정 이재용 부회장이 사과를 하면서 “정부 산하 기관의 잘못에 대해 직접 사과할 사람은 누구인가?”,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기 싫다고 한다면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가 사과를 했어야지, 왜 삼성? 컨트롤타워가 삼성이었나”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의 평가 또한 긍정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간 메르스 사태 등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여왔으나 이번 기자회견을 앞두고 사과문을 직접 주말 내내 다듬을 정도로 고심이 컸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반대, 메르스 사태 등 예상치 못한 돌발 사태가 빚어져 이 부회장으로서는 몹시 당황스러웠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발표문을 보면 대국민 사과를 하기까지 적잖은 고민과 자기반성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 혁신방안, 그룹 전반 확대


이 부회장은 이날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삼성서울병원부터 먼저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을 받은 후 응급실 등 병원체계를 전면 개편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그룹 안팎에서는 엘리엇 사태로 인해 그룹 컨트롤타워의 위기대응능력에 대한 회의론과 자성론이 거세게 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이번 엘리엇 사태가 마무리 되는 데로 그룹 전반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 사태에서 노출됐던 그룹과 계열사간 소통 체계와 의사결정구조의 취약점도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두 가지의 사태가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중요한 전환점이자 리더십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초일류, 관리의 삼성 ‘위기론’‥컨트롤타워 ‘재정비’ 나서
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 공격에 ‘속수무책’‥소통 반성


합병 성공위해 ‘적극적 행보’


아울러 삼성그룹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에 대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논란이 지속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엘리엇과의 법정 다툼 역시 삼성그룹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기관 투자자에 다양한 경로로 합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를 설득하는 한편, 엘리엇은 전일 삼성물산 주주명부를 수령한 뒤 본격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주주에게 합병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에서 문제를 제기한 합병비율 또한 국내 법의 절차 내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이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에 대해 합병의 당위성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19일 홈페이지(www.samsungcnt.com)에 주주와의 소통을 위해 주요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며 합병의 당위성과 합법성을 설명했다.

또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합병의 정당성을 전하며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다양한 경로로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또 외국 기관투자자에 대해 영향력이 있는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도 지난 19일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며 이번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삼성증권 윤용암 사장 또한 힘을 보탰다. 삼성증권 윤용암 사장은 전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ISS와의 컨퍼런스콜에 관해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양사가 시너지를 내기 위한 개편 방법, 시기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新성장동력 당위성 주목


이와 더불어 삼성물산은 주주총회의 원활한 진행과 의결 정족수 확보를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를 요청한 상태다.

삼성물산은 ‘의결권 대리 행사의 권유를 하는 취지’를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주주 이익 제고를 위해 적법한 절차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합병을 통해 건설과 상사 부문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은 물론 합병회사가 그룹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의 최대 주주로서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특히 합병비율인 1대 0.35에 대해 국내법의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했으며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은 오히려 위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주가가 기업의 주식가치에 관한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준으로 주가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정하면 투자자의 합리적 기대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합병은 관련 법규에 따라 충분한 검토 후 진행되는 것으로 엘리엇이 제기한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 상호출자·순환출자 규정 위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자사주 5.76%를 KCC에 매각한 것과 관련 “합병의 원활한 성공과 재무구조 개선 등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에 따라 삼성물산과 주주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주목’


삼성그룹과 엘리엇이 합병과 관련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24일 SK-SK C&C에 합병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국민연금에 대한 이목도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단일주주로 가장 많은 지분인 10.15%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SK그룹의 사례는 서로 달라서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표시할지는 가늠할 수 없다.

즉, 현재로서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 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엘리엇의 편을 들 가능성이 과거 사례를 볼 때 조금 더 높다고 분석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하기 때문에 주가를 기준으로 한 현재 합병비율을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3년 엘리엇이 미국 석유업체 헤스 경영진을 공격할 당시 ISS가 엘리엇을 지지했던 사례도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국내 자문기구인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 합병 찬성으로 의견을 낸 상황에서 국민연금만 반대 의견을 낸 상황이다. ISS의 의사와는 방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외 제일모직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이 무산되면 국민연금의 주식 가치도 손실이 클 수 있다는 평가다.

엘리엇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헤지펀드로 손꼽히고 있다. 썩은 시체까지 파먹는 모습이 독수리(Vulture)와 비슷하다고 패서 벌처펀드로 분류되기도 한다.

SK-소버린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엘리엇의 공격에 대해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어떠한 대안을 제시할지 재계가 숨죽이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