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충성맹세 왜 안 해?…무릎 꿇어”

▲ 대한유도회 남종현 회장(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내가 왕이야!”‥이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유도 경기장에 출입증이 없는 지인을 입장시키려다 이를 제지하는 안전요원과 경찰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행패를 부린 대한유도회 회장이자 숙취해소 음료 ‘여명808’ 생산업체 (주)그래미 회장인 남종현 회장의 ‘갑질 발언’이다.


이런 갑질 발언으로 유명한 남 회장이 최근 대한유도회 산하단체인 중고유도연맹 임원을 폭행해 또 다시 물의를 빚었다. 이로 인해 여론의 비난과 경찰 출석 등의 압박이 심해지자 폭행사건 발생 엿새 만에 남 회장은 대한유도회 회장직을 사퇴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갑질 발언에 이어 사퇴를 촉발시킨 남 회장의 ‘갑질 폭행’에 대해 살펴봤다.


충성맹세 강요하며 맥주잔 던져
결국 폭행사건 엿새 만에 ‘사퇴’


지난 19일 밤 대한유도회 회장이자 숙취해소 음료 ‘여명808’ 생산업체 (주)그래미의 회장인 남종현 회장은 강원도 철원군에서 열린 ‘2015년 전국실업유도최강전’ 첫날 경기를 마치고 실업유도연맹 관계자 및 철원 지역 관내 인사 등과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그래미 공장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만찬을 가졌다.


폭력적인 회장님


남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한유도회 산하 중고연맹 회장인 이 모씨를 향해 맥주잔을 집어 던졌다.


남 회장이 던진 맥주잔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이 씨는 가운데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인중 부위가 심하게 찢어져 그래미 공장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뒤 응급처리만 받고 다시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상처를 봉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한유도회 남종현 회장에게 맥주잔 폭행을 당해 치아가 부러진 이 모씨(채널A 방송화면 캡쳐)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1차 만찬이 끝나고 그래미 공장 2차 만찬에서 남 회장은 건배 제의를 하러 나온 이 씨에게 ‘딴 놈은 나한테 충성맹세를 했는데 너는 왜 안 해? 무릎 꿇어’라고 명령했고 이 씨가 이를 거부하자 남 회장이 이 씨 얼굴에 맥주잔을 던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씨를 향해 폭언을 하는 남 회장을 말리다가 철원군 유도회 간부 1명도 남 회장에게 뺨을 맞고 무릎을 꿇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이한 점은 당시 만찬자리에 현지 경찰 고위간부 등 지역 유지들이 현장에 있었으나 남 회장의 폭행을 전혀 제지하지 못했다는 것.


폭행을 당한 이 씨는 다음날 오전 춘천경찰서에 남 회장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조사까지 마쳤다.


우리는 징계 못해‥


이쯤 되면 남 회장이 왜 이 씨에게 충성을 맹세케 하며 폭력까지 행사한 것인지 의문이 아니 들 수 없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남 회장과 이 씨는 지난 2013년 의견 충돌이 있었다. 당시 대한체육회가 체육단체 임원 임기 제한과 관련된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는데 이를 따라야 하는 대한유도회는 정관개정을 놓고 회의를 하다 남 회장과 이 씨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게 됐다.


이 씨는 대한체육회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정관을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남 회장은 개정불가 입장을 내세웠던 것이다. 둘 사이의 해묵은 입장차이는 이번 만찬자리에서 또 다시 거론됐고 결국 폭행으로 이어졌다.


남 회장 폭행사건과 관련해 그래미 측은 지난 22일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알고 있는 게 없다보니 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애써 함구했다.


아울러 대한유도회는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사무국에서도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폭행으로 인한 남 회장 사퇴에 관한 질의에 “수사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면서 “정관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자동해임 된다”고 말했다.


‘대한유도회가 자체 해임을 고려하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이사회가 따로 해임안을 건의할 수는 있지만 남 회장과 이 씨 측 모두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그 부분(해임안)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남 회장의 폭력행위에 대해 징계할 법적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이를 보도한 <SBS>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규정에 따르면 남 회장의 처벌 권한은 대한유도회에 있기 때문에 대한체육회가 가맹경기단체장을 직접 징계할 조항이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한유도회 이사회는 주로 남 회장 인맥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남 회장 제명이나 직무정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엔…사퇴 <왜>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남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숙취해소 음료 ‘여명808’ 불매운동과 함께 대한유도회 회장직 사퇴 요구가 거세졌다.


대한유도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임시 대의원 총회 소집’과 동시에 남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대의원들의 글들이 이어졌다.


또한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5일 “남 회장에 대한 1차 출석요구서를 지난 24일 발송 및 통보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폭행 피해자의 진술과 병원 진단서, 참고인 진술 등을 확보한 만큼 남 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더라도 조사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폭력행위에 관해 공식적으로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던 남 회장은 지난 25일 폭행사건 발생 엿새 만에 대한유도회 회장직을 내려놨다. 폭력에 대한 비난여론과 거센 사퇴요구, 경찰출석 등의 압박이 심해지자 남 회장 본인 스스로가 사퇴를 결심한 것이다.


이처럼 남 회장은 지난해 ‘갑질 발언’에 이어 올해는 ‘갑질 폭행’으로 도마에 올라 대한유도회 회장직을 사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행위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발표가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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