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박수진 기자]국토종주의 하이라이트 ‘이화령’, 최대 난관을 맞다


▲이화령에서 내려다 본 풍경
오늘은 국토종주 코스 중 ‘난이도 상’이라는 이화령을 넘어야한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했야했었는데 다들 피곤했는지 9시까지 뻗어버렸다. 하는 수없이 아침은 초코바로 떼 울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자전거를 100km이상 씩 타니 팀원 모두가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우린 약국부터 찾았고 길에서 다들 바지를 걷고 파스와 무릎보호대를 차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아침 일찍 마실 나온 어르신들이 어딜 그리 가느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셨다. 우린 경사도가 10도나 된다는 이화령을 대비해야했다.
▲수안보온천

파스 냄새를 풀풀 풍기며 수안보에 도착했다. 온천에 들어가 몸을 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온천으로 유명한 수안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온천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런 온천에 와서 몸을 담구지 못하다니 뭔가 섭섭했다.
하지만 이내 섭섭한 마음은 수안보온천 근처의 한 비빔밥집에서 달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물반찬이 9가지나 나오고 된장찌개도 같이 나와 한상 차려진 걸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국토종주를 하면서 평소 없던 습관이 생겼는데 꼭 밥 먹고 커피믹스를 한 잔 타먹는 것이다. 달달한 커피 한잔에 배부름까지 더해져 힘들다는 이화령을 두 번이나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솟았다.


“이화령, 까짓거 넘어보자”


수안보온천을 지나서 ‘업힐’을 간신히 넘긴 나는 “우리 이화령 넘은거지?”라고 팀원한테 물으니 “아니. 이화령 아니고 소조령이야” 순간 이화령을 잘 넘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커피믹스의 달달함은 이미 땀으로 다 사라져버렸다. 소조령부터 헥헥대는 날 보며 팀원이 “업힐은 호흡이 중요해”하며 조언을 해주었다.
슬슬 다리가 땡겨오는거보니 업힐이 시작됐다. 이화령 초반부에 진입한 것이다. 기아를 최대한 가볍게 바꾸고 팀원이 조언해준대로 호흡을 페달하는 속도와 맞추기 시작했다. 팀원이 옆에 경치 좀 보라고 하는데 경치 볼 정신이 어디있는가. 숨 쉬기 바쁜데.


5km의 경사 10도 업힐. 자전거를 잘타는 팀원 몇 명은 이미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나와 속도를 맞춰주던 한 팀원만이 옆에 있었다. 다리는 무겁고 날씨는 겨울인데 땀은 비오듯이 흘렀다. 정말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정도 도는 수준인데 내게 이화령은 큰 도전이었다.

중간 중간에 있는 휴식지점에서 목을 축이고 초코바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그렇게 세 번은 쉰 것 같다. 5km를 올라가며 정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고 싶었지만 옆에서 같이 ‘으쌰으쌰’해주는 팀원도 있고 벌써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 짐 가방을 대신 매주러 내려왔던 팀원도 생각하니 내가 너무 처지면 팀원들한테 민폐라는 생각에 기필코 올라가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이화령을 넘으면서 ‘이거 하나 못 넘으면 나중에 내가 무슨 일을 하겠어?’라는 생각도 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라면 못 했을거야”


옆에 있던 팀원이 “여긴 평지라고 생각해봐 그러니까 좀 탈 만한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슉 올라갔다. 나도 따라해봤는데 자기 암시가 통했는지 전보다 다리가 덜 무거운 느낌이다.
간신히 옆에 경치도 한번 보며 ‘와 내가 이런 높은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니!’ 핸들 바를 잡고있지 않았다면 내가 내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혼자 뿌듯해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화이팅!’하며 응원해주는 팀원들이 보였다. 평소 짓궂게 장난치던 팀원들이 오늘따라 많이 의지가 됐다.


업힐의 매력은 다운힐


그렇게 팀원들의 응원과 초코바의 힘으로 정상에 도착! 백두대간 이화령!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우린 자전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화령 인증도장을 찍으니 뭔가 국토종주가 끝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힘들었나보다. 내려가는 다운힐이 경사도 급하고 모래랑 얼음 때문에 위험하기도 했지만 업힐의 고통은 쉬원한 바람 속에 다 날라가 버렸다.
문경불정역 인증센터에 도착하니 겨울이라 시즌 오프한 레일바이크도 있었다. 오늘 온천도 놓치고 레일바이크도 못 타고 뭔가 다시 와야될 것 같은 기분이다.


최종목적지인 상주 상풍교 가는 길에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지칠대로 지친 나는 팀원들과 자전거 길에서 드러눕기도 했다. 다들 누워서 하늘에서 한 가득 빛을 발하는 별을 보며 이런 저런 얘기도 했다. 항상 선두에 있는 팀원이 아까 고라니랑 부딪힐 뻔 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근처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곳이 있어서 픽업을 요청했고 우린 자동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정말 자동차는 편리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오늘 참 고달팠지만 벌써 국토종주의 반을 해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은 내게 꿀 같은 잠을 선사했다. 국토종주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밀려온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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