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고가 논란 속 ‘사라지는 매장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한때 우리나라는 패밀리 레스토랑 열풍이 불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달렸다. 고가의 가격임에도 오히려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등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급변하는 소비문화는 패밀리레스토랑도 피해갈 수 없었다.


대신 한식형 뷔페나 가격이 저렴한 식당이 들어서면서 패밀리레스토랑 1세대였던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은 직격타를 맞게 됐다. 업계에서는 ‘대응책 없이 방관한 탓’이라며 아웃백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같은 소고기 재료도 스테이크 값은 다르다?
사라져가는 매장들‥공격적 마케팅 독 됐나


아웃백 레스토랑은 국내에 패밀리 레스토랑 붐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87년 미국에서 탄생한 아웃백은 지난 1997년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2008년까지 100호점을 내면서 승승장구했다. 아웃백의 앞날은 거칠 것이 없었다.


당시 아웃백 측은 2012년까지 국내 점포수를 150개로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매장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아웃백의 최대위기가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매장


지난 해 12월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이하 아웃백)은 전국 34개 매장에 대한 철수를 진행했다. 대상 매장은 서울 16곳, 경기 4곳, 부산 4곳, 대구 2곳, 경남 2곳, 광주 1곳, 강원 1곳 등이다.


폐점 대상에는 서울 명동, 광화문, 종로, 청담, 신천, 구의 등 서울 도심의 주요 매장과 북수원(수원), 산본(군포), 센텀시티(부산), 칠곡(대구), 충장로(광주), 춘천(춘천) 등 지방도시들의 거점 매장들이 포함돼 있었다.


아웃백은 지난 해 11월부터 올 해 초까지 전체 매장(109개)의 31.2%에 달하는 34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애슐리와 빕스 등 토종업체가 오히려 규모를 키우며 성장해 나가는 것과는 정 반대의 모양새이다.


아웃백은 적극적인 매장 확대에 힘입어 2002년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점포 수 1위에 올랐으며, 인기가 정점을 찍었던 2005년에는 한 해 동안 매장이 20개나 새로 생겼을 정도로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 가장 높은 선호도를 자랑했다.


CJ 푸드빌의 빕스는 아웃백의 후발주자로 나타났지만, 스타일의 변경을 추구하며 생존할 수 있었다. 빕스는 매장음식을 팔면서 동시에 샐러드 바를 배치해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고, 스테이크를 먹지 않아도 찾게 됐다.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빕스는 어느덧 CJ푸드빌의 효자로 등극했다.


아웃백이 비우는 자리는 애슐리가 대신하고 있다. 애슐리는 빕스보다 샐러드 바에 더 무게중심을 둔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애슐리는 퀸즈 등 각기 다른 스타일로 매장을 내며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국내 기업의 장점인 ‘빠른 피드백’을 내세워 승승장구했고, 어느덧 아웃백을 위협하는 위치까지 성장하는데 성공했다. 아웃백의 현재 매장 수는 총 77개에 불과하다. 이는 경쟁사인 빕스, 애슐리보다 적은 매장 수다. 애슐리는 현재 155개의 매장을, 빕스는 89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소비자 외면, ‘독 됐다’


아웃백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아웃백은 매출의 절반이 한국 매장에서 나올 정도로 아웃백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누린 것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웃백은 한국 시장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기본적인 메뉴구성 뿐 아니라 음식의 맛 역시 한국인의 취향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외식업계 전문가는 “빕스와 애슐리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소비자들의 취향과 맞춰 나간 것과 달리 아웃백의 경우 전혀 변화가 없었다”며 “아웃백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이 굉장히 중요했었는데, 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 지금의 상황을 불러온 것 같다”며 아웃백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가격문제도 입방아에 올랐다. 아웃백은 ‘고급화’를 택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됐다. 야심차게 출시한 신제품 블랙라벨 스테이크의 높은 가격도 문제로 꼽힌 것이다. 블랙라벨 스테이크는 꽃등심 스테이크 ‘퀸즈랜드 립아이 포 투 스페셜 에디션’과 채끝등심 스테이크 ‘달링 포인트 스트립 스페셜 에디션’ 2가지 메뉴로 출시했다.


아웃백에서 내놓은 ‘퀸즈랜드 립아이 포 투 스페셜 에디션’은 4만7000원(320g)에 판매하고 있다. 빕스에서 판매하는 ‘립 아이 스테이크’는 퀸즈랜드와 마찬가지로 호주산 꽃등심을 기본 재료를 했다. 가격은 4만 5900원인데다, 샐러드바까지 포함돼 사실상 훨씬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빕스의 샐러드 바는 약 3만원 정도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아웃백 관계자는 "단순히 고기로만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라며 "사이드 메뉴나 토핑같은 경우를 차별화 했기 때문에 가격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아웃백의 변명에 대해 말 그대로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빕스나 애슐리 같은 경우 메뉴 개발 등으로 돈을 투자했지만, 가격에서는 그대로 받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하게, 다양한 메뉴’를 먹을 수 있는 빕스와 애슐리에 발길이 갈 수밖에 없다”며 “사이드 메뉴 등을 변명하고는 있지만 이가 소비자들이 그대로 이해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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