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기자의 자전거 국토종주 여행기 <2>

▲왼쪽상단부터 김재원,한석민,Aurelio,이태환,박수진,이상민
[스페셜경제=박수진 기자]길에서 만나는 새로운 ‘인연’…함께라서 ‘여행’은 더 흥미롭다.


새벽 5시. 전날 만난 부산팀을 만나기 위해 부랴부랴 일어나 자전거에 올랐다. 어젯밤에 연락해보니 우리보다 10km 앞서있었고, 첫 번째 목적지인 여주보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나보단 둘이, 둘보단 셋이 낫지 않은가.


여주보 인증센터에서 부산팀을 기다리고 있는데 자전거에 큰 짐가방을 싣고 들어오는 라이더가 눈에 띄었다. 가방에는 브라질 깃발이 꽂혀있었다.


‘설마 이 겨울에 외국인이 국토종주하나?’ 왠지 길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로 여행하는걸 보니 신기하고 나도 평소에 외국에서 자전거여행을 하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동지애를 느꼈다고 해야하나. 어려움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었다. 부족한 영어지만 혹시 길을 잃었냐고 말을 건넸다.



‘혼자’가 아닌 ‘우리’…동행(同行)


그는 충주에서 한국인 친구를 만난다고 했고, 우리에게 어디까지가냐고 물어봤다. 같이 가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우린 충주댐까지 간다했고 지도를 보니 방향이 같아서 “Do you want to join us?”라고 물으니 그는 “Sure! Thank you!” 라고 기뻐했다.


여행 첫날 떠날 때는 세 명이였는데, 갑자기 팀원이 여섯 명으로 늘었다. 뭔가 점점 더 재밌어질 것 같은 예감이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자전거에 달고 다니는걸 보니 분명 오랫동안 여행을 했으리라. 그의 여행담이 궁금해졌다. 그는 브라질사람이고 이름은 ‘Aurelio’. 1년 3개월 동안 중국, 호주, 대만, 필리핀, 일본 등 아시아를 돌아다니며 여행작가, 사진작가, 트레이너로 활동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한석민,Aurelio,김재원


1년 넘게 해외를 자전거로 돌아다니다니 너무나 부러웠다. 하지만 그의 가방 무게를 알고나서는 아무나 자전거 여행을 하는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무게는 자그마치 45kg. 우리 모두 충격이었다. 그는 정말 오르막길이든 평지든 꾸준한 케이던스로 자전거를 탔기 때문이다.


여주보에서 강천보가기 직전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차도 달리는 구간이 있었는데 팀원 한명이 갑자기 신이 났는지 팀 대열에서 벗어나 혼자 독주를 하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몇 번 그랬던 적이 있어서 우리는 알아서 잘 찾아오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서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누가 한명 더 있었다. ‘누구지?’ 했는데, 알고보니 어제 친구랑 둘이 달리던 팀 중에 한명이었다. 우리 팀원이 혼자 자전거 타는거 보고 어디까지 가시냐고 했더니 부산까지 간다길래 같이 왔다 했다. 어쩌다 혼자됐냐고 물어보니 같이 가던 친구 자전거가 펑크나고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포기하고 갔더랬다. 남은 500km 어떻게 혼자타려고 왔냐고 하니까 ‘그냥요’라고 베시시 웃어넘기더라.


그렇게 우리는 세명에서 여섯명, 여섯명에서 일곱명이됐다. 예측할 수 없는 일. 정말 여행의 묘미다.


‘비내섬 가는길’…풍경에 취하다



강천보에서 비내섬가는 길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우연히 만난 인연들끼리 함께헤서 그런지 강물에 반사되 비추는 빛이 더욱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비록 겨울이라 푸르른 빛의 나무는 없었지만 햇빛에 반사되는 강물을 보니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브라질 아저씨도 ‘Beautiful! Beautiful!'하며 감탄했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순간이었다.



풍경을 보며 한참을 정신없이 자전거를 타다보니 다리가 아파왔다. 중간에 쉬는 곳이 있어 뭉친 다리를 풀기위해 잠깐 멈췄다. 한때 헬스트레이너로 일했던 Aurelio는 다리가 뭉칠 때 좋은 방법이 있다며 능숙하게 나와 우리 팀원 다리를 마사지 해주었다.

국토종주중에 외국인을 만나 같이 자전거를 탈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여행은 이런 예상치 못한 만남이 있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하루의 피로…맛난 음식으로 ‘싹’


그렇게 우리는 충주를 지나 그와 작별인사를 했고 인연이 닿는다면 언젠가 또 만날 수 있겠지 생각했다. 충주탄금대에 도착하니 7시가 넘었다. 저녁도 아직 못 먹은 상태라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 내내 저녁 뭐먹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오늘 저녁은 닭갈비! 배고파서 맛있는건지 닭갈비가 맛있는건지 맛있게 저녁을 먹고 새로 만난 팀원들과 하루의 회포를 풀었다.
출발날짜가 똑같아 이렇게 만나니 너무도 신기했다. 다리도 아프고 힘들지만 함께가는 이들이 있어서 더 힘차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