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걸린 문제 속여’…‘방산비리 민낯 드러냈다’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800t 214급 잠수함(KSS-Ⅱ)인 안중근함(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해군의 신형 214급(1800톤-KSS-Ⅱ) 잠수함 3척이 연료전지 불량과 위성통신 안테나 결함으로 전력화가 지연되면서 부실 잠수함을 생산한 현대중공업이 천문학적 벌금을 물게 생겼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부실 잠수함을 해군에 인도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에게 ‘전역 후 일자리 제공’ 등의 로비를 펼친 의혹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방위사업인 잠수함 비리에 연루된 현대중공업 부장 임 모씨와 방위사업청 관계자 이 모씨를 체포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현대중공업 부실 잠수함 비리의혹 내막에 대해 들여다봤다.


합수단, 현대重 임모 부장 구속기소‥천문학적인 벌금
해군․방사청 연루, 연료전지 이어 안테나‥‘결함투성이’


지난 2월 6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이하 합수단)은 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사무실과 임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에는 현대중공업에서 근무 중인 해군 예비역 대령 임모 부장이 포함돼 있었다.


연료전지 결함, 눈감아 <왜>


당시 합수단은 현대중공업이 해군에 최신예 잠수함 3척을 인도하면서 잠수함 연료전지 결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군 관계자들에게 이를 눈감아 달라고 로비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어 합수단은 지난 4월 16일 현대중공업 2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2차 압수수색에 대해 “현재 현대중공업에 근무하고 있는 당시 해군 잠수함 평가 담당자들의 부실평가가 있었는지, 전역 이후 현대중공업 취업을 둘러싼 비리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하는데 필요한 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국민일보>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임모 부장은 2007년~2009년 해군 대령으로 ‘잠수함 인수평가대장’ 근무 당시 ‘214급(1800톤급)’ 잠수함 3척(손원일함, 정지함, 안중근함)을 제조업체에서 넘겨받는 인수평가 실무를 담당했다. 잠수함 3척은 정부 예산 1조 2700억원이 투입되었고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14급 손원일함(사진제공 뉴시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3척의 잠수한은 연료전지 결함 때문에 잠항(潛航·잠수 항해) 능력 등의 핵심 성능이 해군 평가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연료전지는 물속에서 산소와 열을 발생시켜 잠수함을 장기간 잠항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 부품이다. 연료전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잠수함은 물 위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잠수함 평가 과정에서 이러한 결함을 알고 있었던 임 부장은 임의로 평가방법을 바꾸는 방식으로 결함을 눈감아 줬다.


잠수함을 24시간 지속 잠항 상황에서 평가해야 하는데 임 부장은 19시간과 5시간 정도로 시간을 나눠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해군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자 잠수함 구동 과정에서 축전지에 충전되는 전류 값도 보상해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또 한 차례 평가 방식을 수정했다.


전역 후 현대중공업 취업


또한 평가 기간 동안 연료전지 모듈이 갑자기 멈추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는데도 임 부장은 “모듈 교체 등의 조치 후 평가결과를 모두 만족했다”는 내용의 허위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결국 이렇게 평가를 통과한 잠수한 3척은 해군에 정식으로 인도됐다.


임 부장은 잠수함 인도를 마무리한 뒤 지난 2010년 2월 28일 해군 예비역 대령으로 전역하고 이틀 뒤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부장으로 취업했다.


이와 관련해 합수단은 현대중공업이 군 관계자들에게 잠수함 평가보고서 조작 대가로 전역 후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로비를 의심하고 지난 3일 잠수함 평가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임 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납품지연 배상금 부과?


더불어 합수단은 현대중공업 부실 잠수함으로 인한 군 당국의 피해액을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에 인도된 잠수함 3척은 102차례 연료전지 결함이 발생해 제대로 된 군사작전에 투입되지 못했고 이 문제는 지난 2013년 12월에야 해결됐다. 이에 합수단은 이 기간 동안 납품이 지연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판단 하에 현대중공업에 부과할 ‘지체상금(납품지연 배상금)’을 산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체상금이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이행을 지체한 계약자에게 부과되는 일종의 벌금이다. 계약금액에 지체상금율과 지체일수를 곱해 결정되는데 현대중공업은 시운전 과정에서 연료전지 결함을 파악했고 이 결함이 해군 평가과정에서 드러나면서 잠수함 납품이 지연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당시 해군 잠수함 인수평가대장이었던 임 부장에게 일자리 제공 등의 로비를 벌여 잠수함 3척이 해군에 정식 인도돼 지체상금 부과는 없었다는 게 합수단의 설명이다. 따라서 합수단은 해군의 피해액을 산정해 지체상금을 물릴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사업 비리, 강력 처벌해야‥


뿐만 아니라 합수단은 잠수함 위성통신 안테나 결함을 알고도 이를 묵인해 준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관계자도 지난 17일 체포했다.


이는 214급 잠수한 3척에서 연료전지 결함 말고도 위성통신 안테나의 심각한 결함도 확인된 것이다.


잠수함의 위성통신 안테나 결함이 드러나자 계약서상 인도예정일 안에 납품이 어려워져 하루 5억원에 달하는 지체상금을 물어야 할 상황에 놓이자 현대중공업 측은 나중에 통신장비를 채워 넣을 테니 시운전 없이 일단 잠수함을 인수해달라고 방사청에 요청했다.


위성통신 안테나에 문제가 생겨 눈과 귀가 없는 잠수함을 일단 인수해달라는 현대중공업 측의 요청은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방사청은 무슨 이유에선지 현대중공업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이 해군에 납품한 214급 잠수함 3척은 결함투성이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결함으로 인한 지연배상금을 물지 않기 위해 당시 해군 관계자들과 방사청 관계자들에게 전역 후 일자리 제공 등의 로비를 벌여 문제가 있는 잠수함 3척을 무리하게 인수토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며 애써 말을 아꼈다.


합수단은 결함 때문에 군사작전에 투입되지 못한 기간의 피해액을 산정해 현대중공업 측에 지연배상금을 물린다지만 이와 더불어 국가 안보와 관련된 방위사업 비리 의혹이라는 점에서 수사당국의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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