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이동 “있었다 vs 없었다”‥진실공방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아모레퍼시픽을 이야기 할 때는 ‘방문판매’를 빼 놓을 수 없다. 국내 최대의 화장품업체로 성장하는 데에 방문판매원들의 효과가 엄청났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때 방문판매의 매출 규모가 회사 절반의 매출일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방문판매원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개인사업자라 못 옮겨”‥사실 조용히 이동
칼 빼든 검찰‥ “아모레 나 지금 떨고 있니”


검찰 등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 3400여명을 본인 동의 없이 다른 특약점이나 직영영업소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아모레퍼시픽이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을 일방적으로 다른 특약점 등에 옮겼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고발한 사건을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에 배당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8월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과징금 5억원과 시정을 명령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이어지지 못하자 중소기업청이 지난달 28일 의무고발요청제를 활용해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검찰 고발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의무고발요청제는 조달청·중소기업청 등이 고발을 요구하면 공정위가 검찰에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하는 제도다.


‘갑’ 앞에 고개 숙인 특약점


특약점은 ‘설화수’, ‘헤라’ 등 아모레퍼시픽의 여러 브랜드 중에서도 고가 브랜드 화장품만 판매한다. 숙련된 방문판매원이 많을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로 이들 브랜드 화장품은 주로 특약점에서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인 방문판매 영업소는 본사 직영이지만 특약점은 본사가 따로 뽑은 민영 특약점주가 운영한다. 특약점의 방문판매원 모집과 인력운용 등 관리는 아모레퍼시픽 본사와 관련이 없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특약점주가 본사의 방침에 불응하면 계약을 갱신할 때 거절당할 수 있는 부담 등 여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이 때문에 본사가 특약점의 의사에 반하는 곳에 방문판매원을 보내도 특약점주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약점은 방문판매원을 모집ㆍ양성하는 등 방판기반을 확대해 판매를 강화할수록 매출 이익이 커지는 구조이다. 따라서 해당 특약점주는 계약을 맺은 방문판매원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본사의 영업 전략에 따라 빼앗기는 셈으로 매출은 직접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이 때문에 검찰은 아모레퍼시픽의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23조는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13년 ‘아니라더니...’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2013년이었다. 지난 2013년 아모레퍼시픽은 분쟁 중이었던 한 A씨의 특약점에서 근무했던 주부사원들에게 ‘계약이 끝났으니 다른 영업장으로 출근해라’라는 문자를 보내며 방문판매원 빼돌리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통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주부사원들을 채용한다. 이들을 모집해서 교육시키는 것은 대리점주들의 몫이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만 연 3~400만원이다.


하지만 이들을 무럭무럭 성장시켜 봐야 웃는 것은 대리점주가 아니라 본사다. 매출이 좋은 직원들을 아무런 대가없이 빼가기 때문. 권리금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교육을 시키는 등 주부사원들에게 들어간 비용은 일절 생각하지 않는 것.


당시 아모레퍼시픽 측은 “방문 판매원 같은 경우 개인사업자이다. 우리 같은 경우 본사와 특약점 사이에 아무런 이야기 없이 방문 판매원을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제적인 배치는 없다”라며 사실을 부인했다.


좁아지는 방문 판매


방문판매의 입지도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 판매경로는 인적판매(방문판매 등의 매출 경로, 이하 방문판매로 표기함)와 백화점이었다. 2011년 아모레퍼시픽은 방문판매 31.6%, 백화점 23.3%로 약 54.9%를 이 두 판매처에서 거두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판매경로도 방향을 틀었다. 방문판매와 백화점은 해마다 하향곡선을 그렸고, 특히 백화점은 2012년(26.9→11.2)로 반토막이 났다. 이후 2014년 3분기에는 9.2%까지 떨어졌다.


방문판매 역시 마찬가지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매해 꾸준히 떨어지기 시작한 방문판매는 현재(2014년 3분기 기준) 17.1%까지 떨어졌다. 한 때 ‘아모레 퍼시픽’을 살린 주역이었지만 유통업계의 흐름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대신 떠오른 것이 면세점과 온라인, 해외법인이었다. 특히 면세점 시장은 눈부시다. 2013년부터 집계가 된 가운데 2013년 13.2%로, 방문판매, 해외법인, 전문점에 이어 4번째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현재도 19.5%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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