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자산 향방 ‘시선 고정’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ING생명(사장 정문국)이 맥쿼리투자신탁운용(옛 ING자산운용)과의 ‘결별’을 선택했다. ING생명의 변액보험 자산 상당 부분을 위탁운용해왔던 맥쿼리운용과의 투자일임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올 초 맥쿼리운용은 파킹채권거래 사실이 적발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ING생명 측은 ‘위법 거래’를 저지른 맥쿼리측에 지금까지 고객 자산을 맡겨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2조원대 위탁 자산의 향방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NG생명은 다수의 운용사에 이를 나누어 맡긴다는 방침이다.


위법행위 드러나 중징계…불거진 논란 부담감?
사측 “다수의 자산운용사에 분산 투자할 계획”


지난 9일 보험업계 및 이투데이에 따르면 ING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맥쿼리운용과의 투자일임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했다.


지금까지 ING생명이 맥쿼리운용에 맡겼던 위탁 자산은 2조원 규모다. 이는 ING생명의 전체 변액보험 관련 자산의 40% 수준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오랜기간 맥쿼리운용에 자산을 위탁해왔던 ING생명이 갑작스레 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언론을 중심으로 ‘부적절’ 논란이 지속됐던 바, 부담감을 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ING생명 관계자는 “맥쿼리운용과의 계약을 종료할 것”이라며 “내부 기준에 따라 다수의 자산운용사를 선정해 분산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맥쿼리투자신탁운용 홈페이지

사건의 전말은


앞서 ING생명은 위법 거래로 적발된 맥쿼리운용에 수조원대 변액보험 자산을 그대로 위탁, 도마에 올랐다.


금융당국이 파킹채권거래 사실이 적발된 맥쿼리운용에 중징계 조치를 내렸음에도 여전히 고객들의 자산을 맡기고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오랜 기간 거래를 유지해온 위탁업체이지만, 제재가 확정된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또 고객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맥쿼리운용이 제재 조치를 받은 것은 지난 1월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맥쿼리운용과 일부 증권사들에 대해 채권파킹거래와 손실전가 등으로 제재 조치를 내렸다.


채권파킹거래란 채권을 매수한 기관이 장부에 이를 곧바로 기재하지 않고 증권사 등 다른 중개인에게 맡긴 후 일정 기간 후 결제하는 거래 방식으로, 대표적인 불건전 영업행위 중 하나다.


이는 금리 하락시 기관과 중개인 모두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 상승시에는 둘 다 손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파킹 ‘덜미’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은 맥쿼리운용을 대상으로 지난 2013년 11월28일부터 같은 해 12월18일까지, 2014년 2월6일부터 2월14일까지 부문검사를 실시한 결과 최대 4600억원 상당의 채권파킹거래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옛 ING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증권회사 채권브로커와 채권파킹거래를 하기로 사전에 약속하고 최대 4600억원 상당의 채권을 파킹했다.


하지만 파킹 기간 중 채권금리 급등으로 증권사에 손실이 발생하자 파킹손실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고객 자산에 113억원 상당의 손실을 전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법행위로 인해 금전 손실이 발생하자 고객들이 맡긴 자산으로 이를 메웠다는 의미다.


이에 금융당국은 맥쿼리운용에 대해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업무 일부정지 3개월’ 및 ‘과태로 1억원’ 부과 조치를 내렸다. 맥쿼리운용은 3개월 동안 신규 일임계약을 체결이 금지됐다.


아울러 펀드매니저 및 대표이사 등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는 ‘면직요구’ 및 ‘직무정지 3개월’ 제재 조치했다.


아울러 펀드매니저의 채권파킹행위에 적극 가담하거나 채권파킹 거래를 감춰준 키움증권, 신영증권 등 7개 증권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도 제재를 받았다.


▲ 사진=뉴시스

2조원대 위탁 계약 ‘논란’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내리면서 맥쿼리운용 등 이들 업체와 거래 중이던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거래를 중지하거나 자금 회수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연기금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 역시 이들과의 계약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내용에 대한 검토 작업에 나섰다.


이들이 위법 거래 업체들과의 ‘선 긋기’에 나선 것은 금융업의 우선 가치가 ‘신뢰’라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관계자는 “맥쿼리운용의 제재 조치가 확정 됐을때 업계 내부적으로는 ING생명이 자금 위탁 규모를 줄이거나 위탁 계약 자체를 해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이는 고객들의 자산을 위법 업체에 맡긴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수의 보험사들이나 연기금 등은 맥쿼리운용과의 계약을 끊거나 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공시한 맥쿼리운용의 지난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매출액은 총 179억35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227억9904만원) 대비 21.5% 감소한 수치다.


게다가 징계 조치에 따른 과징금 및 대손충당금 등으로 같은 기간 2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쿼리투신운용 측은 “금감원 징계조치로 인한 운용수수료 감소 및 영업권 손상차손 등의 영업외 비용에 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ING생명은 지난해 말 논란을 야기했던 자살보험금을 두고 금융당국과의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12일 ‘과징금 및 행정 지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소송 1심 재판의 두 번째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지난 5월8일 진행된 제1회 변론기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ING생명은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 금감원이 내린 제재조치에 대해 행정소송 진행을 결정했다.


당시 ING생명은 “생보사에서 약관 표기상의 실수로 인해 자살에 대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또 당사가 받은 제재가 합당한지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혀 업계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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