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심각’ 밀실‧부실경영‥비리백화점 전락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아시아드컨트리클럽(이하 아시아드CC)이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도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드CC는 부산시 관광자원 활용을 위해 지난 1997년 설립돼 사실상 대주주가 부산시여서 부산 전체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아시아드CC는 수년 동안 골프장 내 공사를 하면서 무면허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한편 쪼개기 발주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나타나 자칫 아시아드CC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는 부산시 까지 ‘불똥’이 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출자금 회수를 통한 민영화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으나 이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격 없는 업체가 공사 도맡아‥횡령 의혹까지 확산
감사원, 실태감사 결과 수차례 ‘민영화’ 통보 ‘묵살’


부산시가 48%를 보유하고 있는 회원제 골프장 아시아드CC가 각종 특혜 의혹에 휩싸이면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특정 업체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등 특혜를 줘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형국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9일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아시아드CC과 코스관리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골프장 코스관리와 공사 등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부산시의회 공기업특별위원회를 통해 밝혀졌다. 부산시의회 공기업특별위원회 최준식 의원은 “지난 2007년 11월부터 특정업체에 코스관리 공사를 맡기면서 157억원 어치의 일감을 몰아줬다”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드CC는 코스관리 업체 선정 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 6명 중 5명을 아시아드CC 임직원이 맡아 특혜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시아드CC가 최근 4년간 페어웨이 배수 공사 등을 하면서 이사회의 예산집행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수의계약으로 13억2500만원 어치의 공사를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고 덧붙였다.

하자보수 기간과 하자보증 등 계약서에 기본적으로 포함돼야 할 내용조차 제대로 표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사비 횡령 의혹까지


2012년~2014년 3년간 골프장 내 수목이식 공사, 코스 그늘집 보수, 조경 개선 등 총 10억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개 입찰을 피하기 위해 수의계약 상한액인 2000만원 이내에서 공사를 발주해 ‘쪼개기 발주’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4개 업체가 공사에 참여한 것으로 돼있지만 공사 발주 시점과 견적서 등을 검토한 결과 특정업체 1곳에서 공사를 도맡아 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골프장 코스 내 소나무 이식과 석축공사, 나무계단 설치 공사 등을 맡은 업체는 배관공사 업체로 조경 관련 공사 자격증도 없었으며 영수증이나 증빙서류마저 제대로 없어 공사비 횡령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 의원은 “아시아드CC 코스관리업체의 장기독점 계약과 코스관리업체에 추가 일감 몰아주기 등의 특혜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판단 할 수 있는 외부기관의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사 발주 과정에서 ‘밀실경영’ 드러나


아울러 16건의 공사가 상임이사의 결재를 건너뛰고 담당 팀장이 곧바로 대표이사 결재를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이런 부실 경영과 편법 공사 진행이 이어지면서 결국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드CC는 지난해 재무재표를 분석 결과 아시아드CC의 자산은 1380억원이지만 부채가 1269억원에 달해 이미 자본잠식이 시작된 상태다. 하지만 이 수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을 과다하게 계상한 오류를 수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반영하면 자본잠식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아시아드CC 재무재표(2015.04.08. 감사보고서 기준, 전자공시시스템)
부산시, 감사원 권고 왜 불응 했나


아시아드CC는 무려 12년간 자본잠식에 빠져있는 운영 면에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23일 감사원이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운영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부산시는 전체 지분의 48%(72억원)를 출자한 아시아드CC의 사업목적 부당변경, 부실경영, 부당증자 등과 관련해 1998~2004년에 세 차례에 걸쳐 ‘출자금 회수를 통한 민영화 방안 강구’ 등을 통보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지난 2008년 4월 부산관광공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2008년 4월에야 부산관광공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아시아드CC의 민영화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부산시는 지난 2008년 9월 부산시의회에 아시아드CC 지분 매각안을 상정했으나 시의회는 ‘감가상각비 미계상(회계상 오류 미반영)’ 등을 이유로 심사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시는 감사가 실시된 지난해 6월 현재까지 매각안을 재상정하지 않는 등 아시아드CC 지분매각 관련 사안을 5년 8개월 넘게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난에 휩싸이게 됐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부산경실련) 또한 수차례 아시아드CC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달 3월 25일 부산경실련은 “민간 영역인 회원제 골프장을 부산시가 계속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아시아드CC가 부산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조성한 만큼 특정 개인이나 해외자본 등에 팔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이 더 나은 편익을 누리고 수익의 사회 환원도 가능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며 “시민사회 감시가 가능한 부산상공회의소 등과 같은 단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매각을 촉구했다.

부산시의회가 아시아드 전 사장을 지난 1일 고발하면서 방만, 밀실 경영으로 얼룩진 아시아드CC가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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