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테두리 안에서 합병 무산 가능성 없어 vs 주주이해 침해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 자산운용사인 엘리엇 어쏘시어츠(Elliott Associates, L.P., 이하 엘리엇)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엘리엇은 지난 2002년 삼성전자가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을 규정한 정관 규정을 삭제하는 것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삼성과의 인연이 있어왔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엘리엇이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삼성물산의 정관을 변경한 것을 요구한 데 이어 이사 파견 요구 등 경영에 간섭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지난 토요일, 일요일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주요 임직원들이 출근해 엘리엇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헤지펀드 공격 대상이 된 삼성물산은 상사부문 해외실행점검회의 등 예정됐던 내부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현황 파악 등에 나섰다.


삼성, 현황파악 나서


삼성물산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며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요주주로 올라선 만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합병에 대한 설명을 해나갈 것이라는 태도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이번 합병 추진 배경은 회사의 미래가치를 높여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는 게 삼성물산 측 반응이다.


삼성물산은 “양사간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상의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시장이 현재 평가한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적용한 것”이라며 “다양한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물산의 성장정체로 인한 영업가치 하락에 대응해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 추진 등을 목적으로 조기 합병을 추진했다”면서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합병 무산 가능성은?


업계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공격으로 인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단, 주요 주주로 부상한 엘리엇이 삼성측에 상당히 많은 양의 요구를 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펀드가 경영권 분쟁을 만들어 주가를 끌어 올린 후 차익을 챙기고 떠는 ‘먹튀’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2대주주에 해당돼 이 과정에서 지분을 팔고 시세차익을 실현한다는 것.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10.0%)과 삼성SDI(7.4%), 삼성화재(4.7%) 등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는 등 합병 무산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엘리엇은 지난 4일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식 1112만5927주(지분 7.12%)를 장내 매수했다. 주당 취득단가는 6만3500원이다.


이 과정에서 엘리엇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엘리엇은 이번 주식 매수로 인해 국민연금(9.79%), 삼성SDI(7.39%)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물산의 오너 지분은 이건희 삼성 회장 1.41%가 전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우호 지분은 삼성SDI(7.39%)와 삼성화재(4.79%), 삼성생명(0.22%)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13.7%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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