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은 늘었지만’…‘공익은 줄었다’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룹 산하의 공익재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롯데 등 대기업이 세운 공익재단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상당부분 갖고 있어 경영권 승계에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30대 그룹이 공익재단을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의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또 공익재단 본연의 모습에 얼마나 충실한지 살펴봤다.


삼성, 현대차, 롯데 등 대기업 그룹이 설립한 공익재단들이 그룹의 핵심계열사 지분을 상당수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의 34개 공익재단이 지분을 보유한 117개 기업 중 75개인 64%가 그룹 계열사인 것으로 나타나 그룹의 지배구조에 한 획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 13개사 지분 보유 ‘최다’


지난달 28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공익재단의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34개 공익재단(22개 그룹)이 117개사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회사 중 그룹의 계열사(비상장사 포함)는 75개로 전체의 64.1%를 차지했다.


삼성그룹은 3개 공익재단이 13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3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다. 이어 롯데가 8개, 한진과 동부가 각각 7개로 뒤를 이었다.


SK, 현대중공업, 두산은 각각 5개, CJ와 금호아시아나는 4개였다. 포스코, 현대, 영풍은 3개, 현대차와 LG는 2개, GS·KT·OCI·동국제강은 각 1개씩이었다.


그중에서도 삼성, 현대차, 롯데, 두산, 한진 등의 공익재단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주력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5일 이사장에 선임된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생명 지분을 각각 4.68%, 2.18%씩 총 6.86%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 계열사다. 삼성복지재단은 각 계열사 지분율이 1% 미만이지만 삼성화재(0.36%), 삼성SDI(0.25%), 삼성물산(0.15%), 삼성전자(0.06%) 지분을 고르게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정몽구재단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4.46%와 상장을 추진 중인 이노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34개 공익재단 75개 계열사 지분 보유…경영권 승계·우호 지분
보유 계열사 지분 가치 5.4조…지난해 목적사업 대림·영풍·SK순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최대주주(23.29%)로 있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이노션은 정몽구 회장의 장녀 정성이 고문이 40%, 정의선 부회장이 10%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 품은 장학재단


롯데장학재단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롯데제과 지분을 8.69%나 보유하고 있고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4.1%) 등 다른 상장 계열사 지분도 비교적 높은 비율로 보유하고 있다.


▲출처: CEO스코어


두산연강재단 역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산 보통주 8.05%와 우선주 21.28%를 갖고 있다. 한진의 양현재단은 유수홀딩스 9.9%와 한진해운 1.94%, 정석물류학술재단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정석기업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아산사회복지재단은 현대중공업 지분 2.53%를 보유 하고 있으며, 동부문화재단은 동부화재 지분 5.59%를 갖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금호타이어 지분 2.77%를 갖고 있다.


반면 SK, 포스코가 설립한 공익재단은 다른 대기업 그룹의 공익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열사 지분이 적다.


SK의 한국고등교육재단은 SK케미칼(1.02%), SK네트웍스(0.33%), SKC(0.2%)의 지분을 소량 보유하고 있으며, 행복나눔재단은 사회적 기업 육성 차원에서 운영 중인 행복나래(5%) 지분을 갖고 있다.


포스코의 포스코청암재단도 그룹 핵심인 포스코 지분 소량(0.03%)과 조선내화(4%), 포스코엠텍(2.36%) 지분을 보유했다.


KT그룹 희망나눔재단도 KT 보유 지분(0.01%)이 미미했다. LG연암문화재단은 LG(0.33%)와 LG생명과학(0.48%), GS의 남촌재단은 GS건설(0.66%) 지분 소량을 갖고 있다. 지주사인 CJ 지분을 각각 보유한 CJ나눔재단(0.63%)과 문화재단(0.48%) 역시 지분율은 극히 낮았다.


대림(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 현대백화점(현대백화점사회복지재단), 에쓰오일(에쓰오일과학문화재단), 미래에셋(박현주재단) 등 4개 그룹의 공익재단은 계열사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익재단 가치 ‘얼마’


공익재단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는 상장사 기준으로 5조4천311억원(5월26일 종가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이 3조4247억원 규모로 전체 63.1%의 비중을 차지해 가장 규모가 컸으며, 롯데는 5214억원(9.6%), 현대차는 3777억원(7%), 현대중공업은 3435억원(6.3%)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동부(2023억원, 3.7%), 두산(1510억원, 2.8%), 한진(946억원, 1.7%), CJ(894억원, 1.6%)의 순이다. 나머지 공익재단들의 계열사 지분 가치는 500억원 미만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가 채 되지 않았다.


본연의 목적, ‘망각 했나’


지난해 30대그룹 34곳 공익재단의 수익은 3조8841억원으로 전년보다 4.8%(1766억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목적사업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2576억원에서 2461억원으로 4.5%(115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출된 목적사업비가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목적사업 비중)은 6.9%에서 6.3%로 0.6%포인트 소폭 낮아졌다.


34개 공익법인 중 지난해 목적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대림그룹의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으로 지난해 수익은 3억4500만원인 데 비해 장학사업 등에 대한 지출은 4억1500만 원에 달해 목적사업 비중이 120.3%에 달했다. 이 재단은 대림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명예회장이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했다.


이어 영풍그룹 장형진 회장이 이사장인 영풍문화재단이 119.7%로 2위, SK그룹의 행복나눔재단이 117.7%로 3위를 차지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지분을 출자하기보다는 현금을 출자해 그 돈으로 이자수익이나 다른 수익을 통해 공익사업을 하는 것이 원래 취지에 맞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공익재단은 계열사 지분을 활용한 총수 일가의 승계작업이라든지 우호지분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 공익재단을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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