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권도윤 기자]여행(旅行)의 사전적 정의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 여행이란 '언어'라는 수단으로 온전히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행동에 옮기기에 앞서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의 막연한 설레임, 그리고 매 순간마다 찾아오는 선택의 고통, 그럼에도 ‘항해’를 지속하게 하는 알 수 없는 힘.


그리고 모든 여정을 마친 후 원래 있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든다. 아련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해지는 기분. 이 모든 과정이 여행이고, 이를 경험하기 위해 우리는 또 다시 여행을 결심한다. <편집자주>


아무런 계획과 준비없이 말레이시아에 온 만큼 수시로 길을 잃고 헤매었다. 가장 어이없는 사건은 바로앞에 숙소가 있는데도 고가도로 출구를 못찾아 30분 이상 제자리를 맴돈것. 하지만 그만큼 구석구석 정이 많이 들었다.


친절한 말레이시아 사람들, 어딜가나 한국인이라고 하면 '런닝맨' 본다는 이야기,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와 한국이 아닐까 착각하게 만든 길거리 상점 덕분에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했다.


하필이면 우기에 머물며 매일같이 비를 맞았고 구경에도 지장이 있었지만 온난한 기후 덕분에 감기걱정이 없었다. 숙소에는 친절한 직원들이 맞아주었고 세계각지의 여행자들을 만나 어울렸다.


특히 할로윈 데이 파티가 겹치면서 즐거운 밤을 보냈다.(계획에 없었지만 나도 ‘한국을 대표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춰야 했다.)


또한 말레이시아의 보낸 나흘은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 시작 전 해외생활에 적응하기에도 충분했다.


여러모로 말레이시아를 떠나는게 아쉬웠다. 언젠가 다시 돌아와서 이곳저곳 제대로 둘러보리라 다짐했다.


출발에 앞서 짐 꾸리는데 시간이 제법 많이 소모되었다. 올 때 수하물 무게가 초과되었기에 몇개 챙겼던 라면을 다 소모했고 각종 예비부품의 포장을 모조리 벗겼다.


두툼한 인도 가이드북 2권과 겨울옷은 선편 소포로 발송했다. 그래도 짐이 한가득이라 중심잡기 쉽지 않았다.


공항에 도착하자 다시 바빠졌다. 무게가 가장 큰 문제다. 한여름임에도 모든 의복을 다 착용했다. 속옷 세벌, 반팔 위에 긴팔, 방상내피 상의, 바람막이까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흥건하다.


반면 공항 카운터는 매우 친절했다. 기내 배낭은 크기만 보고 통과. 자전거도 두말없이 대형 수하물표를 붙여줬다. 뭐야. 괜히 고생했잖아?


게다가 비상구 좌석을 배정받아 편하게 가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는 추가요금을 지불했고 비행기 놓칠까봐 전력질주하는 등 정신없었는데 역시 공항은 일찍 와야한다.


다시 겨울옷을 배낭에 쑤셔넣고 약간 남은 말레이시아 링깃을 미국달러로 환전 후 출국 심사장을 나섰다.


안녕 말레이시아. 언젠가 다시 돌아올게.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