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저격 발언’으로 촉발…‘자승자박(自繩自縛)’덫에 걸렸다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난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진행됐다. 추도식에는 유족과 여야 정치인, 일반 추모객 등 5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반성도 안 했다”며 여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추도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독설을 날렸다. 건호씨의 독설로 인해 추모객들 또한 덩달아 흥분하며 김 대표는 물론 일부 야당 의원들에게까지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야당 내에서는 분열 조짐이 가시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건호씨의 유학비용 등 가족관련 비리혐의 때문에 시작됐다’고 주장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해 중단된 건호씨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일단락 된 ‘노 전 대통령 가족 뇌물 스캔들’에 대해 짚어봤다.


추도식, 손님 온 여당 대표 향해 직격탄 날려
김한길-천정배-안철수 등 비노(非盧)인사 수난


지난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친노(親盧)의 좌장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물론 여야 정치인, 일반인 추모객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 더불어 이 자리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참석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아냥’과 독설


추도식 행사 중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는 유족 인사말에서 “이 자리에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오셨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는 노건호씨(사진제공 뉴시스)
건호씨는 이어 “전직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며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면서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라며 여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추도식에 참석한 김 대표를 향해 비꼬는 듯한 말투로 비아냥댔다.


계속해서 건호씨는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 하시려나 기대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고 본인도 그간 사건들에 대해 처벌받은 일도 없고 반성한 일도 없으시니 그저 헛꿈이 아닌가 싶다”며 독설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사과? 반성? 그런 거 필요 없다.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십시오”라며 김 대표 면전에 대고 서슴없이 직격탄을 날렸다.


건호씨의 독설로 인해 추모객들 역시 덩달아 흥분해 김 대표가 헌화를 마친 뒤 행사장을 빠져나올 때 욕설과 함께 물세례를 퍼부었다.


불만 폭발‥분열 가시화?


건호씨의 독설로 촉발된 추모객들의 흥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를 연일 비판해온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에게는 원색적인 욕설과 함께 물세례를 날렸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4·29재보궐선거 광주에서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는 ‘배신자’라는 야유와 욕설을 쏟아냈다. 더불어 박지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에게도 야유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건호씨의 적절치 않은 독설로 촉발된 추모객들의 야유와 욕설은 가뜩이나 분열이 조짐이 우려되는 당내 분열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봉하마을 추도식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친노와 함께 가기 힘든 것 아니냐’, ‘이렇게 감정적으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은 필패’, ‘적대적이고 배타적인 친노의 민낯이 드러났다’ 등등 친노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학비용 자금조달


이와 같이 건호씨의 독설이 야권의 분열을 불러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건호씨에 대한 수사를 다시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건호씨 등 가족관련 비리혐의 때문에 시작됐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중단된 건호씨의 비리혐의를 재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 3월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과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 사이에 벌어진 세종증권 매각 사건을 조사하던 중 박 회장이 수많은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포착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사진제공 뉴시스)
이 과정에서 검찰은 2007년 6월 태광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권양숙 여사)에게 100만달러(10억원)를 건넨 정황을 파악했고 이 자금이 최종적으로 건호씨의 미국 유학비용 등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의 이러한 수사는 박 회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줘야 하니 100만달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받았고 또한 건호씨 역시 당시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유학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족 뇌물 스캔들’‥노건호 비리 재수사 재점화
결국 ‘야당분열’ 초래…정계 진출 염두 된 술수?


‘500만달러’ 운용 장본인


또한 검찰은 박 회장이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투자명목으로 500만달러(50억원)를 보낸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시켰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씨는 2008년 1월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진아일랜드에 ‘타나도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이는 연씨가 박 회장한테서 받은 500만달러를 종잣돈으로 설립한 회사였다.


이어 연씨는 박 회장에게 받은 자본금 중 60%에 해당하는 300만달러를 버진아일랜드 ‘엘리쉬&파트너스’에 투자했는데 당시 검찰은 이 부분을 주목했다. 엘리쉬&파트너스의 최대주주는 바로 건호씨였기 때문이다.


건호씨는 투자받은 자금 중 일부를 자신의 지인인 정모씨가 대표로 있는 ‘오르고스’사와 외삼촌 권기문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재투자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달러를 투자받는데 건호씨의 개입이 있었고 사실상 건호씨는 이 돈을 주도적으로 운용해 온 장본인이었다.


검찰은 500만달러 운용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깊숙이 관여한 만큼 노 전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으며 이 자금이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를 모두 종합해보면 노 전 대통령 측은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를 받았고 이 중 100만달러는 권양숙 여사가 건호씨 유학비용 등으로 사용했으며 나머지 500만달러는 건호씨가 지인들 회사에 투자하면서 실질적으로 운용한 것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친분이 있었던 박 회장으로부터 금전을 수수한 포괄적 뇌물 혐의를 받기에 충분했다.


일단락된 수사


이에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으며 건호씨에 대해서는 5차례에 걸쳐 소환조사를 벌였다. 노 전 대통령 또한 2009년 4월 30일 전직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를 받은 지 열흘 뒤인 2009년 5월 11일에는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부부가 조사를 받았으며 다음날인 12일 대검 중수부는 정연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추가 수수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족들의 뇌물 수수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은 조만간 사법처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5월 23일 봉하마을 사저 뒷산에서 등산을 하던 중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따라서 그간 벌여온 ‘노 전 대통령 가족 뇌물 스캔들’ 수사는 사실상 일단락됐다.


‘어불성설(語不成說)’과 역효과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건호씨가 추도식에서 여당 대표를 향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라는 주장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지적하면서 건호씨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단체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는 가족들도 어느 정도 책임 있는데 마치 죽음의 원인을 여권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진보 성향인 ‘진보논객 고종석’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노건호씨의 분함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선친의 비극적 죽음에 자신을 포함한 가족과 측근들의 책임은 조금이라도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라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건호씨의 책임을 꼬집었다.


이처럼 건호씨의 독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책임문제가 지적되며 재수사까지 불거지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을 연출하고 있다.


▲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씨(사진제공 뉴시스)
한편, 건호씨의 독설과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노건호의 독설은 결국 내년 총선을 노린 것이 아니겠느냐”며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또한 노씨의 발언으로 친노가 결집하면서 4·29재보궐선거 패배로 수세에 몰린 문재인 대표에게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됐다”면서도 “하지만 당내 친노와 비노 간의 분열을 불러오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