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못해 발 동동 “우리가 대세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소주 병의 라벨은 그동안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구분 지어졌다. 파란색의 경우 도수가 낮고, 빨간색의 경우 도수가 높은 술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술을 선택해 마실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주류 업계를 뒤흔드는 새로운 술이 나타났다.


기존 술 보다도 한참 낮은 ‘14도’라는 파격적인 도수에 유자맛 까지 더해져 나왔다. 성공 여부에 대한 의문이 생겼던 이 술은 현재 없어서 못파는 술이 됐다.


한 달 간 150만 병 판매‥도수 줄이고 맛 살렸다
SNS 타고 선풍적인 인기‥전국 각지에서 인기몰이


롯데주류는 3월 20일부터 과일과즙과 과일향이 첨가된 칵테일 ‘처음처럼 순하리’를 선보인다며 지난 2월 발표했다.


‘처음처럼 순하리’ 유자맛은 용량 360㎖에 알코올 도수 14도로 천연 유자 농축액과 유자향을 첨가한 리큐르 제품이다.


‘처음처럼 순하리’ 저도화 추세에 따라 14도로 제조해 소주 특유의 알코올 향과 맛을 줄였다. 유자과즙을 첨가해 특별한 제조 없이 잔에 담아 바로 칵테일의 맛을 즐길 수 있는 RTS(Ready To Serve) 소주 베이스의 칵테일로 제조됐다.


예상치 못했던 인기 행렬


당시에만 해도 큰 인기를 누릴 것이라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처음처럼 순하리’는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150만병을 돌파했다.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순하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입소문을 타 젊은이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저도주(도수가 낮은 술)’ 트렌드와 맞물려 여성 소비자들을 적절히 공략했다는 평이다.


롯데주류 측은 처음처럼 순하리는 출시 초 군산공장에서 생산했으나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생산라인을 강릉공장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순하리의 돌풍에 경쟁사 ‘좋은데이’의 무학도 도전장을 던졌다.


무학은 천연 과일과즙을 첨가한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3종을 출시했다. 3가지 과일을 사용한 블루와 레드, 옐로우 제품이다. 달콤한 맛의 좋은데이 블루는 블루베리를 이용했고, 좋은데이 레드는 새콤한 맛의 석류 맛을 살렸다. 옐로우는 처음처럼 순하리와 마찬가지로 유자를 넣었다. 특히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는 알코올 도수가 13.5도로, 순하리보다 더 낮아졌다.


서울 판매, 시작으로 본격 시동


‘순하리’는 그간 주로 영남권에서 판매했다. 수도권에서 판매하기는 했지만, 확연히 적은 물량이었다. 롯데주류는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라’ 라는 말처럼 수도권 공략에 본격 나선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지난 21일부터 부산·영남지역에서만 팔리던 ‘순하리’를 수도권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롯데주류가 지난 3월 내놓은 순하리는 편의점에서 품절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부산·영남지역에서만 판매를 시작해 수도권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번 수도권 지역에 판매를 시작으로 순하리 돌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롯데주류는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순하리 공급 부족 현상을 겪었다. 실제로 롯데주류의 1분기 주류 누적 생산실적은 9만7909㎘이었으며 공장 평균 가동률도 104.1%에 달했다.


낮추고 또 낮추고


소비자들의 성향이 다양해지면서 도수 역시도 다양해지고 있다. ‘순하리 처음처럼’을 출시한 롯데주류의 경우 이미 처음처럼의 도수를 세 가지로 분류해 팔고 있었다. ‘부드러운 처음처럼’이 17.5도, ‘진한 처음처럼’이 21도, ‘순한 쿨 처음처럼’이 16.8도였다.


1920년대 35도에 달했던 소주는 1974년 25도에 이어 2004년 21도, 2006년 20도 이하로 계속 낮아졌다. 본격적으로 도수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


1997년 시원과 무학의 ‘화이트’(23도) 등 저도수 소주의 점유율이 치솟았고 1998년 하이트진로(당시 진로)가 23도인 ‘참진이슬로’를 내면서 저도주 시대가 열렸다. 업계 2위인 롯데주류(당시 두산주류)까지 1999년 22도짜리 ‘뉴그린’을 내놓으면서 도수 낮추기 경쟁이 시작됐다.


2006년에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19.8도)를 선보이며 19도 소주 시대를 열었고, 롯데주류(당시 두산주류)도 처음처럼 19.5도를 선보이면서 대응했다.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술들의 ‘마지노선’이 17도였지만, 순한 소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결국 ‘14도 소주’까지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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