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여론 확산‥적극대응 ‘위기 돌파’

▲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본사(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69.3%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12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합병한 이후 안방인 국내 내수시장에서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이 70%밑으로 하락한 것이다. 올해 1월에는 65.9%까지 하락했다가 3월 66.7%, 4월 69.4%로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예전만큼의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 하락은 수입차와 국내 경쟁업체의 신차 공세가 원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으며 더불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안티 현대기아’등 비판 여론 확산도 내수 점유율 하락에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현대기아는 현대자동차 공식 블로그 ‘오해와 진실’ 카테고리를 통해 오해에서 비롯된 비판 여론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작년 내수점유율 사상 첫 70% 밑돌아
수입차 업체 총공세…비난 여론 들 끓어


현대·기아자동차의 지난해 내수시장 점유율은 전년(21013년)보다 2.1%포인트 낮아진 69.3%로 집계되면서 처음으로 70%대 아래로 하락했다. 기업별로는 현대차가 41.3%, 기아차가 28%의 내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하락↓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사상 첫 800만대를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글로벌 판매까지 위협 받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1998년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합병한 시점부터 줄곧 내수시장 점유율 70%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2007년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이 70.5%까지 하락했으나 2009년 다시 76.8%로 치솟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2013년 내수 점유율이 71.4%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지난해 70%밑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 하락세는 수입차 업체의 거센 공세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모두 19만 6359대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보다 25.5%가 늘어난 규모이며 역대 최고치이다.


현재 수입차 판매량은 3년 연속 20%가 넘는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으며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1년 전보다 1.8%포인트 상승한 13.9%로 상승했고 올해 수입차 판매량을 21만 5000대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내수 점유율 하락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선전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르노삼성은 QM3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에서 8만 3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33.3%의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GM은 지난해 15만 4381대를 판매해 2002년 출범이래 연간기준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쌍용차 역시 지난해 국내에서 6만 9036대를 팔아치워 전년에 비해 판매량이 7%이상 증가했다.


위기감 고조↑


이처럼 수입차와 국내 경쟁업체의 공세로 추락하던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지난달 69.4%까지 회복했다.


올해 1월 65.9%까지 하락한 내수 점유율은 3월 66.7%에 이어 4월 69.4%까지 상승한 것이다. 내수 점유율 상승 원인으로는 수입차의 물량 부족으로 판매량이 감소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신형 투싼 등의 신차효과가 한 몫 거들었다.


▲ 올 뉴 투싼(사진제공 뉴시스)
소형 SUV 신형 투싼이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는 아반떼와 K5,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의 주력 모델들의 신차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내수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신차출시 효과로 내수 점유율을 다시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 하락은 소비자들의 불신과 반감 등 비판 여론 확산 또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와 보배드림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독 현대기아차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어 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고객 역차별과 과장연비, 에어백 문제 등 품질에 대한 비난 여론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터라 신차를 출시해봤자 내수 점유율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오해와 진실’- 첫 번째 ‘부식’


이에 현대기아차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오해에서 비롯된 비난 여론에 대해 귀를 열고 소통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7일 현대기아차는 현대자동차 공식 블로그 ‘오해와 진실’ 카테고리에서 내수용 차량과 수출용 강판 차별에 대한 오해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3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현대차가 말한다!’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의 궁금한 점을 묻거나 현실적인 질책을 하는 등 기업과 소비자 간의 소통의 통로를 마련하는 이벤트였다.


현대기아차는 블로글 통해 “수출용에 대비해서 내수용 모델에 강판, 특히 부식에 대해서 차별을 두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현대자동차 공식 블로그
현대기아차는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이 방청성능(부식을 방지하는 성능) 확보에 만전을 기울여 이를 최대한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모든 국가의 차량에 똑같은 기준의 방청성능을 부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보이는 곳에서 운행하는 차와 어마어마한 양의 눈이 내리는 곳에서 운행하는 차량의 방청성능을 똑같이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것.


과거 현대자동차는 미국 부식학회 지도를 바탕으로 국가별 강판의 특성을 구별하여 사용했는데 한국은 눈이 적게 오는 곳으로 분류되었기에 방청성능보다는 국내 고객이 더욱 선호하는 상품에 초점을 맞추어 상품을 개발해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켜왔다.


이는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부식학회에서 연구한 ‘세계 부식지도’를 바탕으로 각각의 시장 특성에 맞게 차체 강판의 방청성능을 현지화하곤 하는데 이건 차별화가 아니라 현지화라는 것이다.


▲ 미국 부식학회 부식 지도(현대자동차 공식 블로그)
하지만 지금은 국내 상황이 달라졌다. 잦은 폭설로 인해 염화칼슘 사용량이 급증했는데 2006년 5만 5,684톤에서 2010년 16만6438톤으로 3배나 급증했다. 이러한 제설제 급증으로 차량이 부식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졌다.


현대기아차는 이러한 환경 변화로 인해 내수용 차량에도 부식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007년부터 출시된 국내 차량에 대해서 북미와 동일한 부식가혹지역으로 구분하여 일반 강판보다 내부식성이 뛰어난 ‘아연도금강판’ 적용 비율을 70~85%로 높여 방청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더불어 방청에 대한 보증기간 역시 북미와 국내(표면부식 3년 또는 6만km, 관통부식 7년) 모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경쟁업체에 비해 높게 책정된 보증기간으로 방청성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해와 진실’-두 번째 ‘차체 강판’


지난달 30일에는 부식에 이어 두 번째 대답을 내놓았다. ‘제네시스’ 출시 당시 ‘현대차가 말하는 강판은 초고장력 강판이 아니다’라는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에 대해 해명한 것이다.


현대차는 2세대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590MPa급 이상(AHSS) 기준으로 ‘초고장력강판’의 적용률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차가 없는 기준을 만들어 거짓 홍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현대자동차 공식 블로그
이에 대해 현대차는 철강 업계 내의 용어 의미 정리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며 업계와 학계 등 관련 분야에서 통용되는 공신력 있는 전 세계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라고 설명했다.


차량용 강판에 대해 살펴보자면 인장강도(강판의 고유 성질로 단위 단면적을 가지는 일정 길이의 강판을 잡아당길 때 끊어지는 하중) 기준으로 흔히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의 강판은 큰 틀에서 3가지 정도로 나뉜다.


90년대 이전의 자동차들은 인장강도 280MPa급의 일반강판(MS, Mild Steel)을 주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안전 법규의 강화에 따라 조금 더 튼튼한 340MPa급의 고장력강판(HSS, High Strength Steel)이 개발되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후 금속조직학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이상조직강(DP, Dual Phase Steel) 내지는 다상조직강(CP, Complex Phase Steel)이라는 강판이 개발되면서 AHSS(Advanced High Strength Steel)라는 용어가 등장하였고 세계적인 철강사를 중심으로 인장강도 590MPa급 이상의 강판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AHSS는 국내 학술지나 학계에서 초고장력강판이라고 지칭하게 되었다. 이어 780MPa, 980MPa, 1180MPa, 1470MPa급 강판이 순차적으로 개발되었고 현대차는 이 모든 강판들이 AHSS의 범주에 들어가므로 공통적으로 초고장력강판이라 칭해왔다.


이는 현대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내외 철강사들 역시 590MPa급 이상의 강판을 통틀어 초고장력강판으로 분류하고 있다.


▲ 차량용 강판 분류(현대자동차 공식 블로그)
2000년대 이후 개발된 인장강도 590MPa급 이상의 강판을 초고장력강판이라고 부르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인 강종 구분 개념이다. 따라서 ‘현대자동차가 남들이 사용하지도 않는 기준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라는 주장이나 ‘약한 강판을 쓰고 있으면서 이를 과장 광고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


아울러 ‘초고장력강판을 적용했다’는 말은 ‘590MPa급 강판만을 사용했다’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으며 범주의 시작점인 590MPa급 외에도 780MPa, 980MPa, 1180MPa, 1470MPa급 강판이 사용되고 있을 때도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열린 소통’ 배경…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관련업계 시선‥현대기아차 ‘변화’에 주목


소통의 배경, 누구?


이와 같이 현대기아차는 현대차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소비자들의 오해가 차츰 풀려나가길 바라며 열린 마음으로 소통에 나서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국내영업본부 내에 30명 규모의 소비자 전담 조직인 국내 커뮤니케이션팀을 출범시킨바 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커뮤니케이션팀을 신설하면서 “터무니없는 비난성 글이라도 가감 없이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오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품질 불만이나 비판 의견, 판매 현장에서 일어나는 고객 불만사항 등이 가감 없이 정 부의장에게 보고된다는 후문이다.


또한 정 부회장은 보고 받는 즉시 남양연구소나 국내영업본부 등 관련부서에 대응 조치를 마련토록 지침을 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에는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 자동차 동호회 회원들과 블로거들을 초청해 쏘나타 하이브리드 후방 충돌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는 당시 온라인상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 후방 충돌시 배터리 폭발 가능성이 제기된 데에 따른 진실을 밝히고자 열린 안정성 시연회였다. 후방 충돌 테스트 결과 배터리는 전혀 손상이 없이 원상태를 유지해 안정성을 입증했다.


또한 ‘현대차의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가 변속 충격이 심하고 내구성이 약하다’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3일 보배드림 회원들을 파주 헤이리마을로 초청해 ‘7단 DCT미션’이 장착된 차량들을 직접 시승해 보는 시승회를 열었으며 앞선 3월에는 남양연구소 인근으로 기자들을 초청해 7단 DCT미션에 대한 기술설명회 시간을 갖기도 했다.


변화의 바람 <왜>


이처럼 현대기아차는 오해에서 비롯된 비판 여론 확산으로 하락한 내수시장 점유율 회복과 신뢰회복을 위해 소비자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며 적극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행보와 관련해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커뮤니케이션팀을 출범시킨 이후 소비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물론 지금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고객들과의 소통을 이어나가다보면 현대기아차의 품질 변화를 소비자들은 체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머지않아 국내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내수시장에서 다시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업체의 성장세와 비판 여론 확산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소통으로 내수 점유율 회복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은 현대기아차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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