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권도윤 기자]여행(旅行)의 사전적 정의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 여행이란 '언어'라는 수단으로 온전히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행동에 옮기기에 앞서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의 막연한 설레임, 그리고 매 순간마다 찾아오는 선택의 고통, 그럼에도 ‘항해’를 지속하게 하는 알 수 없는 힘.


그리고 모든 여정을 마친 후 원래 있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든다. 아련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해지는 기분. 이 모든 과정이 여행이고, 이를 경험하기 위해 우리는 또 다시 여행을 결심한다. <편집자주>


이번호부터 2012년 11월 1일부터 14년 11월 26일까지 유라시아 대륙 25개월간의 자전거 여행기록을 연재합니다.



몇가지 이유로 자전거 여행을 결심했다.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보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다른 문화권을 직접 체험하고 싶었으며 그 과정을 온전히 내 힘으로 감당하고 싶었다. 이동수단으로 선택한 자전거는 무릎 수술에 따른 재활훈련의 한 방편이었다.


처음 목적지는 인도로 정했다.


사실 인도에 대해서 아는 것은 ▲4대문명과 불교의 발상지 ▲손오공과 혜초스님이 간 곳 ▲힌두교와 요가·카레·카스트 제도 ▲길에 소가 있으면 차가 피해다닌다는 나라 ▲타지마할 ▲영국 식민지 ▲물레 돌리는 간디 ▲6·25 당시 의료지원국·핵 보유국·최근에는 IT강국 이정도인데다 각종 전자게임의 영향으로 내 머릿속의 인도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교 힌두교 등 많은 종교가 탄생한 인류 정신문명의 고향인 인도는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최적이라 생각했다. 영어를 사용하므로 의사소통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것도 한 이유였다.



계획이 느슨하지만 막상 떠나려니 바쁘다. 여권과 비자를 신청하고 항공권도 알아봐야 한다. 각종 장비를 갖추고 정비 방법을 익혔다. 몸 정비도 빼놓을 수 없다. 김진섭정형외과 운동처방사 최석규 실장님의 지도하에 무릎상태를 보완했다.


저렴하고도 수하물용량이 넉넉한 항공권을 찾다 보니 말레이시아를 경유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에 단기 체류가 허락되어 4일간 머문다. 이후 일정은 상황에 따라 조절할 계획이다.


길 위의 소통을 돕기 위해 또 나름대로 명분을 만들기 위해 두달간 현지 회화 코스를 등록했다. 이로서 인도에 적응하는 시간을 벌 수 있고 관광비자보다 효율적인 학생비자를 얻었다. 학원 위치에 따라 입국은 뭄바이로 결정했다.


하지만 출발이 다가올수록 여행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보다는 아쉬움과 미루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10년만에 고향에 돌아와서 어머니가 해 주시는 밥을 먹고 친구들을 만나는게 정말 좋았다. 또한 부모님께 효도한번 못하고 다시 떠나는게 죄송했고 정든 친구들과의 헤어짐이 싫었다.


게다가 미래에 대한 친구들의 조언을 들을때면 과연 바른 선택인지 회의가 들기도 했다. 이런 고민에 비하면 몸 상태는 오히려 작은 문제였다. 불필요한 감정을 추스리느라 정작 필요한 출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준비를 미뤄 온 탓에 출발 전날부터 곤욕이다. 수하물 무게 초과로 짐을 하나씩 빼다 보니 벌써 출발시간이다.


급한 마음에 대충 쑤셔넣고 결국 공항버스 안에서 배낭속을 다시 정리했다. 그래도 배낭 무게가 초과되어 짐을 버리고 약간의 추가운임까지 물었다.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의 많은 자전거 여행기를 봐도 출발전날 짐 꾸리다가 밤샌 기록이 많다는 것이다.


자전거는 부피가 커서 상당히 이격되어있는 다른 카운터에서 부쳐야 했다. 수하물과 씨름하다 보니 여유있게 도착했다 생각했지만 탑승 시간이 촉박하다. 바쁜데 출국 대기자도 많고 보안검색대에서 엑스레이를 세 번이나 찍으면서 배낭 깊숙이 있던 커터칼 한자루를 빼앗겼다.


결국 공항에서 전력질주를 해야만 했다. 다른 승객들은 말쑥하고 전문성이 느껴지는 비즈니스맨이나 여유있는 관광객으로 보이는데 나는 시작부터 이게 무슨 꼴인가.


한참 달린 끝에 간신히 비행기에 탑승하여 기내식을 먹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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