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1위…한미·녹십자 ‘양호’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국내 매출 ‘빅3’ 제약사들이 지난 1분기 매출 성장에 성공한 가운데 중소형 제약사들의 희비가 엇갈리며 향후 국내 제약업계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녹십자의 경우 ‘1조 클럽’ 동반 입성에 대한 기대감까지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편중된 포트폴리오로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중소형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업체 간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원료의약품 수출 호조에 대표품목 매출 골고루 늘어”
자체개발 제품 적고 ‘코프로모션’ 비중 높다‥한계성↓


올 1분기 국내 매출 상위 3사의 영업실적이 발표되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유한양행이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한미약품과 녹십자가 이었다.


이 가운데 한미약품과 녹십자는 1분기 이후 본격적인 실적 개선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전체 성적표를 두고 ‘빅3’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조 클럽’ 동반 입성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은근한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1조 클럽’ 자존심


지난해 국내 제약사 최초 ‘1조 클럽’에 가입한 유한양행은 올 1분기에도 가장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 1위 업체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 및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별도 기준) 158억430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8%의 신장을 기록했다.


또 같은 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2410억3000만원, 337억4900만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6.7%, 11.4%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유한양행 측은 “원료 의약품 수출이 늘고 대표 품목인 비리어드, 트라젠타, 트윈스타 등이 고른 매출 성장을 보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유한양행 전체 매출의 상당 비중이 다국적 제약사와의 ‘코프로모션’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자체 개발 품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같은 기간 한미약품은 지난 1분기(연결 기준) 총 214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16%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억1100만원으로 88% 이상 감소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어든 16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다만 한미약품의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이유가 실질적인 영업 부진이 아니라 R&D(연구개발) 투자에 대규모 비용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란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크지 않다.


이는 임성기 회장이 “국내 제약사 최초로 글로벌 신약의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공공연히 밝혀왔던 점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올 1분기 무려 460억원이상의 자금을 R&D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분기 전체 매출액의 21%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년 동기(290억원)에 비해 무려 60% 늘려 잡은 것이다.


실제 한미약품 측은 “분기 기준 최대 규모 R&D 투자로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다”고 영업이익 감소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 사진=녹십자 홈페이지

3개사의 약진


녹십자는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당기순이익(13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당기순이익 규모가 전년에 비해 반토막 수준에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일부 실적이 2분기로 넘어가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


매출액은 2143억4300만원(7.6%↑), 영업이익은 126억9700만원(8.5%↓)을 기록했다.


녹십자측은 영업이익 둔화에 대해 “국제기구 입찰에서 수주한 독감백신 수출분에 대한 일정 변경으로, 지난해와 달리 2분기에 실적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녹십자는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 산하 범미보건기구 2015년도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약 2900만 달러 규모의 독감백신 수주에 성공했다. 이는 지난해 남반구향 독감백신 수출 금액 2300만 달러에 비해 25% 이상 늘어난 규모다.
녹십자측은 “전 사업부문에서 매출이 고르게 늘고 있다”면서 “독감백신과 수두백신 국제기구 입찰·아이비글로불린 및 알부민 등의 혈액분획제제 수출 확대 등으로 인해 올해에도 실적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진=뉴시스

업체 간 양극화


이른바 제약사 ‘빅3’가 매출면에서 전반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일부 중소제약사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어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게다다 중소업체 간에도 영업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의 실적을 기록, 본격적인 양극화 현상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달 말 제약업계 및 더벨 등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사 30곳 가운데 24곳의 매출이 전년 대비 늘어났다. 또 영업이익이 증가하거나 흑자전환한 업체는 18곳에 달했다.


매출 상위 업체뿐만 아니라 중소업체들도 약가 인하 후폭풍에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중소제약사 가운데 제네릭 위주에서 개량신약 쪽으로 영업 방식을 전환한 업체들의 선전이 빛났다.


안과용 의약품 사업 비중을 높인 삼천당제약의 경우 지난해 13% 넘는 매출 성장을 거뒀다. 영업이익 역시 1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인제약은 정신신경치료제에 집중한 결과 15% 넘는 매출 성장을 보였다. 반대로 제네릭 중심의 영업 방식을 고수했던 업체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일제약은 경쟁업체들의 점유율 확대로 매출이 급감했고, 판관비 증가로 수익성도 악화됐다.


아울러 매출다변화와 체질개선에 소홀했던 타 업체들 역시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다.


동성제약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염모제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에 점유율을 내주며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로환 역시 성분 논란 등으로 지난 3년여 간 매출이 계속적으로 줄고 있다.


또 국제약품의 경우 2008년 이후 화장품사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영업망 부족과 경쟁 심화, 판관비 증가 등으로 마땅한 수익을 내지 못했다. 결국 적자전환하고 말았다.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허가 특허 연계제도 실시로 인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는 물론 중소업체간 양극화 현상도 한층 심화될 전망”이라며 “정부의 잇단 제약업 관련 규제 도입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업체들의 도태 현상이 잇따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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