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율 ‘고공행진’…오너일가 배불리기?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업계를 중심으로 한국단자공업(회장 이창원)과 부품 업체 케이티인터내쇼날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원준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케이티인터내쇼날은 해마다 상당한 비중의 매출·매입을 한국단자공업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곳간 채우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일반 주주들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아들 이원준 사장 소유 케이티인터내쇼날에 집중 지원?
공정거래법 ‘사각지대’…당국 규제 적용 없이 승승장구


최근 이창원 한국단자공업 회장의 아들인 이원준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케이티인터내쇼날이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 1990년 설립된 케이티인터내쇼날은 자동차 부품과 무선통신기기 부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로, 본사는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하고 있다.


케이티인터내쇼날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회사가 사실상 오너일가의 소유라는 점 때문이다.


금감원 전자공시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기준 이 사장은 케이티인터내쇼날의 지분 절반 이상(54.41%)을 보유 중이다.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케이티인터내쇼날 지분 전체가 사실상 오너일가의 몫이다.


일감몰아주기 ‘의혹’


지난달 25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케이티인터내쇼날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약 449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429억원(95.5%)이 한국단자공업과의 거래를 통한 것이었다.


최근 수년 간 케이티인터내쇼날의 전체 매출원가 가운데 한국단자공업과의 거래 비중은 9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거래 대부분을 한국단자공업과 진행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아울러 케이티인터내쇼날이 매년 한국단자공업에 대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지난해 41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은 물론 전년에도 38억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04년에 비해서는 100게 넘게 급증한 규모다.


한국단자공업 측은 일부 언론을 통해 “이는 임가공과 관련해 발생한 것으로, 한국단자공업에서 건넨 물건에 도금 작업을 한 후 케이티인터내쇼날 측이 이를 다시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한국단자공업의 든든한 지원을 통해 케이티인터내쇼날은 수년 간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517억원, 영업이익 47억원, 당기순이익 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 516억원, 영업이익 45억원, 당기순이익 37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성장한 수치다.


2014년과 2013년 사이에는 큰 폭의 성장세가 관찰되지는 않았지만, 핵심은 이 업체가 해마다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2009년 이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익잉여금 규모 역시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2004년 36억원에서 지난해 300억원이 넘는 규모로 확대됐다.


하지만 문제는 케이티인터내쇼날이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기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오너일가 소유 비상장 업체에 모기업이 적극적으로 물량을 밀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몸집을 키워나가는 형태를 차용,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인터내쇼날이 사실상 오너일가의 소유라는 점 외에도 한국단자공업 역시 이창원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총 32.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계열사 혹은 관계사들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거나 상호출자의 형태를 갖춰두고 높은 거래 비중을 유지함으로써 일반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원준 사장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단자공업의 지분도 6.94% 보유 중이다.


▲ 이창원 회장/사진=한국단자공업 홈페이지

경영권 승계 포석?


업계 일각에서는 이창원 회장이 고령에 접어들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단자공업의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상적인 증여 혹은 상속 보다는 상대적으로 세금을 절감할 수 있는 비상장 관계사를 통한 경영권 승계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단자공업의 주가가 수년 간 크게 올라 증여나 상속 같은 ‘정공법’을 사용하기에는 50%에 달하는 세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케이티인터내쇼날과 한국단자공업이 높은 거래 비율을 유지하면서 지불하지 않아도 될 일종의 ‘통행세’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케이티인터내쇼날을 한 차례 거쳐 가는 와중에 오너일가에게 잠재적인 이익이 자연스레 넘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오너일가를 제외한 일반 주주들의 실질적 가치 훼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단자공업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내부거래나 경영권 승계 등의 논란에 대해 특별히 알고 있는 바 없어 설명해드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케이티인터내쇼날과 한국단자공업의 ‘밀월 관계’는 감독 당국 역시 특별히 금지시킬만한 명분이 없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


한 재계관계자는 “대기업 중견업체들의 일감몰아주기는 사실상 방치 상태에 가깝다. 일부 중견기업 오너일가들의 경우 해마다 일감몰아주기와 고배당을 지속하면서 아무런 제한 없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면서 “경제민주화는 물론 일반 소액주주들의 가치 제고를 위해서도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문제에도 충분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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