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괘씸죄 칼 뽑았다?’

▲ 사진=SBI저축은행 홈페이지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SBI저축은행이 매입추심업체와 부실대출채권(NPL) 매각 계약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업체 측은 SBI저축은행이 시효가 만료된 채권을 끼워 넣는 식의 위법 행위를 했으므로 계약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BI 측은 시효 만료 채권의 존재에 대해 업체가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BI 측이 타 업체를 대상으로 재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6일 금감원이 SBI저축은행에 대한 특별 검사에 돌입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조3000억원 규모 NPL 재매각 추진…시효완성 채권 제외
관련법 ‘맹점’ 악용 우려…피해자 불법추심 성행 가능성도


최근 SBI저축은행이 부실대출채권(NPL) 매각 과정에서 매입추심업체(AMC)로 알려진 에이투자산관리대부(이하 에이투대부)와 마찰을 빚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3조3000억원 규모의 NPL에 대해 재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SBI 측은 앞서 같은 달 17일 해당 NPL을 인수키로 한 에이투대부 측이 계약금 30억원을 제외한 잔금 250억원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계약 취소 및 계약금 전액 몰취 방침을 밝혔다.


SBI저축은행은 NPL 매각이 논란을 빚자 시효 5년이 지난 채권 50.1%를 제외한 49.1%에 대한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투대부 측은 계약금 30억원을 반환받기 위해 법원에 입찰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지난달 기각됐다. 이후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투대부 측은 “SBI 측이 시효가 지난 NPL을 매각한 것은 불법 추심을 부추긴 행위와 다름없고, 분쟁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사진=뉴시스

논란의 핵심은


지난달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매각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같은 달 17일 센터원빌딩에서 대출원금 잔액기준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NPL 매각 입찰을 실시했다.


이날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것이 바로 에이투대부다.


이날 매각된 채권의 전체 채무자수는 약 13만여명 수준으로, 법인과 개인채무자는 물론 개인회생 등 다양한 채무자들이 섞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매각이 논란에 오른 것은 채권 대부분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상사채권 소멸시효 5년)이라는 점 때문이다.


에이투대부에 따르면 전체 채무자 가운데 신용카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이 중 시효가 완성돼 상환 의무가 없는 채권이 87%에 달했다. 에이투대부 측은 전체 채권을 포함해도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률은 ‘무효이거나 존재하지 아니한 채권을 추심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채권추심업체들이 채무자들이 거부할 경우 일체의 추심 행위를 할 수 없다. 이에 업체들만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에이투대부 측은 “SBI저축은행의 채권 매각은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한 행위”리고 주장했다. 실제 금감원은 올 초 각 은행들에 공문을 띄워 “NPL 매각 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포함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반면 SBI저축은행은 이번 매각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에이투대부 측은 계약 당시 시효 완성된 채권이 포함돼 있으며 불법 추심을 금지한다는 내용까지 모두 명시된 계약서를 작성했다”면서 “결국 시효 완성된 채권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계약금을 반환을 위해 계약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는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일각에서 불법 추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데, 은행 등이 NPL을 공식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업체는 금감원 직접 감사 대상으로 한정돼 있어 이를 어기고 불법 추심에 나선다는 것은 사실상 문을 닫겠다는 의미다. 사실상 그런 업체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맹점 노린 악용 ‘우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 같은 논란을 자초한 면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채무자들에 대한 불법 추심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시효가 경과한 NPL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공문 발송 등의 소극적인 조치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관련법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금융소비자들만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현재 민법은 금융대출의 소멸시효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리금에 대해 5년 이상 상환을 하지 못한 사람은 법적으로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다만 결정적인 맹점이 있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5년이 지났어도 1원이라도 채무를 상환할 경우 소멸시효가 사라져 전체 원리금을 갚아야하는 의무가 발생하는 것.


결국 추심업체가 시효가 지난 채무 중 일부를 받아내게 될 경우 또 다시 대출금 전체를 갚아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 사진=뉴시스

금감원 부문검사 <왜>


금감원은 논란을 빚었던 SBI저축은행에 대해 부문검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져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금융권 및 조선일보에 따르면 금감원은 6일부터 SBI저축은행에 대한 부문검사를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SBI 측이 금감원의 지도 사항을 무시해 검사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NPL 거래는 잠시 중단됐지만, 당초 SBI측이 추심업체에 이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시효가 지난 채권은 넘기지 말라”는 금감원의 지도를 묵살한 결과라는 것이다.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것.


또 진웅섭 금감원장 취임 후 처음 실시되는 특별검사라는 점에서,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금융권에 전하기 위한 일종의 ‘경고’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이번 사례뿐만이 아니라 기존에도 부당 행위가 있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만약 부당 행위가 발견될 경우 엄단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부문검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언론에 알려진 대로 특별검사 형식은 아니며, NPL 매각 계약과 관련해 내부 통제 및 의사 결정 과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는지의 여부를 살펴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사 마무리 후 시효 만료된 대출채권을 제외한 NPL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추진 일정 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에이투대부가 금감원 측에 분쟁조정을 신청해놨다는 점에서 결국 이번 논란의 결말 역시 금감원 결정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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