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그룹 오너 리더십 발휘....전자업계 환영

▲지난달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초청 기업인 오찬에 참석한 구본무 LG 그룹 회장(우측)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화하고 있다.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삼성그룹과 LG그룹이 세탁기 사건을 비롯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법적 분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어려운 기업 환경속에서 제살 깎아먹기 식 분쟁 보다는 위기 극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무언의 합의가 분쟁 종료로 결실을 맺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과 LG 측은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와 삼성디스플레이 박동건 대표이사, LG전자 구본준 대표이사와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대표이사 명의의 법적 분쟁 종결 합의서를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양 그룹 계열 4개사는 그동안 총 3개 사안에 대해 5건의 법적 다툼을 벌여왔으나 이번 선언에 따라 모든 법적 공방이 종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4개사는 이날 공동발표에서 “법적 분쟁과 관련해 고소취하 등 필요한 절차를 밟고 관계당국에도 선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합의서에서 “국내의 대표 전자업체로서 소비자를 위한 제품 품질과 서비스 향상에 주력하자는 양사 최고 경영층의 결단에 따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는 상호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하고 관계당국에 선처를 요청하기로 했다”며 “사업 과정에서 갈등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양사 간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 합의에도 불구하고 세탁기 파손 사건의 경우 관할지 이전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여서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검찰 측의 대응도 미지수다.


현재 세탁기 파손 사건으로 삼성전자가 고소해 검찰에 기소된 LG전자 임원은 조성진 사장과 조모 상무, 전모 전무 등 모두 3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독일 IFA에서 세탁기 고의로 파손하고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을 놓고 쌍방 고소해 그동안 재판이 진행돼온 사건이 2건 계류돼 있으며 삼성전자가 시스템에어컨 효율화 국책과제 선정과 관련해 사업보고서를 빼돌린 혐의로 LG전자 측을 고소해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사건도 있다.


삼성과 LG의 이번 합의가 ‘세탁기 파손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조 사장 등에게 적용된 혐의 중 명예훼손 혐의만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LG 임원들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거나 재판부가 공소기각 결정을 하면 되지만 업무방해와 재물손괴죄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련 없이 기소와 재판이 이뤄지는 범죄여서 삼성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해도 재판은 계속된다.


삼성과 LG는 “양측은 앞으로 사업수행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적 조치를 지양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기로 했다”며 “이번 합의는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데 힘을 모으고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자는 최고경영진의 대승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두 그룹이 감정싸움을 중단하고 합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각 그룹 최고경영진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합의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과정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그동안 우려가 있어 꾸준히 물밑접촉을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삼성과 LG 측은 이번 합의에 따라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 대해 고소를 취하하거나 탄원서 제출 등의 방식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모든 분쟁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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