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뒤에 숨은 ‘검은 돈’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올해 초 10억원대 납품비리가 드러난 한국남부발전(대표이사 김태우)이 또 다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히 이번 수사는 지난해 납품비리와는 ‘별개’의 사건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해 화력발전소 발전 설비 납품과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은 납품업체 관계자와 대기업 시공사 직원, 발주처인 한전 자회사 직원 등 27명을 기소한 바 있다. 이들은 내부 입찰정보를 유출하거나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 대금을 증액시키는 대가 등으로 돈을 받은 혐의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지난해 납품비리와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밝혀 또 다른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대구지검 특수부, 본사 압수수색해 사업자료 다수 확보
지난해 설비 납품 관련 ‘금품’ 오가 자회사 27명 ‘기소’


검찰의 칼날이 또 다시 한국남부발전소를 향했다. 지난 24일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형진휘)는 이날 검찰 수사관들을 부산 한국남부발전 본사로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화력발전소 운영비리를 수사하면서 한국남부발전을 압수수색,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화력발전소 사업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 자료에 대한 분석이 끝나는 대로 회사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해 납품비리와는 별도로 또 다시 검찰의 수사가 한국남부발전을 향한 것이다.

이미 대구지검은 지난해 화력발전소 발전 설비 납품과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은 납품업체 관계자와 대기업 시공사 직원, 발주처인 한전 자회사 직원 등 27명을 기소한 바 있다. 이들은 내부 입찰정보를 유출하거나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대금을 증액시키는 대가 등으로 납품업체에서 돈을 받은 혐의 등이다.

당시 대구지검 김지용 특수부장은 “이번 수사를 통해 원전뿐만 아니라 화력발전소 사업에서도 갑을관계를 악용한 순환적 로비구조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어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올해 초 ‘무더기’ 기소


한국남부발전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2001년 4월 한국전력공사에서 발전부문이 분할된 발전공기업이다. 현재 화동화력 등 7개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발전공기업 보다 ‘비리’ 공기업으로 더 익숙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초 대구지검 특수부는 화력발전소 발전설비 납품과 관련해 거액의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29명을 적발했다.

시공사인 D건설 이모(48)부장 등 12명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한국남부발전 1급 장모(56)씨 등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국남부발전 1급 직원 장모씨는 국내 화력발전소 건설공사와 관련해 납품업체 선정대가로 금품을 받았고, D건설 이모 부장은 해외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에서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수법도 다양해


검찰조사 결과, 화력발전소 건설비리 역시 구조적 비리로 드러났다. 발주처, 시공사, 외국계 회사는 납품 특혜, 편의 제공 등을 빌미로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고 납품업체들은 뇌물 마련을 위해 다시 하청업체에게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주고받은 뇌물 규모는 12억원이 넘는다.

이들 납품업체들은 제품 납품을 위해 로비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노골적인 금품요구를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해 골프비용과 유흥비, 아파트 분양금 대납시키고 받은 돈으로 상가와 고급 외제차를 구입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또 이들은 뇌물을 주고받는 데는 감시를 피하려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골프연습장 사물함에 현금을 넣어놓고 비밀번호를 알려주거나, 납품업체 홍보용 자료에 현금다발을 넣어 정상적인 홍보물인 것처럼 가장하는 방식 등이 사용됐다.

검찰의 압수수색 관련 남부발전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모든 것은 압수수색이 끝난 후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지만 우리가 타겟인지 아니면 최근 사정당국 기조 속에서 대상에 오른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검찰 수사는 불구속 기소 상태이기 때문에 혐의가 완전히 인정된 부분은 아니다. 이번 수사는 근태관리나 출장, 업무추진비 정도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3년 연속 ‘청렴도 조사’ 1등급 ‘무색’


지난해 12월 한국남부발전이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청렴도 조사에서 1등급을 받은데 이어 ‘에너지 안전경영대상’과 ‘가족친화 우수기업 대통령표창’을 잇따라 수상했다. 대내외적으로 청렴하고,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납품비리 사건이 일어나면서 1등급 평가가 무색하게 됐다. 남부발전은 지난해에 이어 최근 5년간 4차례나 청렴 1등급을 달성했다. 특히 2010년, 2012년, 2014년에는 공공기관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청렴 서약’이라는 청렴윤리를 생활화하고 임원에게는 선임이유와 책무가 적힌 청렴편지를 부적처럼 항상 소지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무늬만 청렴 서약서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남부발전 김태우 대표이사는 지난해 10월 29일 취임한 이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1000억원대의 잔여예산을 회수하는 등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은 타 발전사에 비해 재무환경이 취약하고, LNG 가격대비 SMP(계통한계가격) 하락에 따른 이익 감소 등 약 400억대 순손실마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우 남부발전 사장은 “국내 전력수급의 안정화로 발전설비 이용률 하락과 매출액 감소 등이 예상돼 역대 가장 어려운 경영환경이 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당면한 경영위기에 대한 책임 통감과 비상경영 실천을 통한 경영효율화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일 터지는 비리로 인해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이 ‘비리’ 오명을 벗고 신뢰성을 다시 회복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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