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발 전정도’의 파워 인맥에 놀아나?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해 동부그룹 구조조정 실패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산업은행이 최근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산업은행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검찰이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의 비상식적인 인수합병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성진지오텍 인수에서 산업은행의 행보에 미심적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결국 검찰의 화살은 산업은행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과연 성진지오텍 인수에 보이지 않는 힘은 무엇인지 <스페셜경제>가 들여다봤다.


포스코건설 베트남사업 비자금 조성혐의로 시작된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과도한 인수합병 과정에 칼끝이 맞춰져 있다.


이 중에서도 검찰이 지목하고 있는 업체는 바로 성진지오텍.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진지오텍 거품 논란(?)


지난 2010년 3월 17일 포스코는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이 갖고 있던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주를 주당 1만6331원(종가1만2851원)에 총718억5600여만원에 인수했다. 당시 성진지오텍은 키코 투자손실로 인수결정 직전 3개월 평균주가가 8200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가량 높은 금액이다.


포스코가 전정도 전 회장으로부터 성진지오텍 지분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매입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는 포스코와 모종의 관계가 있지 않는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혜 의혹은 6일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11일 산업은행은 전 전 회장에서 신주인수권(BW)을 넘긴다. 산업은행은 신주인수권 446만주를 전 전 회장에게 주당 9,620원의 가격으로 매각했다. 당시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가 업계에서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 주가가 폭등하던 시기와 겹치면서 산업은행의 판단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또 다른 꼼수를 부렸다. 성진지오텍의 주식평가 기준을 전날 종가가 아닌 1개월 평균주가로 대처하는 등의 부당한 계산법을 적용해 트레이딩센터의 평가액 보다 낮은 229억원에 신주인수권을 팔아 넘겨 손실을 자초했다. 실수라고 하기엔 미심적은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전정도 전 회장은 산업은행으로부터 매입한 신주인수권을 통해 약 300억원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둬들일 수 있게 됐다.


당시 거래에 대해 산업은행측은 “2009년 성진지오텍이 발행한 BW를 인수할 때 전 회장에게 경영권 보장 차원에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기로 약정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산은의 설명대로라면 당시 전 회장은 절묘한 시점에 우선매수권을 행사, 신주인수권을 확보해 고가로 포스코에 팔아넘기는 투자의 귀재인 셈이다.


산업은행은 당시 포스코와 성진지오텍 간 M&A거래의 매각 자문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가격에는 더욱 의혹이 짙어진다.


산업은행 69억원 손실 <왜>


지난 24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의 2011년 10월 6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산업은행 울산지점은 2010년 3월2일 전정도 전 회장에게서 성진지오텍의 신주인수권 446만주를 사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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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점은 다음날인 3일 산업은행 트레이딩센터에 신주인수권 프리미엄 가격평가를 의뢰했고, 트레이딩센터는 성진지오텍의 당일 종가(9420원)와 직전 1~12개월간의 주가변동을 고려해 신주인수권의 공정 가치를 242억~276억원이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며칠 뒤인 11일 성진지오텍의 주식평가 기준을 전날 종가(1만500원) 대신 1개월 평균주가(9320원)로 대체하는 등의 부당한 계산법을 적용해서, 트레이딩센터의 평가액보다 낮은 229억원에 신주인수권을 팔아 손실을 자초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산업은행이 신주인수권을 전정도에게 실제가치인 260억~298억원보다 싸게 팔아 최소 31억원, 최대 69억원의 손실을 가져왔다”며 신주인수권 매각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박모 당시 울산지점장을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성진지오텍 인수·합병은 서울 본사의 M&A실에서 주도하고, 신주인수권은 울산지점에서 주도했는데 울산지점에서 인수·합병 계획을 몰랐던 실수라며 궁색한 변명을 한 바 있다.


전정도는 누구(?)


전 전 회장은 포스코와 산업은행을 상대로 3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챙긴 이후에도 포스코가 전 전 회장을 CEO로 지명해 경영권까지 방어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인수 합병에서 보기 어려운 경우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계약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정권 실세의 힘이 아니고선 불가능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 전 회장은 1980년 볼트와 너트를 만드는 유영금속을 창업한 뒤 불과 8년만인 1989년 에너지 플랜트 기업 성진지오텍을 일궈내는 등 울산에서 입지전적의 인물로 통하고 있다. 또한 지리적으로 가까운 포항출신 인사들과 교류도 상당해 지난 정권의 핵심이었던 ‘영-포 라인’ 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2008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남미 순방길에도 중소기업 CEO로는 이례적으로 동행하는 등 MB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떨어지는 산은發 낙하산


이 밖에도 산업은행은 그동안 퇴직 임원들을 관계사에 낙하산으로 내려 앉히는 관행적 행태를 여전히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부터 STX, 금호그룹, 대우조선해양, 동부그룹, 한진해운 등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사외이사나 감사 등으로 재직했거나 새로 등용된 산은 퇴직자는 19명에 달했다.


특히 STX그룹은 재무상태가 악화할 조짐을 보였던 2009년 이후 산은 출신 11명이 자리를 꿰 찾고 이후 대출금액이 대폭 늘어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산업은행 퇴직자 47명 가운데 66%인 31명이 주거래 기업의 고위직으로 재취업했다.


31명 가운데 13명은 감사, 5명은 재무담당 이사, 4명은 대표이사, 3명은 부사장으로 재취업했다. 나머지도 고문·이사·상무 등의 고위직으로 낙하산 횡포가 도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이렇게 법정관리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전관예우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낙하산 인사는 기업과 은행 간의 유착뿐 아니라 해당 기업과 금융공공기관에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산업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편, 산업은행을 이끌고 있는 홍기택 산은지주회장은 최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금융권 공직자중 최고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회장의 자산은 78억원으로 급여 소득 증가와 부동산 가액변동으로 지난해 보다 4억6000만원 늘어났다. 금융자산만 5억3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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