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UP·증여세 DOWN…‘일석이조’ 복안?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롯데그룹의 광고 전문 계열사 대홍기획이 매물로 등장한 광고업체들의 인수전에 적극 참여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SK그룹의 광고계열사인 SK플래닛의 광고사업부문 인수를 검토한데 이어 최근에는 포스코그룹 광고계열사 포레카에 대한 인수전 참여를 적극 검토 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내부거래 비중과 증여세 축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가 일본 광고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일종의 ‘경영 수업’ 시작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SK플래닛 M&C부문 이어 포레카 인수 눈독
내부거래비중 줄여 일감몰아주기 규제 탈출 ‘노림수’


롯데그룹 광고업체 대홍기획은 지난 1979년 설립됐으며 광고물의 제작과 판매, 기타 광고 관련 부수 사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본사는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홍기획은 포레카의 인수를 위해 포스코 및 포레카의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과 협의를 거치고 있다. 대홍기획은 자회사 엠허브 등과 함께 포레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포레카는 지난 2010년 당시 포스코가 10억원을 투자해 만든 광고대행사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포스코 측은 이 업체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다만 수차례의 시도에도 아직까지 매각처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대홍기획 측은 “포레카 인수를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 밝힐만한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홍기획 외에도 1~2개 업체가 포레카 인수전에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매각의 최대 변수로 가격을 꼽고 있다.


특히 대홍기획의 경우 지난해 SK플래닛 광고사업부문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시장 예상 가격인 2000억원이 ‘과도하다’고 판단, 중간에 인수 의사를 철회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 사진=대홍기획 홈페이지

‘두 마리 토끼’ 잡아라


대홍기획이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광고업체 인수전에 적극 참여하면서 업계는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지분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내부거래율을 낮추고 증여세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최근 국내 대기업 간 활발한 M&A가 진행 중이란 점에서 매물 인수를 통해 광고업계 내에서의 위상을 높일 수도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영자 사장의 대홍기획 지분은 약 6.24%다. 대홍기획의 최대주주는 롯데쇼핑(34%)이며, 롯데장학재단(21%)과 호텔롯데(12.76%) 등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 상당수를보유 중이다. 신 사장은 개인주주로서는 가장 많은 양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대홍기획이 내부거래율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홍기획은 지난해와 2013년 3100~3300억원의 매출 가운데 1600억원 상당을 롯데 계열사를 통해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이 조금 넘는 비중이다.


지난 2012년 이전 80% 이상의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한 해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2년 사이 30% 수준의 비중 축소가 이뤄진 셈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비상장사 20%, 상장사 30%를 초과했을 경우에만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신 사장이 6% 남짓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홍기획은 공정위의 규제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증여세는 피할 수 없다. 국세청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3%를 초과할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규제를 시행했으므로 신 사장의 증여세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란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대홍기획이 지난 수년간 M&A 시장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이례적이란 반응”이라며 “당국이 총수일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홍기획 역시 외부일감 수혈이 절실해 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몸집을 키움으로써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이는 곧 증여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와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후계 구도에 연결 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롯데그룹이 두 아들을 위주로 승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한 가운데 타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대홍기획을 확실한 신 사장의 몫으로 떼어주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 중인 롯데계열사 주식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5.3%,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은 41.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반면 신영자 사장은 6.7%에 불과하다.


특히 신 사장이 롯데그룹 총수 일가 가운데 유일하게 대홍기획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 사진=뉴시스

‘경영 수업’ 시작 됐나


아울러 지난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로 알려진 신규미 씨가 일본 광고회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씨에게 롯데그룹 광고계열사를 물려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및 러시아 경제지 ‘베도모스티’에 따르면 신씨는 일본에 거주하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 중이다. 사명은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광고사에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처럼 그룹의 광고 관련 업무를 맡기기 위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


삼성그룹의 경우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제일기획의 대표를, 현대차그룹은 정성이 고문이 이노션의 최대주주로 있다. 아울러 대상, 농심 등도 총수 일가의 여성들이 광고사 계열 업무를 맡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그룹 내 광고사는 계열사 매출로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하고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이 필요할 경우가 많아 오너들이 여성 자녀들에게 업체를 맡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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