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승계’ 낙인…경영권 승계 정면 돌파?

▲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난해 5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이 회장의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글로벌 삼성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어떠한 방식으로 승계 받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지 오래다. 재계에서는 계열사 등의 분리와 합병, 지주회사 체재로의 전환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에 대한 상속세를 납부하겠다는 <KBS>보도가 나오면서 ‘기업세습’이라는 지적과 함께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 되고 모양새다. 물론 삼성그룹은 이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국민 여론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정당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지난해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짚어봤다.


상속세 6조원 연부연납…‘원론적 답변 or 실언’
재계 일각, 이 회장의 건강 이상설 의혹 제기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그로부터 10개월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삼성그룹과 의료진 측은 점차 건강이 호전되고 있다고만 전할 뿐 구체적인 병세와 별다른 의학적 소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공법’ 택하나?


이로 인해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길어지면서 재계와 언론 등 각종 여론 등에서는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지주회사 전환 등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상속으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0일 <KBS>는 삼성그룹이 이 회장의 상속세액에 대한 내부 검토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 등이 이 회장의 지분과 관련해 상속이나 증여를 받을 경우 상속세를 정상적으로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그룹의 창업주 故(고) 이병철 회장이 이 회장에게 경영권을 상속할 때 공익재단 기부 등으로 세금을 회피하던 방법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 10일 보도된 KBS뉴스 화면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건강악화로 입원 중인 이 회장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의 지분 가치를 따져보면 대략 11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및 경영권 승계의 핵심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 26조에 따르면 과세표준 기준으로 상속금액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50%의 세율이 적용되는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최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상속받거나 증여받을 경우 주식 가치를 최고 30%정도 높게 평가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각종 공제를 더하게 되면 이 부회장 등이 이 회장의 지분을 전부 상속받는데 6조원에 이르는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재원 마련과 납부방식 ‘골몰’


이 때문에 이 부회장 등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삼성그룹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등이 다수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상장까지 마무리한 삼성SDS와 제일모직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재원은 현재 이 부회장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와 제일모직 지분 일부를 처분해 세금을 분할로 납부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상속세에 대한 실탄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 삼성SDS의 지분은 이 부회장이 11.25%(870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각각 3.9%(30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 빠져있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23.24%(3136만주),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7.75%(1045만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제일모직 지분 일부도 매각하게 되면 상속세에 대한 재원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고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일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지배구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지고 있다.


더불어 이 부회장은 상속세를 일시에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분할납부하는 방식의 연부연납이 유력시 되고 있다. 상속세 규모가 워낙에 크다보니 일시에 납부하기가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상속세는 일시에 납부해야 하지만 상속세액이 일정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 연부연납을 신청해 허가를 받으면 분할로 납부할 수 있다.


고개 드는 의혹?


이와 같이 이 부회장은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는 ‘정공법’을 통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시점에서 상속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두고 항간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학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건강에 대해 점차 회복되고 있는 중이라 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구체적인 의학적 소견과 병명 등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이미 코마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떠돌고 있다. 삼성병원 등 이 회장과 관련한 의료진에 대해 철저한 보안과 함구령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시점에 삼성그룹이 상속세 운운하는 것은 항간에 떠돌고 있는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조심스럽게 이 회장의 건강에 대한 의혹을 내비쳤다.


결국 이 부회장 등의 경영권 상속에 관한 보도 배경에는 이 회장의 건강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삼성그룹 내부에서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KBS취재 중 ‘상속세는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물음에 ‘적법하게 납부 한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공식입장은 아니다”라며 보도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아울러 이 회장의 건강은 휠체어에 앉을 정도로 회복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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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마법사?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의 상속과 관련해 <KBS 시사기획 창>은 이 부회장의 재산 증식에 대해 꼬집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의 재산 증식에 관해 일각에서는 ‘마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마법이라고 불리는 이 부회장의 재산 증식은 아버지 이 회장으로부터 1994년에서 1996년 사이에 물려받은 61억원 상당의 종자돈에서 출발했다.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사진제공 뉴시스)
이 부회장은 1994년 10월 이 회장으로부터 30억원을 증여받았다. 이 자금으로 당시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등으로부터 비상장 기업인 에스원 주식을 주당 19,000원에 12만주 가량을 23억 1600만원에 매입했다.


이 부회장이 에스원 지분을 매입한지 1년 3개월여가 지난 시점인 1996년 1월 에스원은 상장을 했고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과의 통정거래(매수할 사람과 매도할 사람이 사전에 가격을 미리 정해 놓고 일정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를 통해 2만주를 매각하면서 60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 부회장은 같은 해 8월 에스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다시 지분을 늘렸으며 같은 해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또다시 통정거래를 통해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295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또한 이 부회장은 1995년 4월 이 회장으로부터 12억원을 증여받아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해 지분을 확보했고 1995년 5월과 1996년 3월 두 차례의 무상증자를 통해 보유지분을 늘렸다. 1996년 12월 삼성엔지니어링은 상장했으며 1997년 2월 지분을 매각하면서 26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어 1996년 3월 이 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증여받은 이 부회장은 제일기획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매입했다. 같은 해 4월 다시 이 회장으로부터 9억원을 증여받아 제일기획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기획 지분 25.75%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1998년 3월 제일기획이 상장하자 같은 해 11월 보유 지분을 주당 5만 2000원에서 5만 4000원 사이에 매각하면서 141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마법의 절정


이처럼 이 부회장은 증여받은 61억원으로 10배가 넘는 시세차익을 누렸으며 증여세로는 16억원을 납부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진정한 마법은 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지분 확보 과정에서 빛을 발한다. 이 부회장은 시세차익으로 얻은 자금 중 일부를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에 매입하는데 사용했으며 더불어 삼성SDS의 지분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


1996년 10월 에버랜드 이사회는 적정가격이 주당 8만 5000원대인 에버랜드 주식을 자산가치나 미래수익가치, 주당 주식가치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배권 승계 목적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에 125만주를 발행하기로 결의한다.


125만주는 당시 에버랜드의 지분 62.5%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어 결의한지 두 달 뒤인 12월 이건희 회장과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은 에버랜드의 주주 배정을 포기하였고 이로 인해 에버랜드 이사회는 이 부회장과 이부진·이서현 사장에게 125만주를 배정했다.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매입한 뒤 이를 주식으로 교환해 에버랜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어 1999년 2월 삼성SDS는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7150원에 발행했다. 당시 삼성SDS 주식은 장외 거래에서 5~6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삼성SDS는 저가에 신주인수권을 발행하였으며 이 부회장 등은 이를 230억원에 매입해 현재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편법적인 과정을 거쳐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중 하나인 제일모직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으며 상속세 재원으로 쓰여 질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SDS의 개인최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었다. 또한 두 회사는 삼성그룹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시장에 나란히 상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6일 재벌닷컴은 이 부회장의 상장 주식 자산규모를 7조 9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이 회장에게 물려받은 61억원으로 1000배 이상의 재산을 증식하는 마법의 절정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제기되는 정당성


한편, 이러한 재산 증식 마법과 관련해 2008년 삼성특검이 열렸으며 에버랜드 저가 전환사채 발행사건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를 받았으나 2009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최종 무죄로 결론이 났다. 삼성SDS건과 관련해서는 이 회장과 삼성전자 이학수 전 부회장 등이 배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편법을 통해 재산을 늘리면서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제일모직을 장악했다”면서 “정당하다고 볼 수 없는 방식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 받는 것이 글로벌 삼성의 최고경영자로서 떳떳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 관계자의 지적과 관련해 지난달 13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불법 행위로 얻은 소득을 국가가 환수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불법이익환수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삼성SDS 신주인수권을 저가 발행 사건에서 출발했다.


▲ 지난달 13일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불법이익환수법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사진제공 뉴시스)
박 의원은 “우리 형법의 모태인 독일형법을 비롯해 영미법이 범죄와 연관된 재산은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몰수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과 이부진·이서현 삼남매의 재산을 환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면서 발의안에 이 부회장 남매의 삼성SDS 주식을 환수 대상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재용 주홍글씨’


이와 같이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편법을 동원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논란을 낳고 있으나 삼성그룹은 이미 법적으로 판결이 난 사항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편법승계가 법적으로 면죄부가 주어졌다고 해서 국민 여론 또한 도덕적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라며 “승계가 완료되는 시점에 여론은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반드시 짚고 넘어 갈 공산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10일 방영된 'KBS 시사기획 창'
이처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상속으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정당성에 대해 꼬집고 있다.


과연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에게 낙인찍힌 편법승계라는 ‘주홍글씨’를 어떠한 묘수(혹은 꼼수)를 통해 희석시킬지 삼성그룹의 대처방안이 사뭇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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