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자금조달’ 능력에 성패(成敗) 갈려…호반·신세계 “빈틈 노린다”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금호산업이 새로운 주인찾기에 나서면서 재계가 들썩이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사활을 걸고 금호산업을 다시 찾겠다는 각오를 강력하게 피력한 가운데 호남을 기반으로 둔 호반건설과 유통 대기업 신세계가 뛰어들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25일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는(CS)는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 57.5%에 대한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했다.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IBK펀드), 자베즈파트너스, MBK파트너스, IMM 등 4곳과 호반건설 그리고 신세계가 인수전에 참여했다.


신세계 등 6곳 인수전 참여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강력히 희망하는 만큼 자금 조달에 대한 문제만 없으면 무난히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또한 금호산업 인수에 욕심을 드러내고 있고, 탄탄한 자금력을 앞세운 호반건설도 최근 금호산업 지분을 획득하면서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여기에 MBK, IMM PE, 자베즈 등 사모투자펀드(PEF)가 단독 입찰에 나서거나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면 결과는 예측하기 힘든 수순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금호산업 인수권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박삼구 회장이다. 박 회장은 입찰 최고가격에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조달 능력이다. 박 회장의 자금 조달 능력에 따라 판세가 넘어올지 아니면 혈투가 벌어질지가 갈리게 된다.


시장에서는 2014년 시공능력평가 20위 금호산업의 시장가격을 5000억원으로 보고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인수금액은 1조원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신세계그룹의 참여로 투자업계에서 인수금액이 1조원을 넘어서 2조원 가까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삼구 회장은 그동안 금호산업 인수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순리’, ‘문제 없다’등 금호산업 인수를 긍정적 시각으로 봐줄 것을 기대했다.


박삼구, 인수전 성공 자신 <왜>


이런 가운데 금호그룹은 26일 금호산업 인수를 앞두고 큰폭의 계열사 최고경영자 및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10년만에 부회장직을 신설해 그룹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재계에선 이번 인사와 관련,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반드시 인수해 그룹 경영권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호그룹은 이원태 그룹 상근고문과 김성산 금호고속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부회장은 금호고속 사장, 대한통운 사장 등을 지낸 박 회장의 최측근이며, 김 부회장은 금호렌터카와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 그룹 주력 계열사 사장을 역임했다.


두 부회장 모두 박 회장과 그룹 경영 현안을 총괄하고 금호산업 인수 등 추진하고 있어 금호산업과 그룹의 지배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박 회장의 장남 박세창 부사장도 아시아나애바카스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지 13년만에 경영 전면으로 부상했다. 박 부사장의 대표이사 겸직으로 금호家 ‘3세 경영’의 포석이 마련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금호그룹의 인사가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금호산업 인수전이 시작된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회장은 LOI접수 마감 전 임원회의에서 “외부에서 자금 부족을 우려하고 있지만, 금호산업 인수자금은 충분하다”며 “인수전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업계는 박 회장의 자금조달 능력을 4000억원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 지분 10%에 대한 담보가 해제돼 약 600억원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여기에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9.15%를 매각하거나 이를 담보로 약 1500억원 규모의 현금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신세계 측에 광주신세계백화점 건물과 부지를 20년 장기 임대하고 받은 5000억원을 추가로 받은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이를 위한 실탄 확보도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재계에서도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에 호의적이다”고 말했다.



만약 박 회장의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인수에 실패할 경우 문제는 예상 외로 커질 수 있다. 금호산업은 국적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08%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 46.00%를 갖고 있고 금호터미널의 지분 100%, 금호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실패하면 금호타이어를 제외하고는 금호그룹은 사실상의 해체수순에 이를 수 있다. 이는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꼭 성공해야할 이유인 것이다.


마지막까지 베일에 감춰졌던 신세계 역시 금호산업 인수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신세계가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배권과 함께 금호산업 손자회사인 금호터미널에 임대한 광주신세계백화점도 배경으로 손꼽힌다.


정 부회장은 인수 참여 전날 “항공과 유통업은 시너지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지 하루만에 돌연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박 회장의 우군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유통 라이벌 롯데의 금호산업 인수를 막기 위한 참여라고 보는 시각이 공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 상대인 롯데그룹을 의식해 방어차원에서 LOI를 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신세계의 돌발행동에 비난의 화살을 보내고 있다. 사실 재계에서는 오너일가가 다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가 정상화 시킨 후에 다시 해당기업을 되찾는 것에 대해 암묵적 동의를 해왔던 관례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는 납득하기 힘든 처세라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의 인수전 참여로 박삼구 회장의 금호그룹은 더욱 큰 희생을 감내할 수도 있다”며 “한국경제의 중춧돌 역할을 하는 대기업의 암묵적 관계(룰)을 깨는 행동에 참여를 주저한 기업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이 하루 만에 말을 바꿔,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재계에서는 상당한 충격이었다"면서 "더구나 신세계 참여로 인수 가격이 상당히 올라가게 됐고, 그만큼 박 회장과 그룹에게는 부담감이 커지게 됐다. 이는 재계에서 찾아보기 드문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삼구-정용진 벼랑끝 승부(?)

호반건설은 최근 금호산업의 지분 4.95%를 인수하며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설에 대해 부정하면서도 지분 매입을 강행해 시세차익까지 얻었다. 업계에서도 호반건설이 탄탄한 자본력을 앞세워 금호산업 인수에 도전하겠지만 실패해도 걱정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자금을 앞세워 도전에 성공하면 일약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음 하겠지만 실패해도 브랜드 인지도와 시세차익등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순리’대로 따른다면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것이 맞다”며 “당초 박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해 대기업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신세계가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롯데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MBK, IBK, IMM, 자베즈파트너스 등 사무펀드 역시 언제든지 대기업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다. 롯데, CJ, 애경 등 당초 인수전에 참여여부를 타진했던 기업들의 참여는 없었지만 언제 상황이 돌변할 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금호산업이 시장 가격 보다 배 이상 커진 것은 누가 인수를 하든 큰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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