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60만원에 세입자 갑질…먹튀 논란 까지

▲ 갑질이 벌어진 구씨 소유의 건물(다음 로드뷰)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현재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갑질’문화가 사회적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갑질은 ‘백화점 모녀 갑질’이나 ‘열정페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을’에 위치한 대상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해를 주는 행위를 뜻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갑질 문화가 특이한 사항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라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재벌 3세가 돈이 많고 건물주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자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논란이 일고 있는 ‘LG가(家) 3세’ 구본호씨에 대해 살펴봤다.


구씨 대리인, 세입자에게 나가라며 ‘조폭 막말’
“LG그룹과 연관 없다”…‘불똥 튈라’ 전전긍긍


LG가(家) 3세로 여행 전문 업체 ‘레드캡투어’의 최대주주인 구본호씨가 자신 소유의 서울 논현동 건물 세입자에게 ‘갑질’을 자행해 비난이 일고 있다.


대리인의 횡포


이를 보도한 SBS에 따르면 한 남성이 구 씨의 소유의 건물 1층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세입자에게 “이 xx 진짜. 조심해 너 진짜. 너 xx 내가 불러서 진짜 묻어버린다, 진짜. 너 나 누군지 모르지, 너?”라며 욕설과 함께 위협을 가했다.


▲ SBS뉴스 캡쳐 화면
철물점 세입자에게 위협을 가한 남성은 건물의 주인인 구 씨를 대신해 세입자를 관리해 주는 구 씨의 대리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철물점 세입자는 방송에서 구 씨의 대리인만 보면 무서워서 속이 울렁거리고 가슴이 뛴다고 고백했다. 예전에 구 씨의 건물에서 칼국수 집을 운영하던 전 세입자는 “장사를 하고 있는데 (건물주 대리인이) 간판을 철거해 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손님도 떨어지고 장사를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다 그냥 손들고 나오는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구 씨 대리인의 횡포를 지적했다.


이러한 협박과 횡포에 대해 구 씨의 대리인은 기존 세입자들이 현 주변 시세에 비해 턱없이 싼 가격으로 세 들어 있어서 현실적인 월세를 요구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구 씨 대리인은 칼국수 집 같은 경우 기존 60만원을 내던 월세를 60만원을 더해 120만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물점 세입자에 따르면 구 씨의 대리인은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자신에게 나가라고 지속적으로 협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협박은 3년 전 자신이 세 들어 있는 건물의 주인이 구 씨로 바뀌면서 세입자들을 내쫓기 위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구 씨는 철물점과 칼국수 집이 아직 계약이 많이 남아 있어 못 나겠다고 버티자 본인 명의로 건물을 비우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10월 구 씨는 철물점 세입자 등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으나 2013년 7월 서울지방법원은 ‘임대차보호법(계약기간 동안 세입자 계약보호)’을 들어 임대보증금을 기존 1억에서 1억 900만원으로 올리고 구 씨가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는 선에서 화해 조정 판결을 내려 사실상 구 씨가 패소한 바 있다.


건물 매입 직후부터 갑질


구 씨와 세입자들의 이러한 분쟁은 지난 2012년 7월 구 씨가 서울 논현동에 소재한 연면적 305.68㎡(92.5평) 짜리 4층 건물을 매입하면서부터 발생했다. 이 건물은 1989년 완공된 건물로 지하철 7호선 학동역과 도보로 1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공시지가는 11억 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 갑질이 벌어진 구씨 소유의 건물 등기부등본(스페셜경제)
구 씨 측은 이 건물 매입 직후 1층 철물점 세입자와 지하에 칼국수 집을 운영하던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했다. 당시 철물점 세입자는 올해 4월까지 전세 계약이 되어있었으며 칼국수 집은 월세 임차 계약을 맺고 있던 터라 세입자들은 계약기간까지는 남아 있겠다고 버텼다.


이 과정에서 구 씨의 대리인은 칼국수 집의 간판을 철거해버리고 화장실 공사를 한다는 이유로 지하통로에 공사 장비와 자재를 쌓아놓는 등의 횡포를 부려 지하에 있던 칼국수 집 세입자를 나가게 했다.


구 씨의 이러한 ‘갑질 횡포’와 관련해 구 씨가 현재 최대주주로 있는 레드캡투어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담당자에게 확인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답했으나 끝내 연락이 없었다.


더불어 구 씨의 방계기업인 LG그룹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본호 씨가 LG가(家)가 맞긴 하지만 LG그룹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구 씨에 대해 선을 그었다.


구본무 회장과 6촌


한편, 구 씨의 이러한 갑질이 알려지자 온라인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며 구 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 씨는 LG가(家) 3세이다. 하지만 직계가 아닌 방계다. 구 씨는 LG그룹의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고(故) 구정회 LG그룹 창업고문의 손자로 구정회 고문의 3남인 고(故) 구자헌 범한물류 회장의 아들이다.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과 고(故) 구자헌 씨가 사촌지간이므로 LG그룹 구본무 회장과 구 씨는 6촌 지간이 성립된다.


구 씨의 아버지인 고(故) 구자헌 씨가 창업한 회사가 범한판토스(전 범한종합물류)인데 범한판토스는 LG그룹의 물류부문을 일부 맡고 있다가 지난달 20일 LG상사가 범한판토스의 지분 51%를 3147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LG그룹에 매각됐다.


‘미다스의 손’ & ‘모럴해저드’


구 씨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이어오다가 지난 2000년대 중반 국내 증권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나 명성을 날렸다.


구 씨는 지난 2006년 DJ정부 시절 숨은 실세로 알려진 재미사업가 고(故) 조풍언 씨의 자금을 끌어들여 당시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조 씨는 구 씨의 부친인 구자헌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구 회장이 타계한 이후 구 씨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 씨의 유상증자 참여 이후 미디어솔루션은 무려 12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7000원대였던 주가는 한 달여 만에 4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뿐만 아니라 구 씨는 액티패스, 동일철강, 엠피시 등 투자한 종목마다 대박이 나면서 증권가의 ‘미다스의 손(Midas touch)’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구 씨는 주가를 조작해 165억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혐의가 드러나면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72억원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86억원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구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 LG가(家) 3세 구본호씨(SBS)
이후 구 씨는 특별히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10월 2년 전 개인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국가에 납부한 양도세 20억원을 돌려달라는 조세심판 청구 소송을 한 사실이 밝혀져 구 씨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당시 구 씨는 자신은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한국에 세금을 낼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 이와 같은 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구 씨의 이러한 소송이 알려지자 여론은 “검은 머리 외국인의 국부유출”이라고 지적하며 재벌 3세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사회에 피해를 주는 것-도덕적 해이)라 질타했다.


이런 가운데 구 씨는 최근 본인 소유의 건물 세입자에게 나가라는 갑질을 자행해 ‘LG家의 문제아’라는 꼬리표를 달고 또 다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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