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에버랜드 직원들, “더 이상 못 참는다”

▲ 제일모직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김영일 기자]지난 10일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에서 근무하다 에스원으로 이직한 직원 980여명 가운데 252명이 “강제 전적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일모직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더불어 에버랜드에서 삼성웰스토리로 전적된 직원들도 이와 같은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일모직은 연초부터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어떻게 된 사연인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전적 동의서’ 서명하도록 회유와 압박?
“당시 에버랜드 상장 계획 전혀 없었다”


삼성그룹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2013년 9월 제일모직 패션의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한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지난해 제일모직 상장까지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에버랜드는 건물관리 사업부문을 에스원에 양도했다.


“상장은 없다…”


이로 인해 에버랜드에서 근무하던 건물·시설관리 직원 980여명은 지난해 1월 에스원으로 이직했다. 하지만 이직을 통보 받은 직원들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에버랜드 측의 강제 이직 종용으로 단 한 푼의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과 함께 집단소송으로까지 이어져 파장이 일고 있다.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회사 성장과 함께한 에버랜드 건물관리 직원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해 회사가 증권시장에 상장되면 우리사주를 배정받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버랜드가 건물관리 부문을 에스원에 양도하면서 이들은 사측으로부터 이직을 통보받았고 이직을 통보 받은 직원들은 기대에 부풀었던 우리사주를 배정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에버랜드 측은 직원 설명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향후 4~5년간 상장 추진은 없다”며 “남아 있어도 할 일이 없다”고 설명하면서 이직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시설관리 직원들은 ‘상장 추진은 없다’는 사측의 말을 믿고 에스원으로 이직한다는 전적 동의서에 서명했다.


은폐와 기망, 그리고 종용


하지만 에버랜드는 지난해 5월 에버랜드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에버랜드에서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12월 18일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와 관련해 에버랜드에 흡수된 제일모직 패션의류사업부문 10년차 직원들은 1~2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우리사주를 배정 받았지만 정작 에버랜드 성장과 함께해 온 건물·시설관리 부문 980여명의 직원들은 한 푼의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 때문에 에스원으로 이직한 직원들은 지난해 말 집단소송에 나서기로 결의했으며 지난달 14일 이들로부터 위임장을 제출받은 법무법인 아모스는 “현재까지 위임장을 제출한 직원이 300여명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에버랜드는 주식 상장 시기를 은폐하고 기망과 협박을 통해 전적 동의서를 받아낸 것으로 판단되어 지며 기망과 강박에 의한 동의서는 대법원 판례상 무효”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에버랜드 외식사업 부문에서 재직하다 2013년 12월 에버랜드에서 급식·식자재 분야를 따로 분리해 나온 삼성웰스토리 일부 직원들도 에스원 직원들과 같은 이유를 들어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로 이직한 일부 직원들은 네이버 밴드 모임에 “2015년 2월 4일 수요일 9시부로 소송 진행을 공표 한다”면서 “우리는 회사와 노사협의회에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였고 충분한 시간과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왔으나 회사는 성실히 응하지 않고 우리를 기망하며 사실을 은폐하려함에 따라 소송을 통하여 우리의 권리를 찾고자 한다”며 소송 배경을 밝혔다.


집단 소송 움직임


웰스토리 직원들 역시 소송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아모스를 내세웠다. 아모스는 법률 검토 보고서를 통해 에버랜드가 2013년 말 사업부문을 분할하면서 에스원으로 이직한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웰스토리로 이직한 직원들에 대해서도 전적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각종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웰스토리 직원의 경우 회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우리사주 배정을 통해 최소 2배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설령 이직을 했더라도 웰스토리가 에버랜드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우리사주 배정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모스 측은 “삼성에 부담이 가는 기사들을 대부분 언론들이 외면하고 있고 포털사이트에도 관련 기사가 금방 사라지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현 사태를 정확히 알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소송은 익명을 보장한 상태로 진행하기에 적지 않은 직원들이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처럼 전직 에버랜드 직원들은 사측이 상장사실 은폐와 전적 종용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제일모직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직원 설명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전적 동의서를 받을 당시에는 에버랜드의 상장 계획이 전혀 없었다”면서 “당시 그 누구도 에버랜드가 상장할 것을 알지 못했다”며 회유와 압박으로 이직을 종용했다는 전직 직원들의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불이익 당할까’ 우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0일 에스원 직원 252명은 “강제 전적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며 제일모직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아모스는 “전체 청구금액 332억 9000만원 중 일단 33억 2900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웰스토리로 강제 전적된 직원들도 아모스를 대리인으로 해 조만간 손해배상 소송 소장을 접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송에 참여한 한 직원은 “소송 참여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10년 넘게 일했고 에버랜드의 전신인 동화부동산 시절부터 일하던 이도 있다”며 “대주주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에 우리가 희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소속이 바뀌지 않았다면 10년 근속 기준으로 1~2억원의 이익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버림받았다는 것에 대한 자존심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에스원 직원들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접수하면서 향후 웰스토리 직원들도 이들과 궤를 같이하며 우리사주 권리 찾기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소송을 낸 직원들이 사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스러운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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