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로 하베스트&메릴린치만 배불렸다?”

▲ 한국석유공사(한국석유공사 홈페이지)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MB정부 자원외교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한국석유공사(사장 서문규)의 캐나다 정유회사 부실인수로 인한 손실금액이 1조 3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달 2일 캐나다 정유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적극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강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장기석)에 배당했다고 지난달 11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지난달 26일부터 자원외교 국정 예비조사에 들어갔다. 국정조사가 본격화되면 MB정부의 자원외교 부실이 낱낱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중심에 석유공사가 자리하고 있어 <스페셜경제>가 MB정부 자원외교 실패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졸속으로 NARL 인수계약 검토‥엄청난 세금 낭비
‘MB 집사’ 아들 밀어주기 위한 특혜의혹 ‘모락모락’


지난 2009년 10월 22일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당시 최경환 장관)는 석유공사가 확인된 매장량만 2억 배럴 규모에 달하는 석유·가스 생산광구와 오일샌드 등을 보유한 캐나다 하베스트(Harvest Energy)사 인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실패의 단초, NARL 인수


당시 지경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석유공사와 하베스트는 캐나다 캘거리에서 39억 5000만 달러(40.7억 캐나다 달러, 당시 4조 1000억 가량)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캐나다 정부승인 절차 등 캐나다 법에 따른 필요 절차를 거쳐 같은 해 12월에 인수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석유공사는 2008년 6월 수립한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에 따라 해외 석유개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이번 하베스트 인수로 대형화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북미 석유개발 사업의 중심인 캐나다에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해외유전 매입 및 인수합병 추진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며 석유공사가 글로벌 석유개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다.


▲ 캐나다 하베스트 광구(한국석유공사 홈페이지)
당시 정부는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한 것을 놓고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 마련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베스트의 자회사인 ‘노스 애틀랜틱 리파이닝(NARL, 이하 날)’까지 같이 매입했다. 당초 석유공사와 하베스트 간의 협상 가격은 3조 1500억원 가량이었다. 그러나 계약을 목전에 앞둔 2009년 10월 14일 하베스트 측은 돌연 협상을 중단하며 자회사인 NARL의 동반인수를 제안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1조원 가량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10월 21일 하베스트 자회사 NARL까지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석유공사가 1조원의 추가 비용이 투입되는 자회사 인수계약을 검토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일주일밖에 소요되지 않은 것이다. 석유공사가 이처럼 졸속으로 NARL의 인수계약을 검토한 결과는 엄청난 세금 낭비로 돌아왔다.


하베스트와 함께 인수한 NARL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석유공사의 대표적 부실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석유공사는 지난해 8월 미국 상업은행인 실버레인지 파이낸셜 파트너스에 NARL을 매각키로 계약을 추진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관계자는 “NARL이 매년 1000억 원씩 손실을 보고 있어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싼 가격에라도 인수자가 나타났을 때 매각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NARL의 매각대금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MB정부의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11월 13일 석유공사가 NARL 인수에 투자한 금액의 1% 수준인 200억원에 매각 됐다고 밝혔다. 이날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하베스트의 정유회사인 NARL이 미국계 상업은행인 실버레인지에 사실상 200억원 안팎 수준으로 매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5년 동안 인수 후 추가 시설 투자에 4763억원, 운영비 손실 5830억원 등 총 1조 56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이번 매각 대금은 인수금액 기준으로는 2%, 투자 기준으로는 1% 수준의 가격에 매각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메릴린치 밀어주기‥왜?


또한 진상조사위원회는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 개입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상조사위원회 노영민 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인 김형찬 씨가 서울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메릴린치의 자문을 받아 자산 가치 과대평가 등 전 정권의 실세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은 석유공사 국정감사에서 “석유공사가 메릴린치를 자문사로 선정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석유공사와 메릴린치 사이에 MB정부의 측근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부 의원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 차례의 평가를 통해 자문사를 선정했다. 석유공사는 해외 자원외교개발 사업과 관련한 자문사를 선정하기 위해 2009년 3월 11일 1차 평가를 진행했다.


메릴린치는 계량평가에서 공동 5위에 머물렀지만 선정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적용되는 비계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기록했다. 2주 뒤에 열린 2차 평가에서도 메릴린치는 계량평가에서 4개 업체 중 3위였지만 비계량평가에서 2위로 통과했다.


이어 2차 평가 이틀 뒤인 3월 30일 석유공사는 별도의 설명 없이 2차 평가에서 2위를 기록한 메릴린치를 자문사로 최종 선정했다. 이에 부 의원은 “비상식적으로 선정된 메릴린치는 80억원의 자문료를 받고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그 보고서 내용은 긍정 평가가 대부분이었다”며 하베스트 NARL 인수와 관련해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아들 김형찬 씨를 밀어주기 위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 메릴린치(사진제공 뉴시스)
더불어 메릴린치는 석유공사와 하베스트의 인수계약 전 날인 2009년 10월 20일이 돼서야 석유공사에 이메일 형태로 투자자문 보고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메릴린치의 투자자문 과정이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메릴린치의 보고서를 받은 지 불과 하루 만에 계약을 체결한 것은 석유공사가 이미 내부적으로 하베스트 날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 아니겠느냐”며 “메릴린치의 투자자문 보고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칼 빼든 감사원


결국 석유공사의 이러한 부실인수가 불거지면서 감사원은 감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2일 하베스트 NARL 인수를 주도했던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은 강 전 사장이 하베스트 NARL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NARL의 설비가 노후하고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부실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수 계약 성사를 위해 실무진에 NARL 인수를 지시토록 했다고 밝히면서 철저한 검토 없이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하베스트 NARL을 인수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석유공사와 하베스트 사이에 인수계약 체결을 앞둔 당시 하베스트 NARL의 시장가격은 주당 7.3캐나다달러였다. 하지만 석유공사의 자문사인 메릴린치는 당시 하베스트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하베스트 NARL의 자산 가치를 주당 9.61캐나다달러로 평가했다. 이는 하베스트 NARL의 가치가 과대평가 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도 강 전 사장은 메릴린치 자문사 평가를 근거로 주당 10캐나다달러에 하베스트 NARL의 지분을 매입하라고 실무진에 지시했고 이로 인해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NARL을 40억 7000만 캐나다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두고 감사원은 NARL(하베스트 제외)의 적정 지분가치는 9억 4100만 캐나다달러 수준이었는데 석유공사가 이를 12억 2000만 캐나다달러로 평가해 최소 2억 7900만 캐나다달러(약 3133억원) 가량을 고평가 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강 전 사장은 고가 구매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NARL을 평가가치의 80%에 저렴하게 인수하는 대신 그만큼 프리미엄을 더 지불한 것처럼 ‘사업 추진계획’을 꾸민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으며 이사회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도 NARL의 경제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마치 민간 전문가의 별도 검토가 있었던 것처럼 이사회에 설명하는 등 자산 가치 평가가 잘 됐다는 허위 보고 한 사실 또한 밝혀졌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인수 이후 NARL의 부실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자 지난해 8월 불과 350만 달러(329억원)에 매각해 총 1조 3371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고 감사원은 전하면서 강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강 전 사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상 책임을 묻도록 통보했다.


▲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사진제공 뉴시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11일 강 전 사장에 대한 사건을 조사부(부장 장기석)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초 이 사건을 특수부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정 조사가 예정된 점을 감안해 감사 자료를 분석하는 등 우선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기로 결정하면서 조사부에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NARL 인수는 엄청난 국민세금을 낭비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해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국정조사 기간이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정조사, 부실인수 관련 최 부총리 책임공방 예상
이명박 전 대통령 증인 출석 여부 관건‥여·야 대립


최 부총리, 관련 없나?


한편, 국회는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해 4월초까지 100일 간의 일정으로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며 지난달 26일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는 석유공사 등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벌이며 본격적인 국정조사 활동에 나섰다.


국조특위는 지난 6일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 12일 석유공사의 기관보고를 받기로 합의했다. 기관보고에는 해당 기관의 사장이 출석하는 것으로 전해지며 기관보고를 모두 마친 2월말이나 3월초 국정조사 청문회 일정과 증인 채택에 대해서 추후 다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3월 본격적으로 열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하베스트 NARL 인수와 관련해 최경환 부총리의 책임공방이 주요 쟁점으로 자리할 것으로 예상되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23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강 전 사장에게 “당시 장관(최 부총리)을 만나 하베스트에서 NARL까지 인수하라고 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나”라는 질문에 강 전 사장은 “부인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면서 “(최 부총리가)잘 검토해서 추진하라고 했다”고 답해 최 부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도마에 올랐다.


다음날 열린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최 부총리는 이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면서 강 전 사장의 발언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11월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최 부총리는 “석유공사 사장이 주말에 한 5분 정도 잠깐 이야기한 것을 듣고 제가 정보가 없으니 여러 리스크를 감안해 판단해보라고 답한 것”이라면서 하베스트 NARL 인수를 앞두고 사전에 보고 받은 것에 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인수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국정조사 핵심, MB의 증인 출석


이 때문에 국정조사에서 최 부총리가 하베스트 NARL 인수와 관련한 개입이 있었는지를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조사 증인 출석 여부를 놓고도 여·야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18일 저녁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친이계 의원들과의 송년 만찬에 참석하기 직전 국정조사 증인 출석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은 “구름 같은 이야기를 하고 그러냐”며 증은 출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해 국회에 불러내는 것은 나라의 위신과 관련된 문제”라며 이 전 대통령의 국정조사 증인 출석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로 인해 벌써부터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야당 및 일각에서는 지속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지난 4일 MB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석유공사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대형화 정책에 집착했다고 주장하며 “MB정부가 공적인 목적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대대적인 국민세금을 투입한 이후에 사기업에 성과를 넘기려는 사적인 목적으로 대형화 정책에 집착했다”면서 “이 전 대통령은 청문회에 출석해 석유공사 등 공기업 민영화 추진에 대한 진위와 책임을 밝혀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촉구했다.


▲ MB 국정조사 청문회 출석요구 기자회견 하는 정의당 김제남 의원(사진제공 뉴시스)
이처럼 MB정권 시절에 벌어진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NARL 인수는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낭비한 총체적 부실로 밝혀졌다. 결국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캐나다 하베스트사와 MB의 측근 자문사인 메릴린치만 배불리게 한 결과를 초래했다. 앞으로 있을 국정조사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실인수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관련자들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수 있을지 국민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국정조사를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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