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 편입…공정거래 규정위반 해소

▲ 코오롱그룹 본사(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코오롱그룹(회장 이웅렬)의 계열사 휴대형 정보단말기(PDA, personal digital assistant) 제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셀빅개발(대표이사 최지철)이 지난 23일 코오롱인더스트리에 편입됐다. 종전 셀빅개발의 최대주주는 코오롱글로텍이었으나 코오롱글로텍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매각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공정거래법 규정위반을 해소하게 되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 위반으로 코오롱글로텍에 1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국내 PDA시장 점유율 1위 급성장→애물단지 전락
셀빅개발 직원 1명, 코오롱글로텍 자동차 시트 보관


셀빅개발의 전신인 제이텔은 휴대형 정보단말기 제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1997년 11월 6일 설립되었다. 제이텔의 설립자는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조카인 신동훈 씨로 신 씨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1992년 말 당시로서 개념조차 생소했던 PDA 개발에 뛰어들었고 이후 회사를 나와 97년 제이텔을 설립하면서 ‘셀빅’이라는 상표로 국내 PDA 시장을 활짝 열었다.


제이텔→셀빅개발


제이텔은 셀빅이라는 독자 운용체재를 개발하고 국내 PDA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릴 정도로 성장했으나 2002년 국내 대기업 및 해외기업 등 자본력을 갖춘 거대업체들이 PDA시장에 뛰어들면서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코오롱그룹이 2003년 4월 제이텔을 인수했다. 당시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코오롱글로텍을 통해 40여억 원을 주고 제이텔 지분 40%를 매입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코오롱은 제이텔을 인수하면서 “향후 이 회사의 사업방향을 기존 통신서비스 업체와 연계해 물류 등을 함께 할 생각”이라며 정보통신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확대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또한 코오롱은 인수 직후 사명을 제이텔에서 ‘셀빅’으로 변경했다. 당시 셀빅의 지분 구조는 코오롱글로텍 40.83%, 이 회장 5.05%로 이뤄졌다.


하지만 2003년 셀빅의 실적은 부진을 뛰어넘어 실적악화로 치달았다. 당시 셀빅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은 68억원을 달성했는데 당기손순실은 188억원을 기록해 자본총계 -8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됐다.


코오롱은 셀빅을 인수하자마자 재무구조가 악화돼 2004년 본래의 사업이었던 휴대형 정보단말기 제조·판매를 중단하고 조경사업과 섬유소재, 자동차 내장재 제조업 등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경북 경주에 공장을 신설하고 사명도 셀빅에서 ‘셀빅개발’로 변경했다.


더불어 셀빅개발은 2004년 두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코오롱글로텍은 2004년 3월 27일 2041만주(102억원), 6월 16일 2800만주(140억원) 등 총 242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셀빅개발의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셀빅개발은 2006년 77억원의 매출과 3095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이후 지속적인 실적하락을 이어왔고 2013년과 지난해 3분기에는 각각 8억원, 7억원의 한 자릿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셀빅개발은 직원 1명이 코오롱글로텍의 자동차 시트를 보관하는 일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


이러한 상황에 셀빅개발의 최대주주인 코오롱글로텍은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코오롱이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된 이후에도 코오롱글로텍이 셀빅개발의 주식을 유예기간 동안 정리하지 않아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0년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한 코오롱그룹이 코오롱의 손자회사인 코오롱글로텍이 증손회사인 셀빅개발의 주식 87.98%를 유예기간 종료일 이후에도 계속 보유해 지주회사 행위제한규정을 위반한 것이었다. 당시 문제가 되었던 코오롱그룹 지분구조는 ‘코오롱→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글로텍→셀빅개발’로 이어지는 부분이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할 경우에는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든지 아니면 보유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따라서 공정위는 지난 2012년 셀빅개발의 지분을 정리할 유예기간을 코오롱 측에 2년 연장을 해줬고 코오롱글로텍은 지난해 1월 4일까지 셀빅개발의 지분을 12%가량 더 매입하든지 아님 전량 처분해야 했다.


그러나 지분을 정리하지 않았던 코오롱글로텍에 공정위는 1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6개월 이내에 주식 전량을 처분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코오롱글로텍은 지난 23일 보유하고 있던 지분 87.98%(5345만주)를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전량 매각했다.


한 주당 고작 9원


매각 대금은 4억 8000만원으로 이는 한 주당 9원의 가격이었다. 이번 매각으로 인해 코오롱글로텍은 공정거래법 행위제한 규정 위반을 해소하게 되었지만 셀빅개발의 주식 가치가 9원으로 하락한 까닭에 지분 전량을 처분하면서 얻은 차익은 고작 5억원 안팎에 불과했다.


▲ 셀빅개발 최대주주변경 공시(전자공시시스템)
셀빅개발 매입대금으로 40억원, 두 차례 유상증자에 투자됐던 242억원을 합하면 총 282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현재 이 회장은 셀빅개발 지분 1.03%(62만 3900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식 가치 9원으로 계산하면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셀빅개발 지분가치는 562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이처럼 셀빅개발은 2000년대 초반 PDA시장을 뜨겁게 달구며 유망기업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현재는 초라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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