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딛고 ‘부활’ 이끌까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지난 2012년 11월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나란히 등기이사직에서 동반 사퇴, 조직개편을 통해 오리온그룹을 허인철 부회장 체제로 전환한 이후 담철곤‧이화경 오너 일가가 경영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부회장이 최근 우려되고 있는 중국 사업을 직접 챙기는 대신 오너 일가가 그룹 경영을 맞는 ‘트라이앵글’ 구조라는 분석이다. 오리온은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몇 안되는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오리온의 중국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오너 일가가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허인철 부회장 역할 ‘축소’
등기이사 논란, 아이팩 합병 잦아들자 복귀 vs 역량 강화


지난해 8월 조직개편을 단행한 오리온그룹. 지난 2013년 11월 담철곤 회장 및 이화경 부회장이 등기임원직에서 동반 사임하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허인철 부회장을 내세웠다.

허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신세계를 거쳐 이마트 수장을 담당한 손꼽히는 전문경영진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오리온그룹은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그룹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주식수(2014.12.11. 주식등의대량보고서 기준)

트라이앵글 경영 행보


지난해 구조개편을 진행한 오리온그룹은 허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룹 중요한 의사결정은 담철곤 회장, 이화경 부회장, 허인철 부회장 3인이 회의를 통해 결정하지만 경영 전면에는 허 부회장이 나섰다.

허 부회장이 그룹 총괄 부회장을 수행하면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할 동안 담 회장 일가는 해외진출 사업 등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허 부회장은 조직 개편을 진행하면서 그룹 계열사를 총괄 지휘하던 ‘회장실’을 해체하면서 새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신세계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가 발목을 잡았다. 허 부회장은 신세계SVN에 수수료를 적게 매겨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9월 무죄를 선고 받았다. 특히 검찰이 항소를 결정하면서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

이에 따라 재판을 통해 운신의 폭이 다소 좁았던 허 부회장이 담철곤 회장이 영입할 당시 보다 역할이 축소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리온그룹은 직접적으로 신세계와 연관이 없지만 검찰이 재판을 2심으로 끌고 가면서 오리온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허 부회장, 중국 챙긴다


담철곤 회장 일가가 오리온 경영에 전면적으로 복귀하는 만큼 허 부회장이 중국사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허 부회장이 재무통인 만큼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중국 사업을 보다 내실 있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리온은 지난 20일 오리온 중국계열사인 판오리온 코퍼레이션(Pan Orion)에 377억550만원의 채무보증을 했다고 공시했다. 이 금액은 오리온의 자기 자본대비 2.97%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오리온은 공시를 통해 기존 약정만기 계약을 연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판 오리온(Pan Orion)은 지난해 9월 30일 기준 61억원의 손실을 봤다. 오리온은 국내에서 중국 진출에 성공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데 오리온의 실적이 하락하는 것을 봤을 때 중국 내수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중국법인 중 가장 규모가 큰 오리온푸드차이나의 실적도 둔화 추세다. 오리온푸드차이나는 지난해 3분기 매출이 85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에 그쳤다.

상하이 법인(Orion Food Shanghai)은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2% 감소했으며, 오리온스낵도 3.6% 감소했다.


▲오리온 계열회사 등 최근 재무현황(2014.11 분기보고서 기준, 단위 백만원)

아이팩 논란 뒤 복귀?


허 부회장이 중국 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라는 주장과 더불어 일각에서는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그간 5억원 이상 등기이사의 연봉공개를 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가 최근 경제민주화 논의가 잦아들자 복귀했다는 시각도 있다.

등기이사 사임은 비단 오리온그룹 담 회장 및 이화경 부회장의 특수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난 2014년 이후 대부분의 총수 일가들이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경기가 불확실해지면서 기업 구성원과의 임금 격차 문제를 굳이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너 일가와 일반 구성원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업황이 좋지 않았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임금 동결이나 희망퇴직 등을 진행하면서 총수나 오너 일가의 연봉은 줄어들지 않는 등의 문제 또한 거론된 바 있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 및 이화경 부회장 또한 등기이사 사임 당시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CXO연구소가 22일 발표한 ‘2013년도 등기임원 보수의 적정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오리온은 직원 1인 보수 대비 등기임원 보수 총액 격차가 가장 큰 기업으로 꼽혔다. 오리온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3478만원인데 비해 등기임원 6명이 챙겨간 보수는 129억4900만원으로 나타난 것.

특히 등기임원 보수 총액 중 75.4%가 오너 일가인 담철곤 회장, 이화경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또 지난해 11월 오리온그룹이 과자 포장재생산 계열사인 ‘아이팩’ 합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이팩은 2013년 매출 403억원 중 80%인 324억원이 오리온과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담철곤 회장이 지분 53.3%을 소유하고 있다. 담 회장은 아이팩에서 고배당을 받아 논란이 인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합병검토에 대해 오리온측이 뚜렷한 합병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어 아직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고 있다. 이에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논란을 딛고 경영에 다시금 복귀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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