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매물에 군침‥“쉽게 뺏기지 않는다”

▲ 금호아시아나그룹(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의 운명을 결정지을 금호산업에 대한 인수전이 막을 올렸다. 지난 15일 KDB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공기업을 제외한 주요 대기업과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투자안내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겪인 회사로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 에어부산 등을 품에 안을 수 있어 M&A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이다. 인수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을 비롯해 호반건설 등 다수의 기업들 및 사모펀드(PEF)가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금호산업 인수전에 대해 살펴봤다.


인수노리는 대기업, 사모펀드 간 치열한 경쟁 예고
박 회장, 지분 매입 여력 있나‥‘재원 마련’ 세팅 끝


KDB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15일 국내 주요 대기업과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한 투자안내서를 발송했다. 이어 오는 28일~29일 정식으로 매각공고를 낸 뒤 본격적인 매각일정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작업 돌입


채권단은 올 상반기 안에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고 늦어도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이러한 입장으로 인해 금호산업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높은 가격을 받고 매각하려는 채권단과 회사를 되찾으려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및 금호산업 인수를 노리는 대기업, 사모펀드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등을 동시에 품을 수 있어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인수하는 격이 된다.


현재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의 지분은 57.5%(1895만 2000주)로 채권단이 투자안내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진 15일 금호산업 종가 기준으로 지분가치는 40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지분가치는 6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 M&A(인수·합병)업계의 시각이다.


이처럼 금호산업은 M&A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다시 되찾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 2010년 1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어 같은 해 2월에는 박 회장과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서로 합의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경영 정상화가 달성되면 박 회장은 우선 매수권을 통해 그룹의 경영권을 되찾아 올 수 있도록 보장받았다. 이에 박 회장은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 57.5%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꼽히고 있다.


치열한 경쟁 예고


그러나 지난해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이번 인수전에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호반건설은 금호산업의 지분 5.16%(171만주)를 장내매수하면서 단박에 금호산업 5대주주 안에 이름을 올렸다. 호반건설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사흘 뒤 인 14일 금호산업의 지분율을 6.16%(204만주)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박 회장(5.3%)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5.1%)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보다 많은 수치다. 이에 대해 당시 호반건설은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단순투자를 넘어선 것이라 보고 금호산업의 매각이 시작되면 호반건설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의 현금 동원능력이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많게는 5000억 원 까지도 추정하고 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재무적투자자(Financial Investors, 기업이 M&A를 할 때 또는 대형 개발사업 등을 할 때 부족한 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배당금 또는 원리금의 형태로 수익을 취한다)들과 손을 잡아 금호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또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삼성은 국내 M&A 시장에 크게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현재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 재편에 열을 올리고 있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아울러 금호산업 인수전에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 업계가 저유가로 인해 불황이 지속되면서 금호석화는 안정적인 현금창출을 위한 사업 다각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금호석화가 저유가 수혜를 입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계열사로 편입하기 위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금호석화가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금호석화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에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더해져 지분율이 42.69%로 수직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금호석화 박찬구 회장은 지난달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금호산업은 절대 안 산다. 돈도 없고 여력도 없다”면서 금호산업 인수전에 불참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재원 여력 있나? “준비 끝”


이처럼 M&A시장과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금호산업 인수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금호산업 지분 매각에 따른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꼽히고 있는 박 회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구심은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가까이 거론되어지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 매입에 대한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있냐는 것이다. 박 회장은 금호석화와의 갈등으로 지난 2011년 11월 아들 박 부사장과 함께 보유 중이던 금호석화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세금을 제외하고 35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렇지만 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금호산업에 2200억원, 금호타이어에 1100억원의 금액을 투입하면서 대부분의 자금을 모두 소진했다. 더불어 박 회장의 유일한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 8%도 전량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어 유동화가 쉽지 않다는 것.


이와 관련해 금호그룹 내부사정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해 박 회장의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박 회장은 금호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을 성장시킨 베테랑 경영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파이낸스(자본의 조달 및 운용과 관련되는 재무활동) 구조는 짜기 나름”이라며 “이미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한 재원 마련은 세팅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은 2013년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에 건물과 부지를 20년 동안 장기임대 하면서 보증금 5000억원을 확보했다. 금호터미널이 확보한 자금으로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산업의 신규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되지만 금호산업은 지난해 워크아웃이 2년 연장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회사의 구조조정 상황에서 발생하는 신규 순환출자는 예외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박 회장은 군인공제회 등 재무적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합종연횡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매입하는 등 박 회장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호터미널과 장기 임대계약을 맺은 신세계 측과의 인연도 무시할 수 없어 이들과의 컨소시엄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해 금호산업을 되찾아 온다는 분석이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사진제공 뉴시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 전화 통화에서 “인수전에 자신감이 있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섣불리 밝힐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호산업 매각을 놓고 박 회장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인수전 최후의 승리자는 누가 될지 관련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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