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매․ 파견사원 고용 압박…‘추악한 갑질’

▲ 홈플러스(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난해 홈플러스는 경품조작과 고객 정보를 보험사 등에 판매한 혐의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8일 홈플러스가 납품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자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홈플러스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 강매를 요구하거나 ‘파견사원’을 고용토록 강요하면서 중소기업에게 피해를 전가한 내막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탄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 납품업체에 여전한 갑의 횡포
‘M사’의 일방적인 주장‥“억울하다”


지난 18일 홈플러스가 납품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자행한 사연이 보도됐다. 이를 보도한 <SBS>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경기도 포천에 자리한 중소기업 사장에게 ‘권유 판매’라는 명목으로 강매를 권유했다.


강매의 달인


이는 홈플러스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을’의 위치한 신발업체 M사에게 갑의 횡포를 부린 것으로 언론을 통해 밝혀진 사연은 이렇다. 홈플러스 측은 자사에 신발을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 M사 대표와의 전화 통화에서 홈플러스 작전점이 리뉴얼로 인해 매출이 하락한 점을 들어 M사 대표에게 50~100만원 가량의 물건을 매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 고위직에게 열심히 하겠다는 인사를 하며 얼굴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에 M사 대표는 경기도 포천에서 인천 작전동으로 이동해 필요도 없는 구두를 70만원 어치를 구매했다.


이른바 강매였다. 홈플러스 측은 윗선에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란 말로 M사 대표에게 강제로 구두를 판매한 것이다. 아울러 명절 때가 되면 홈플러스는 M사 대표에게 상품권을 구매토록 강요했고 이 대표는 명절마다 홈플러스 상품권을 1000만원어치씩 구매하면서 홈플러스의 강매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꼼수 통한 채용압박?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는 M사에 ‘파견사원’을 채용토록 강요한 사실도 확인됐다. 파견사원은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려 할 때 제품에 대한 설명이나 진열, 판촉 등 제품을 보다 많이 판매하기 위해 납품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을 말한다.


파견사원들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이 채용을 하고 채용에 대한 임금도 납품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파견사원들을 대형마트가 납품업체 동의 없이 필요할 때마다 데려다 일을 시켰고 이어 납품업체가 파견사원이 필요없다고 할 때마다 대형마트들은 파견사원을 채용토록 압박하면서 문제가 불거진바 있다.


이에 정부는 몇 해 전부터 대형마트가 납품업체에 파견사원을 채용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납품업체가 제품을 보다 많이 판매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파견사원을 채용토록 요청할 경우에는 파견사원을 고용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이러한 점을 악용해 M사 대표에게 M사가 홈플러스에 파견사원 채용을 요구한 것처럼 꾸며 파견사원 채용을 강요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M사와 홈플러스가 함께 작성해야 하는 ‘파견사원 고용 합의서’ 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M사 대표는 홈플러스가 요구하는 파견사원을 채용하지 않았다가는 더 큰 불이익을 당할까봐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당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M사는 전국 홈플러스 매장 신발코너에 100여명의 파견사원을 두었고 이들의 급여와 퇴직금 등을 모두 부담해야 했다. M사는 이들 파견사원을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름이나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며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이들의 임금과 퇴직금 등이 밀려 현재 노동부에 고소를 당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반품에 이어 돈 까지‥


이와 더불어 홈플러스는 M사에게 반품을 강요한 사실도 밝혀졌다. 홈플러스 구매담당자는 M사 대표에게 ‘마치 당신들이 원해서 반품을 받아가는 것처럼 공문을 우리(홈플러스)에게 보내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문 작성 예시까지 메일로 보냈다.


M사와 홈플러스 납품 계약 당시 ‘반품 불가’ 조건으로 M사는 홈플러스에 신발을 납품했다. 그러나 예외조항으로 ‘단, 납품업체가 원할 경우 반품을 받아갈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어 홈플러스는 이 조항을 이용해 M사가 반품을 원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도록 지시해 반품을 떠넘겼다.


M사 대표는 반품으로 인해 거래가 끊기면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반품을 받았는데 그 금액이 3년간 15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홈플러스는 M사에 여러 차례 돈을 빌려줄 것을 강요한 사실도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M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회계장부가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8000만원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고 M사 대표는 이에 난색을 표하자 경쟁업체가 6000만원을 빌려주기로 했으니 그럼 M사는 5000만원이라도 빌려달라고 압박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광고비 및 물류비 같은 항목으로 세금영수증을 발급해주고 M사의 법인통장에서 돈을 빌려갔다. M사 대표는 이렇게 빌려간 금액 중 아직 못 받은 돈이 수천만 원이나 된다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돈을 빌려 갚지 않는 행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악성비난 빗발쳐‥여론 뭇매
소비자들의 신뢰 보다는 ‘지탄 대상’


보상 약속 제대로 이행?


이처럼 홈플러스는 M사에 전방위적으로 갑질을 자행했다. 이러한 갑질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언론을 통해 M사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을 내보였다. 홈플러스는 M사의 경우 스스로 파견사원을 채용토록 해달라고 요청해 와서 파견사원을 채용한 것이라면서 ‘파견사원 고용 합의서’ 경우는 당시 파견사원 관련 규정이 바뀌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받아두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반품에 대해서는 M사와의 합의하에 반품을 진행했으며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돈을 빌려간 점에 대해서는 간혹 세금계산서가 오류로 잘못 발급되기도 하는데 광고비나 물류비 명목의 세금계산서는 그런 오류일 뿐이며 결코 돈을 빌려간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안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미 합의했고 합의에 따라 13억원 가량을 M사에 보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홈플러스 측에 좀 더 명확한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끝내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홈플러스의 이번 갑질 횡포와 관련해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이번 논란을 업무상 서류 미비와 오류로 인해 발생한 사안들로 치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공정위의 중재로 M사에 13억원을 보상했다고 해명한 대목은 결국 홈플러스가 납품업체에게 피해를 전가한 점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지적은 홈플러스의 해명처럼 M사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면 홈플러스가 M사에 13억원을 보상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홈플러스는 현금 4억과 물품 9억원 가량의 매입을 통해 M사에 보상을 해주기로 합의했는데 홈플러스는 이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M사 측의 제소로 또다시 공정위에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품조작과 개인정보 판매


이처럼 홈플러스의 갑의 횡포가 알려지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홈플러스에 대한 여론의 질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4일 홈플러스는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2부장, 이하 합수단)에 경품 조작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 2012년 홈플러스 경품행사를 담당하는 보험서비스팀 직원 2명이 고가의 수입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건 행사에서 친구를 1등에 당첨되도록 한 뒤 경품으로 받은 수입차를 처분해 수천만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당시 합수단 관계자는 “알려진 경품 조작 외에 또 다른 경품을 타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라며 “경품 응모에 사용된 개인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면서 개인정보가 관리되는 과정에서 홈플러스 측의 관리책임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합수단은 같은 달 17일 고객 개인정보 불법유출 혐의로 홈플러스에 대해 2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합수단은 홈플러스가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수집한 개인정보들을 보험사들에게 불법으로 판매한 정확을 포착하고 추가로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다.


합수단은 홈플러스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건네면 보험사는 고객 명단을 추려내 다시 홈플러스에 돌려보내 홈플러스 콜센터가 해당 고객들에게 “보험상품 안내전화를 받아 보라”는 전화를 걸어 사후 동의를 구했다는 것이 당시 합수단의 설명이었다.


홈플러스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보험사들에게 건당 1000~2000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최근 3년간 해마다 300만건 이상의 개인정보를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합수단은 두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개인정보 판매로 40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홈플러스 내부문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합수단은 지난달 중순 홈플러스 도성환 사장과 홈플러스 이승환 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수단은 이들을 상대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긴 경위와 이를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 홈플러스 이승한 전 회장과 도성환 사장(사진제공 뉴시스)
이 전 회장과 도 사장은 합수단 조사에서 경품 이벤트 진행 다시 응모권에 ‘고객의 개인정보를 자사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어 고객들이 이에 동의한 후 이벤트에 참여했기 때문에 불법적인 정보활용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합수단은 홈플러스가 고객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은 물론 결혼여부나 자녀 인원까지 파악하려 했던 점을 들어 경품 응모나 단순 마케팅 목적으로 한 개인정보 수집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합수단은 홈플러스 내에 보험서비스팀이 별도로 구성된 점에 비춰 고객정보 제공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전 회장과 도 사장 등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적용에 대해 검토 중이며 이달 중 홈플러스 관계자들과 개인정보를 사들인 보험사 관계자들에 대한 기소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은 언제?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각설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최대주주인 영국 ‘테스코’는 지난해 상반기 분식회계로 영업이익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테스코는 위기를 극복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국내 홈플러스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관심이 집중됐던 홈플러스 매각은 유보됐다. 지난 9일 영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실적악화를 겪고 있는 테스코는 점포 폐쇄와 자산매각 계획 등을 담은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으나 홈플러스 매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회장은 “그룹 자금 조달 사정이 좋은 편이라 아직 서두를 만한 압박은 없다”면서 “다른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해외 사업에 최선을 다하고 포트폴리오에 대한 분석을 거쳐 올해까지 자산 매각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해 당분간 홈플러스 매각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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