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이미 대선레이스가 시작됐다”

▲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시기로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인한 재보선 선거 외에는 특별한 선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론 집권 여당의 대표가 차기 대선을 위한 행보를 준비하면서 간간이 당·청 갈등을 일으켜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러한 가운데 차기 대선을 위한 움직임은 살아있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증권가에서는 이미 대선레이스가 시작된 듯하다.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들과 관련한 테마주들이 지난해부터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증권가에서 불타오르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 테마주에 대해 살펴봤다.


지난 대선 당시 ‘安·文·朴’ 테마주 기승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랩, 써니전자, 아가방컴퍼니, 보령메디앙스, 우리들제약, 우리들생명과학(현 우리들휴브레인) 등의 정치테마주 종목들이 주식시장을 휩쓸었다.


증권시장 최강의 테마


안랩과 써니전자는 안철수 관련주,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는 박근혜 관련주,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은 문재인 관련주로 분류되면서 대선과 관련된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선테마를 형성, 주식시장에 투기과열을 불러왔다.


써니전자는 지난 대선 때 회사의 핵심 임원이 안랩 기획이사 출신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안철수 테마주에 편승했다.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저출산 대책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정책테마주로 꼽혔으며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디스크 수술을 집도했던 우리들병원과 관계사라는 이유만으로 문재인 테마로 분류됐다.


이보다 앞선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힘입은 이화공영이 MB테마주로 손꼽혔다. 당시 이화공영의 주가는 2007년 8월 2600원대에 불과했으나 4개월 만인 12월에는 6만 7400원까지 급등하는 등 2007년 하반기에만 무려 30배 가까이 폭등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선테마는 5년마다 돌아오는 대선을 앞두고 주식시장에 과열을 불러오곤 한다. 이러한 과열현상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라는 말을 빗대어 학연, 지연, 정책 등 대선후보와의 개인적인 인맥이나 앞으로 추구하는 정책방향을 토대로 대선테마가 형성되다 보니 회사의 실적과 관계없는 ‘묻지마 투자’식의 기대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어 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애널리스트는 “막연한 기대심리를 가지고 대선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은 조만간 터질 시한폭탄을 앉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정확한 분석과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투자와 투기를 구분해야 한다”며 대선테마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 애널리스트의 지적대로 앞서 언급한 대선테마 종목들은 대선이 지나고 난 뒤에는 언제 급등했냐는 듯 본래의 주가로 되돌아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주가가 한참 급등했을 때 매입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고 매도를 하거나 매입 당시 투자한 본전 생각 때문에 매도하지 못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원순 관련주


하지만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식시장에서는 또다시 대선테마주가 요동을 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테마주로 알려진 휘닉스홀딩스(현 YG PLUS)와 모헨즈가 급등을 연출했다.


모헨즈는 회사의 대표가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운영이사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휘닉스홀딩스는 회사의 회장이 박 시장과 경기고 동기동창이라는 이유를 들어 박 시장 테마주로 묶였다. 현재 휘닉스홀딩스는 YG엔터테인먼트에 매각되면서 박 시장 테마에서 이탈한 상태다.


반기문 대망론…반 테마 증권시장 강타
삼성 지배구조 재편 수혜? ‘휘닉스소재’


반 총장과 관련된 종목들


현재 정치권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면서 반 총장 테마가 불구덩이에 기름을 쏟아 붓듯 증권시장을 강타했다.


반 총장의 등장으로 박 시장 테마의 종목들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으며 개인투자자들은 반 총장의 등장을 환영하듯이 일제히 반 총장 테마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부터 반 총장은 차기 대선 후보에 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과 김무성 대표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면서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반 총장과 관련된 종목들이 지목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종목들은 급기야 반 총장 테마를 형성하면서 주가급등을 연출했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반 총장 테마로 분류되는 종목은 한창과 보성파워텍, 씨씨에스, 에너지솔루션, 휘닉스소재 등이 거론된다.


한창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현재 유엔환경기구(UNEP) 상임위원이라는 이유로 반 테마로 분류됐고 보성파워텍은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 씨가 보성파워텍의 부회장으로 재직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 테마에 편승됐다.


에너지솔루션은 회사의 대표가 반 총장의 사촌동생과 고교 동문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반 테마로 묶여 있으며 씨씨에스는 반 총장의 공향인 충북 음성에 위치하고 있어 반 테마에 합류된 상태다.


휘닉스소재는 보광그룹 계열사로 홍석규 회장이 반 총장과 서울대 외교학과 동문인 까닭에 반 테마에 엮여있다.


대장주는 누구?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 테마로 분류된 종목들 중 대장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는 테마에 속한 종목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이화공영 같은 종목을 찾아 이른바 대박을 터트리기 위함이다.


‘대장주’란 같은 테마에 속한 종목들 중에 가장 대표되는 종목으로 테마에 속한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할 때 가장 강하게 오르면서 테마의 상승을 주도하는 종목을 대장주라 일컫는다.


지난해 10월 반 테마에 속한 종목들이 상승했을 당시에는 보성파워텍이 대장주 역할을 담당했다. 보성파워텍의 급등 직전 10월 24일 주가는 1460원이었으며 그 전까지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10월 27일 쩜상한가(매수세가 강해 시가, 고가, 저가, 종가 모두 상한가인 경우, 챠트에 점을 찍으면서 상한가를 나타냄)를 기록한 이후 4일 연속 쩜상한가를 기록하면서 반 테마의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 보성파워텍 주가행보(지난해 10월~11월, 네이버)
주가는 11월 24일 장중 한 때 5310원을 기록하며 2010년 이후 첫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한 달 만에 363%의 상승 비율을 보이며 주가가 3배 이상 폭등했다. 신고가 경신 이후에는 주가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 왔으나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여당 대권후보 영입 가능성 발언으로 보성파워텍의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14일 김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여당은 대선 필승카드가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 반기문 영입설도 돌고 있다”면서 “실제로 집권여당 대표 입장에서는 반 총장 영입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의 문호를 활짝 열고 천하 영웅호걸을 모셔서 경쟁하게 해야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이러한 언급은 주식시장에서 반 총장을 새누리당에 영입하기 위한 물밑 작업으로 해석되면서 보성파워텍은 이날 전날보다 14.94%가 오른 4425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15일과 16일에는 주가가 약간 주춤했지만 19일에는 다시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20일 역시 상한가를 달성하며 5870원에 장을 마감해 지난해 11월 이후 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어 반 테마의 또 다른 종목인 한창은 지난해 10월 22일 첫 상한가를 시작으로 나흘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으며 11월 10일 장중 1500원을 돌파하면서 신고가를 다시 썼다. 첫 상한가를 기록하기 전날인 21일 주가(622원)와 비교하면 241%가 상승해 20일 만에 2배가 넘는 주가 상승을 보인 것이다.


또한 한창은 김 대표의 발언 이후 14일부터 16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이는 지난해 10월 21일 대비 지난 19일까지 427%의 상승 비율로 4배 이상의 주가 상승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한창은 투자경고종목(불공정거래의 예방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정기간 동안 별다른 사유 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뚜렷한 사유 없이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지난 20일 하루 동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매매정지를 당했다.


▲ 한창 주가행보(지난해 10월~올해 1월, 네이버)
씨씨에스와 에너지솔루션, 휘닉스소재 역시 주가 상승에 대한 비율차이는 있지만 이들과 궤를 같이하며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휘닉스소재’ 홍라희 관련주?


다만, 휘닉스소재는 반 테마보다는 홍라희 관련주로 보는 시각 또한 팽배하다. 대형증권사에 몸담고 있는 한 투자분석가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이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홍라희 여사의 남동생인 홍석규 회장이 최대주주인 휘닉스소재는 삼성전자, 삼성SDI 등과 거래관계가 있어 향후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 된다”고 풀이했다.


반 테마와 홍라희 관련주로 부각되고 있는 휘닉스소재는 보광그룹 홍석규 회장이 6.95%, 보광창업투자 홍석준 회장이 6.46%, BGF리테일 홍석조 회장 2.46%, 삼성미술관 리움 홍라영 총괄부관장이 1.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홍라희 여사만 제외하고 보광그룹 홍 씨 일가 대부분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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