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머티리얼 일감 몰아주기 ‘논란’ 부담?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지난해 12월 31일 현대BNG스틸 정일선 사장이 현대머티리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조운제 현대BNG스틸 영업본부장이 현대머티리얼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으며 사내이사로는 조 신임 대표와 백철호 현대머티리얼 경영관리팀장이 신규 선임됐다.

현대BNG스틸 관계자는 “철강경기가 둔화되면서 정 사장이 두 개 계열사의 대표를 맡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현대BNG스틸사업에 치중하기 위해 현대머티리얼 등기이사에서 내려오게 됐다”고 평했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현대머티리얼은 그간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과의 내부거래율이 높았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부담이 있어 이를 털어버리기 위해 등기이사직에서 내려왔다는 것이다. 특히 등기이사직에서만 사임할뿐 여전히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만 바뀔 뿐 사실상 지분 ‘100%’ 개인회사
주력사업 집중‥2개회사 공동대표 어려워 주장


▲현대머티리얼 최대주주(2014.3.19. 감사보고서 기준)

지난해 12월 현대머티리얼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신주는 보통주 20만주이며, 신주 발행가액은 5000원이다.

현대머티리얼은 정일선 회장이 지난 2010년 6월 설립한 철‧비철금속류 및 광물자원 수출입업체다. 정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다.

이번 유상증자는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및 원재료를 다루는 기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현대제철 계열사인 현대비앤지스틸이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반면 정일선 사장의 개인 회사인 현대머티리얼은 일본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머티리얼은 올해 초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이자 현대차그룹 2차 협력업체인 두선정밀부건유한공사를 140억 원에 인수했다.

또한 일본에선 HMJC(Hyundai Material Japan Corporation) 법인을 신설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현대머티리얼을 통해 중국 및 일본 시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이번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돌연 정 사장이 등기이사직에서는 사임해 업계의 관심이 일고 있다. 사업 확장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과 비슷한 시기에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는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이에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령 적용 기업으로 분류된 바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현대비앤지스틸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현황(2014.11.14. 분기보고서 기준)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


정일선 사장은 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인 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대표의 장남이다. 정일선 사장의 셋째 동생인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은 과거 노현정 아나운서와 결혼해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스테인리스 냉연강판과 원재료 등을 취급하는 현대머티리얼이 현대차그룹의 각별한 관심 속에서 성장해왔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현대머티리얼은 현대제철과 현대비앤지스틸과의 내부 거래를 통해 성장해왔다. 지난 2011년 608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2012년에는 652억원(현대제철 555억원, 현대비앤지스틸 97억원), 2013년에는 459억원(현대제철 359억원, 현대비앤지스틸 1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아울러 정 사장이 현대비앤지스틸의 사장직을 유지함에 있어서도 개인 회사 유증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두고 정 사장이 현대비앤지스틸의 지분이 낮기 때문에 개인 회사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 1997년 삼미특수강에서 현대제철로 피인수합병돼 2001년 4월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편입했다.

현대제철이 41.12%(보통주)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우선주가 1.55%를 확보하고 있다. 이외 정일선, 정문선, 정대선씨 등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대표의 3세들이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정일선 사장은 2.52%, 정문선 비앤지스틸 전무는 1.74%,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은 0.7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


▲현대머티리얼 특수관계인과의 매출(전자공시스템 기준, 단위 천원)

증여세도 피해나가


또 현대비앤지스틸 지분이 약하지만 반대로 지분이 약하기 때문에 내부거래 규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일선 사장 등의 현대비앤지스틸 지분을 모두 합해도 4.98%에 이르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의 잣대를 세밀하게 들이댄다고 해도 큰 피해액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공정위 규제 대상 상장사는 30%, 비장상자는 20% 이상의 지분을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한정,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금액 자체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세청 증여세(증여의제이익)는 세후영업이익에서 특수관계법인 기준점(30%) 초과 거래비율을 곱하고 여기에 다시 주식보유비율에서 기준점(3%)을 뺀 값을 더해 산정한다. 이를 토대로 보면 만약 올해 말까지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정 사장 일가가 내야 하는 증여세는 단 1억3240만 원대에 그친다는 것.

이에 600억원 가까운 내부거래 대신 지분을 줄일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따른다.

현대차그룹과의 내부 거래를 통해 성장해온 정일선 사장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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