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2014년‥올해 유가하락 등 ‘반사이익 기대’

▲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라이벌(rival). 라이벌이란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한다. 정치, 스포츠, 경제, 문화, 국가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활동하는 모든 분야에 라이벌 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결들이 존재한다. 경제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마다 라이벌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업종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의 라이벌 열전을 기획했으며 열 번째로 항공업계 맞수, ‘대한항공 VS 아시아나항공’의 라이벌 열전을 살펴봤다.


대한항공, 생각지도 못한 오너 리스크로 위기
아시아나항공, 운항정지 처분 결정‥손해 막심


2014년은 여러 가지로 이슈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던 한해였다. 사회 전반적으로 대두된 안전 불감증 문제와 6·4지방선거, 연말정국을 뒤흔든 문건파문 등 굵직한 이슈들이 언론을 장식했다. 아울러 항공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너리스크(owner risk)’


‘땅콩 리턴’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정지 처분 결정이 내려진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의 라이벌 기업이 각각 부침을 겪었다.


이러한 부침은 해가 바뀐 2015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땅콩 리턴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는 대한항공에 대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항공종사자에게 거짓 진술하도록 회유한 점과 승객의 협조의무 위반 등을 항공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이 위법행위로 결정되면 대한항공은 최대 21억 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인천~뉴욕’노선에서 최대 31일간 운항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최대 370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을 입게 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인천~뉴욕 노선을 매일 2회씩 운항하고 있는 실정인데 하루에 약 12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매출과 부가적인 손실보다는 국민적 여론이 대한항공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회사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으며, 당분간은 그것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불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서부지법 김병판 영장전담판사는 “사인이 중하고 혐의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한항공이 이러한 악재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의 라이벌 아시아나항공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2013년 7월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사고로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14일 ‘인천~샌프란시스코’노선에 45일간의 운항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어 지난달 5일 국토부 행정처분심의위원회는 재심의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운항정지 처분을 확정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노선에서 162억원 가량의 매출손실과 5억원 가량의 영업이익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7일 서울행정법원에 운항정지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속적인 공방전


이처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운항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두 항공사는 맞수 기업답게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운항정치 처분을 놓고 공방전을 벌였다.


샌프란시스코 사고로 운항정지 처분 결정이 내려진 아시아나항공은 처분 결정전 국토부에 운항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사고로 인한 피해도 막심한데 운항정지까지 받으면 영업적인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에 운항정지만은 막아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러자 대한항공 노조는 아시아나항공 운항정지 처분을 조속히 내려달라는 탄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어 회사차원에서도 운항정지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시련과 아픔을 극복하고 안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업계 종사자에 대한 최소한의 금도를 지켜주기 바란다”고 응수했다.


더불어 아시아나항공 노조와 미주한인총연합회, 미주지역 7개 교민단체 등이 아시아나항공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5일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며 운항정지 처분을 종용했다.


이와 같이 대한항공은 그룹의 회장까지 나서며 대립각을 세웠다. 대한항공의 이러한 행보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때 미국 측의 관제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999년 11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1년 가까이 해당 노선 운항정지와 노선면허 취소, 운수권 배분 제한 등의 강력한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1999년 12월 런던 화물기 추락사고로 6개월간 추가 제재를 받게 됨에 따라 신규노선 취항과 증편 기회가 박탈되는 불이익을 받았다. 당시 대한항공의 제재로 아시아나항공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대한항공이 강력한 제재를 받을 동안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34개의 노선을 배분받아 급성장할 수 있었다.


‘하늘을 나는 호텔’ A380도입…고객 유치경쟁
‘유가하락’…유류비 절감으로 이어져 실적개선


‘A380’ 경쟁


이는 이들의 대립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대립은 항공기 경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양사는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리는 초대형 여객기 A380을 도입하면서 고객 유치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0년부터 A380 운항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A380의 좌석수를 최소화하면서 부대 서비스를 강화해 ‘프리미엄(premium)’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A380 좌석수는 총 407석으로 1등석이 12석, 비즈니스 94석, 이코노미 301석으로 구성했고 2층 전체를 비즈니스석으로 설계했다.


대한항공은 ‘비즈니석으로만 구성해 전용기를 타는 느낌’을 전략으로 삼아 프리미엄을 극대화 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A380을 도입한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기내에 면세품 전시 공간을 설치하고 전담 승무원을 배치했다. 뿐만 아니라 1층 1등석과 2층 비즈니스석 앞쪽에 라운지 바(BAR)도 만들어 A380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대한항공 A380 기내 면세품 전시공간(사진제공 뉴시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A380은 공간 효율성과 탑승객 사생활 보호에 초점을 맞춘 ‘프라이빗(private)’전략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도입한 아시아나항공 A380은 좌석수와 좌석배치가 대한항공과는 차이가 있다. 아시아나항공 A380 총 좌석수는 495석으로 1등석 12석, 비즈니스석 66석, 이코노미석 417석이다.


대한항공이 2층 전체를 비즈니석으로 배치한 것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은 1층과 2층에 분산배치 했다. 비즈니스석 배치만 놓고 본다면 경우에 따라서 대한항공이 좀 더 나아 보이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좌석을 ‘지그재그’형태로 설계해 옆 좌석 승객을 방해하지 않고 복도 출입이 가능하며 사생활 보호가 뛰어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 아시아나항공 A380 비즈니스석 좌석배치(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인테리어 분야 선두기업인 영국 탠저린이 설계한 것으로 만성적자를 내던 영국항공이 이러한 디자인 덕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라운지 바를 두는 등 프리미엄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시아나항공은 1등석에 미닫이문을 설치하고 32인치의 디스플레이를 달아 차별화된 프라이빗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은 맑음?


이처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015년에는 양사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유류비 절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어 지고 있다.


항공사들의 지출 비중에서 유류비가 40%를 차지하는 업체 특성상 유가하락은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유류 사용량을 각각 3200만 배럴, 1550만 배럴로 가정한다면 연평균 항공유가가 배럴당 10달러 내려갈 경우 연간 유류비는 대한항공이 3360억원, 아시아나항공이 1630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류비 절감에 따라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168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814억원 가량이 개선될 전망이다. 더불어 올해 항공유가가 배럴당 23달러 하락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761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0% 증가하고 아시아나항공은 181% 증가한 2985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국제 유가하락과 더불어 하락하는 기름값(사진제공 뉴시스)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연구위원은 “두 항공사 모두 나름의 이슈가 있지만 폭락한 유가를 고려하면 우려할 만한 악재가 되지 못한다”면서 “저비용항공사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어려운 영업환경은 달라질 것이 없지만 유가폭락으로 2015년은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의 분석대로 유류비 절감으로 인해 현재 양사가 겪고 있는 악재에도 올해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4분기 실적도 긍정적일 것이 평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대한항공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209억원으로 2013년 같은 기간보다 578%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영증권 엄경아 연구원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세로 인한 운송비 절감이 이어졌다”면서 “성수기를 맞이한 항공 화물 부문은 IT 신제품 출시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해외 직구 수요로 4분기 실적에 힘이 실릴 것”이라 예측했다.


이처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오너 리스크와 운항정지 처분이라는 악재에 어려움과 부침을 겪었지만 올해는 이러한 악재들을 모두 털어내고 유가하락에 대한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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