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싸움 비화, “화해는 없다‥오직 전쟁”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9월 일에서 발생한 삼성 세탁기 파손 논란의 당사자인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감정싸움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삼성과 LG의 세탁기 전쟁이 본격적인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발단은 지난 21일 LG전자가 열었다. LG측은 세탁기 파손논란과 관련해 삼성전자 임직원들을 증거위조와 명예회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 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또한 당사자인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HA) 사장에 대해 검찰조사는 국제행사 참석 등을 위해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조성진 사장은 검찰의 수차례 소환에 불응하면서 검찰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6일 검찰은 LG전자와 조 사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가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전업계가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에는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백색가전 1위 자리를 놓고 수없이 대립의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LG전자의 수장인 조성진 사장이 연루돼 있어 결과에 따라 양사의 신뢰도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IFA 기간 중 베를린 시내 자툰 슈티글리츠와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 진열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의혹이 휩싸인 LG전자. LG전자는 정당한 제품 확인 차원이라고 맞서면서 논란을 일축했지만 삼성전자는 자사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조성진 사장 등 LG전자 임직원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LG전자, 맞고소로 반격

하지만 검찰에 출석을 미루던 조 사장이 최근 출금금지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여기에 LG전자가 삼성전자가 자사에 의해 손괴됐다며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가 이미 훼손된 상태라고 주장하며 삼성전자 임직원 3명을 맞고소 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언론사에 제공한 동영상에는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여러 차례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삼성전자가 LG전자 측에 의해 손괴됐다며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 현물이 훼손된 것으로 강하게 의심돼 고소장을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공식입장을 통해 “조성진 사장이 100일이 넘도록 검찰 조사에 수차례 불응하고 있는 것은 검찰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행위”라며 “또한 삼성전자에 맞고소는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한 적반하장식 의도”라고 비난했다.


출국금지와 압수수색


검찰은 26일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와 경남 창원 소재 LG전자 공장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료와 임직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색은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부 사장 집무실과 관련 실무진들의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에 따라 조성진 사장은 세계 가전업계 최대 행사인 CES 2015를 앞두고 최대 복병을 만났다. 출국금지에 이어 압수수색까지 당하면서 CES 행사 이후 자진 출두하겠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조 사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출국금지를 당한 기간은 내년 1월 10일. 하지만 이 기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6~9일)가 열린다. LG전자 가전업계 수장이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행사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세탁기 파손 논란…CES 앞둔 조성진 사장 출금
삼성 “의도적 수사방해” VS LG “적반하장 맞고소”



관련 업계에서는 세계 각국 가전업계 바이어들이 참석하는 CES에 조 사장이 불참하면 LG전자의 가전분야 새해 전략도 차질을 빚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언론을 대상으로 한 공식 행사뿐만 아니라 바이어들과의 미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조 사장은 오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신제품, 올해 전략 등을 공개하기로 돼 있다.


지난 21일 LG전자는 “조 사장이 CES 이후에 언제라도 검찰에 출석하겠다며 조사 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조 사장의 사무실과 LG전자를 압수수색하는 등 이번 사건에 대해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조 사장의 책임 유무에 따라 앞으로 LG전자의 가전 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악연의 세월들


그동안 가전 1위 자리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몇 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을 벌였다. 2011년 3D TV 기술방식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뜨거운 논쟁을 벌이며 삼성전자의 임원이 LG디스플레이 직원을 비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용증명이 전달되기도 했다.


또한 2012년 8월 삼성전자가 자사 냉장고에 물건을 넣어 LG전자 제품보다 크다는 실험 결과를 담은 동영상을 제작‧배포해 논란이 됐다. LG전자가 이에 반발하며 수백억 원 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이어졌다. LG전자는 서울중앙지법에 해당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8월 법원의 권고로 양측이 소송을 취하했다.


지난 3월에는 에어컨 시장 점유율을 놓고도 감정싸움을 이어갔다. 삼성전자가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조사업체의 조사 결과를 인용 ‘가정용 점유율 1위’라고 주장했으나 LG전자는 통계자료의 신뢰도를 문제 삼으며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에는 디스플레이로 맞붙었다. 검찰은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임직원 등 11명을 불구속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에 맞서 LG디스플레이도 맞소송을 제기했으나, 정부의 중재로 지난해 9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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